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어학연수를 오는 아이들은 가족연수와 주니어연수로 올 수 있다. 가족연수는 가족이 함께 오는 경우이고 주니어연수는 아이들이 기존에 다니고 있던 어학원에서 모집을 해서 함께 오거나 아이들이 각자 신청을 해서 오는 경우로 나뉜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어학연수를 올 수 있지만 대부분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오는 경우가 많다.
필리핀 어학원들의 루틴은 대부분 비슷하다. 아이들은 하루에 8시간 수업을 듣는다. 하루에 6시간 수업을 제공하는 어학원도 있지만 내가 어학원을 알아보려고 찾아봤을때 거의 대부분의 어학원들이 8시간의 수업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느낀 이곳의 첫 느낌은 학교 생활의 연장이였다.
우리는 6시 40분쯤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책들을 챙겨서 호텔에서 나온다. 우리가 위치한 어학원은 호텔과 공부하는 곳이 분리되어 있는 곳인데 대부분의 필리핀 어학원들은 리조트 형태로 되어 있어서 숙소와 공부하는 곳이 한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호텔에서 어학원까지 거리는 3분 정도로 깔끔하게 잘 조성된 거리를 걸어서 이곳에 온다. 사진만 보면 학교를 가는 어느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아침 7시에서 8시 아침 식사가 제공된다. 이 곳에 오는 분들은 대부분 한국인 가족이기때문에 한식 식단이 제공된다.(우리와 함께 있는 동안 우리 캠프에는 몽골 가족 1팀, 중국 가족 1팀이 있었다.) 우리의 아침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제공된다.
아침을 먹고 양치를 하고 조금 쉬다보면 곧 이어 수업 종이 울린다.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아~~" 하고 큰 소리로 한숨을 쉬면서 자기 수업을 찾아간다. 아이들은 1대 1 수업 4시간에 그룹수업 2시간, 스포츠수업 1시간을 갖는다. 이곳의 수업은 모두 50분 수업으로 초등학교 수업 시간이 40분인 것에 비하면 아이들에게 다소 힘든 스케줄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1대 1 수업은 영어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에게는 아주 힘든 수업이다. 한국어를 전혀 할 수 없는 원어민 선생님과 앉아서 50분을 영어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4시간의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학교에서도 점심시간이 되면 이렇게 신이 나겠지.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오늘 점심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변한다.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인데 우리는 점심을 배급받는다. 맛있는 반찬이 나오면 아이들은 신이 난다. 반면 맛이 없는 반찬이 나온 날은 툴툴거리기 일쑤이다.
점심을 먹고 아주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갖고나면 오후 1시부터 수업이 다시 시작된다. 오후에도 아이들은 3시간의 수업을 연달아 들어야 한다. 3시 50분 7시간의 수업이 끝나면 모든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아이들은 조잘조잘 떠들며 엄마, 아빠를 기다렸다 함께 숙소로 돌아가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난 후 갖는 쉬는 시간이라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 너무 소중한 시간이다. 우리는 이 시간 동안 근처에 위치한 빵집에 가서 빵을 사거나 음료를 사먹기도 한다. 이 곳에서 우리는 주문을 하면서 수업시간에 배운 영어를 직접 써먹을 수 기회를 얻기도 한다.
4시부터 6시까지 잠깐 쉬고 나서 6시부터 7시까지 저녁을 먹고 7시부터 8시까지 아이들은 영어단어시험과 일기쓰기, 스피치 수업을 1시간 듣는다. 다소 아이들에게 잔인한 이 스케줄은 가성비로 따지면 최고기도 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주말에는 수업이 없다는 것이다. 8시가 되면 하루의 수업이 모두 끝난다. 우리는 이미 깜깜해진 거리를 걸어서 숙소로 돌아온다. 가끔은 이곳이 필리핀인지 느끼지 못할때도 있다.
아이들이 이런 루틴으로 하루를 보내는 반면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님들은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 수업을 아예 듣지 않는 것도 가능하고, 1대 1 수업을 2시간만 듣거나 1대 1 수업을 4시간 듣는 걸 선택할 수 있다. 나는 1대 1 수업 4시간을 선택해서 오전에 3시간, 오후에 1시간 수업을 듣는다. 기왕 이곳에 왔으니 나는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는 이 일정이 다소 힘이 들었겠지만, 나에게는 이곳에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나는 매일 하루하루 선물을 받은 기분으로 지내고 있다. 이번에는 기필코 영어 스피킹에 대한 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