유치원에서 많은 분들의 사랑의 손길을 느끼다.
아이가 5세가 되어 남편 직장에 위치한 직장유치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유치원 어머님들이 거의 워킹맘이었고 저녁까지도 아이가 있을 수 있어 나도 편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물론 이곳도 대기가 필요했다. 남편 직장 주변에 지원할 수 있는 유치원을 2-3개 정도 대기에 올려놨었는데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
이 유치원은 발도르프 교육을 하는 곳이었는데 유치원 안에 장난감이 거의 원목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IT관련 교육을 거의 안 하는 곳이었다. 모래놀이, 숲체험을 기본으로 하고 신체활동을 많이 하며 아이들의 심성을 차분하고 편안하게 키우는 곳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특히 이곳은 유치원 급식을 삼시세끼 다 제공해 주는데 급식의 퀄리티가 넘사벽이었다. 유자청, 오미자청 등은 아이들과 직접 만들어 쓰시고, 김치도 직접 담근 것을 사용했다. 교육과정, 급식, 유치원 시설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도 아이가 다니지 못할 뻔했다. 처음 유치원에 지원할 때 알레르기에 대하여 문의를 했었는데 아이의 알레르기 대체식 및 제거식이 가능하다고 원장님께 직접 상담받았고 다른 아이들도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이 많으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대기 순서에 우리 차례가 와서 다시 원에 가입원서를 쓰러 가니 상담하시는 분의 말씀이 달랐다. 아이의 대체식이 어렵다고 하시는 거다. 나는 상담했던 내용과 다르다며 이 부분 정정이 필요하다고 요청드렸다. 원장님께 확인하고 연락 주시기로 하고 기다렸다. 그때도 우리 아이가 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좌불안석이었다.
원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OO어머님, 원장님께서 상담내용 기억나신다고요. OO이 대체식, 제거식 최선을 다해 준비할 테니 걱정 마시라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한 고비는 넘겼다. 우리 가족이 원하는 유치원에 아이를 보낼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아이는 예상처럼 유치원에 적응도 잘했고 바깥놀이를 많이 하고 맛있는 급식을 먹어서 그런지 유치원에 다니면 다닐수록 얼굴이 '뽕뽕'해졌다. 아이가 기관에 다니며 살이 오르는 것만큼 엄마가 기쁜 일이 있을까? 성격도 원래 밝긴 했지만 살짝 소심한 면이 있었는데 뭔가 더 대담해지면서 씩씩해졌고 무엇보다 유치원에 가고 싶어 했다. 등원길 하원길에 항상 감사했고 선생님, 영양사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리려고 애썼다.
어느 날은 담임선생님께서 하원길에 나를 만나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머님! 오늘 너무 깜짝 놀랄 일이 있었어요."
"선생님 무슨 일 있었나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 저희가 급식시간에 OO이 식판에 깜빡하고 삼계탕을 주었는데 OO이가 닭다리를 하나 들어 먹으려는 순간 제가 너무 놀라서 바로 못 먹게 저지했어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먹지는 않았으니 어머님 걱정 마셔요."
결혼을 안 하신 얼굴도 앳되보이는 아이 담임 선생님께서 무용담을 말씀하듯이 이야기하는데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많이 놀라셨죠? OO 신경 쓰시느라 고생이 많으셔서 어떡해요. 감사해요. 선생님!."
"아니에요. 어머님. 혹시 OO에게 들으시고 어떤 일인지 궁금하실까 봐 미리 말씀드려요."
"네. 그러셨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에게 점심시간마저도 신경을 쓰실 선생님과 영양사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나도 점심시간에 배는 고프지만 입이 껄끄러워 밥이 넘어가지 않을 때도 많은데 그마저 아이들의 이슈가 생기면 밥을 못 먹는다. 마음 여린 아이 선생님은 어땠을까 생각하며 염려가 되었다.
나는 상담할 때 영양사님도 함께 상담을 요청한다. 처음 입소할 때도 영양사님과 상담을 했었는데 급식에 대한 프라이드와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었다. 원장님께 말씀 들었다며 아이의 알레르기 식단 준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셨고 나도 최대한 가정에서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은 열심히 도왔다. 어린이집 때처럼 월별 식단표에 아이가 못 먹는 식단들은 따로 표기를 해서 보냈고 문의사항이 있을 때는 따로 메모를 드렸다. 귀찮을 수 있는 일이었는데도 영양사님께서는 '제가 할 일인걸요!' 하시면서 항상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셨다.
나도 유치원에서 필요한 학부모 인력이 있으면 항상 자원해서 도와드렸다. 특히 급식 모니터링 회의는 항상 참여해서 급식실에서 학부모의 도움이 필요할 때 협조하려고 애썼다. 급식 모니터링 회의에 참여하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서 웬만한 소스와 양념은 천연재료로 쓰시려고 하는 노력에 감동했고 손이 많이 가지만 아이들과 함께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것들은 항상 준비하셨다. 원장님의 경영철학도 대단하시지만 급식팀은 정말 놀라운 팀워크와 열정을 보여주셨다.
이렇게 아이는 유치원에서 많은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건강하게 유치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유치원에서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의 내용은 결초보은 하는 엄마 2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