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이웃들
아이가 기관에 들어가고 나는 아이에게 더 이상 집에서 요리한 음식만 줄 수가 없었다. 계란이 안 들어간 과자, 시판음식을 조사해야 했고 집에서 일단 아이에게 먹여본 후 반응을 보아야 했다. 음식마다 알레르기 표기가 의무이긴 하지만 공장에서 계란을 같이 제조하는 경우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에게 새로운 시판음식을 먹일 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내가 아이 음식을 가장 많이 사러 갔던 곳은 '한살림'이었다. 과자나 소스류에 계란이 없는 제품들이 많았다. 하다못해 주먹밥 재료에도 계란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한살림 제품에는 계란이 없었다. 한살림 조합원에 가입하여 아이 이유식 재료들은 거의 한살림에서 구매했고 과자나 빵 등도 한살림에서 많이 샀다. 한살림이 없었다면 아이 음식 준비를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식재료 70프로 이상은 의존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이 간식을 사러 많이 갔던 곳이 바로 동네 '떡집'이다. 어린이집 하원하고 자전거를 끌고 장 보러 가는 길에 지나가는 떡집! 아이는 항상 그곳을 가리켰다. 아이가 좋아하는 떡은 '백설기'와 '딸기 설기'였다. 센스 있는 사장님이 백설기 위에 분홍 하트를 만들었고 안에는 맛난 딸기잼이 들어있었다. 아이의 최애 간식이었다. 평소 아이에게 계란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아시는 사장님은 아이 생일에 떡케이크를 주문하면 꼭 서비스 떡을 주셨다. 떡케이크와 함께 항상 생일마다 주문했던 수수팥단지도 항상 맛있게 신경 써서 만들어주셨다. 아이가 5살 이후에는 요령이 생겨서 수수팥단지를 떡케이크처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주문량은 많아지지만 건강에 좋은 수수팥단지를 냉동실에 넣고 두고두고 먹을 수가 있었다.
다른 떡집도 이용할 일이 있었는데 바로 유치원 생일에 필요한 아이 간식 주문을 위해서였다. 유치원 때 친구들은 아이가 알레르기가 있어서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한 번도 친구가 싸 온 케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 생일 때는 떡을 주문하더라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퓨전떡을 주문했다. '수박바'모양으로 만든 떡을 잘 조합한 떡케이크를 주문하거나, 초코를 섞은 '돼지바'스타일의 떡도 주문한 적이 있다. 이런 특이한 떡케이크는 여느 일반 케이크 부럽지 않게 아이들이 좋아했다. 이럴 때는 아이의 어깨도 으쓱해져 온다. 몇 년째 단골이 된 그 떡집의 사장님도 아이의 사정을 아시고 항상 신경 써서 만들어주셨다.
그리고 내가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동네 '베이커리' 사장님!!! 무려 프랑스에서 제빵으로 유학을 다녀오신 여사장님이신데 항상 좋은 재료로 베이킹을 해서 단골이 되었다.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식빵을 파셔서 항상 문의하고 샀는데 아이의 알레르기를 이해해 주시고 계란이 안 들어간 새로운 메뉴까지 개발해 주셨다.
가장 감동받았던 기억은 아이 생일에 특별 주문한 계란 없는 케이크에 아이가 좋아하는 또봇까지 디자인해 주셔서 아이가 너무 좋아했던 순간이다. 계란 없는 케이크가 가능할까 싶었지만 당근케이크를 이용하여 시트를 만드시고 깨끗한 크림으로 덮고 초코펜으로 멋진 디자인을 해주셨다. 정말 프랑스 유학파가 맞았던 것이다!!ㅋㅋ
아이가 자라면서 이 분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간식은커녕 매일 과일만 주구장창 싸야 했을 것이다. 함께 걱정해 주시고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어떻게든 제공해 주시려던 분들의 감사함을 잊을 수가 없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깊이 실감하여 아이를 키울 수 있었다. 그때의 감사함은 세월이 지나며 점점 울림이 생기는 것 같고 지금은 그분들의 배려와 사랑이 더 값지게 느껴진다. 아이가 받은 사랑은 나도 언제가는 주변에 돌려주고 싶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