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식? 제거식?

처음 기관에서 점심을 먹게 된 아이

by 트랄라샘

아이는 계란알레르기뿐 아니라 닭고기, 호두, 아몬드에도 알레르기가 있다. 하지만 계란에 비하면 수치가 낮아 반응이 그나마 약하게 오는 음식들이다. 그래도 병원에서는 차단을 해야 한다고 해서 가정에서는 위의 음식들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먹여야 했다. 사실 아이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치킨을 먹지 못했다.


그래도 가정에서 케어하는 것은 그나마 괜찮았다. 아이도 하나고 휴직 중이고 나름 젊은 나이에 온통 신경을 쏟아 케어한 덕분에 별 탈 없이 알레르기 케어를 할 수가 있었다. 쿠키, 케이크, 과자 등도 내가 선별해서 먹이니 문제가 생길 일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기관에 가면서부터이다.


우리 아이도 '사회화'라는 것을 해야 했고 두 돌이 지나고 어린이집 적응을 시작했다. 집 근처 어린이집 투어를 몇 개 해보았는데 이사 간 지역은 수도권 같지 않게 어린이집 TO에 여유가 좀 있었다. 엄마마음에는 일단 원장님 얼굴을 보고 아이가 다니게 될 어린이집도 직접 살펴봐야 마음이 편했다. 방문상담 전에 아이의 알레르기 여부도 미리 알렸고 'OK' 한곳만 방문 상담을 하였다.


생각보다 어린이집에서의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알레르기 대체식은 고사하고 제거식도 어렵다는 곳도 있었다. 그 말인즉슨 도시락을 싸서 다녀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일단 제거식이라도 해주는 곳 중 선택하려고 했다. 나도 도시락을 싸는 것이 속편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먹고 의사소통하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걸러진 리스트 중 원장님과의 상담이 만족스러웠던 곳을 골랐다.


깔끔한 어린이집 내부 및 인상 좋은 원장님과의 상담 후 어린이집을 결정하게 되었는데 알레르기 케어에 관한 부분에는 이견이 있었다.


"어머님, 아이가 알레르기가 있어서 많이 힘들겠어요. 어머님도 케어하시기가 쉽지 않으실 것 같고요. 그런데 저희 원에서는 대체식을 따로 준비해 드리기가 힘들어요."


"그래요? 그럼 제거식은 가능할까요?"


" 계란이 안 들어가는 것들은 체크해서 아이에게 안 줄 수는 있어요."


"그럼 제가 대체식을 따로 싸서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월별 식단표를 미리 주시면 제가 계란이 들어갈 만한 음식을 미리 체크해서 보내고 대체식도 싸서 보내드릴게요."


"네 그럼 원에서 참고했다가 보내주시는 대체식으로 점심식사 제공할게요."


사실 제거식이라도 신경 써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음식 하나하나 계란을 체크해서 급식을 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 여정도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미리 알레르기 표기가 되어있는 월별 급식식단표를 원에서 보내주면 나는 아이에게 대체식을 싸줄 음식을 표시해서 다시 원에 보내드렸다. 다행히 메뉴가 매달 바뀌는 것이 아니고 비슷한 패턴으로 계속 돌고 돌아 첫 한 두 달만 적응하면 되었다. 그 이후는 점차 안정이 되어갔다.


하지만 이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어느 날은 아이가 집에 와서 배가 아프다고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하원한 아이가 얼굴이 팅팅부어 급하게 응급실을 간 적도 있었다. 그런 날은 어린이집에 꼭 공유하고 어떤 오후간식을 먹었는지 꼭 확인하여 어린이집에도 주의해야 할 음식 리스트에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며 총 응급실을 두 번 갔었는데 그때마다 아이가 아픈 것도 마음 아팠지만 어린이집 선생님, 유치원 선생님들께도 참 못할 짓이었다.


나도 교사이기에 많은 아이들을 케어하다 보면 이런저런 돌발 이슈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우리 아이를 언제나 1번으로 살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학부모 참여행사나 봉사에는 언제나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그걸로만은 부족한 마음이었다. 그들에게 무언가 무거운 책임감과 업무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항상 마음이 불편했다.


어느 날은 미혼이셨던 유치원 선생님께서 아이가 급식에 닭다리를 받고 한 번 입에 물어서 너무 깜짝 놀랐다며 놀란 토끼눈을 했다. 바로 제지해서 너무 다행이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 점심도 제대로 못 드시는 선생님들을 생각하니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이 자리를 빌어서 우리 아이를 잘 케어해 주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걱정해 주시던 우리 아이의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선생님들!! 우리 아이 따뜻하게 보살펴주시고 항상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아이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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