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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헬로 세부 04화

가난과 부가 공존하는 곳

by 커피마시는브라운



아이들과 내가 4주의 어학연수 기간 동안 머물게 된 세부 막탄 뉴타운은 최근에 생긴 신도시로 대형 어학원들과 쇼핑몰 등으로 가득한 곳이다. 동네에 들어서면서부터 깔끔한 거리에 압도당한다. 이곳이 필리핀인지 외국의 유명한 거리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돌고래 분수와 웅장한 조형물이 이 거리의 시작을 알린다. 대부분의 필리핀 현지 거리와 다르게 이 곳은 여행자인 우리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 곳을 지나다니는 현지인들도 대부분 잘 꾸미고 깔끔한 현지인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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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숙소에서 바라보는 창 밖 풍경은 막탄 뉴타운의 이중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창 밖의 왼쪽은 막탄의 아름다운 비치를 담고 있다. 하지만 반대쪽에는 바로 대형호텔과 필리핀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마을이 한 눈에 보인다. 담장 하나를 두고 그들은 공존해서 살고 있다. 같은 곳에 존재하지만 그들은 전혀 다르다. 초호화 호텔과 판자들로 만들어진 집의 부조화라니...이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60-70년대를 살아가는 현지인들에게 외국인들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비칠까. 왜 세계에는 부와 가난이 공존하는 걸까. 내가 이 도시에서 본 것을 필리핀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필리핀에 왔다고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필리핀 현지의 날 것이 궁금하기도 하면서 과연 어떤 모습일까 두려워하는 이중적인 마음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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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곳에서 일명 안전지대로 불리는 곳까지만 자유롭게 갈 수 있다. 안전지대는 막탄 뉴타운의 끝과 끝이다. 그 끝에는 필리핀 현지의 모습이 있다. 어학원분들은 혹시나 생길 문제를 방지하기 우리에게 이 안전지대를 혼자서는 벗어나지 말라고 당부한다. 혹시나 이곳을 벗어날 경우 다른 가족들과 함께 방문하라고 요청하셨다. 난 오늘도 이 안전지대만을 거닐 수 있다. 오늘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본 모습은 진짜 필리핀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난 과연 진짜 필리핀을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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