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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헬로 세부 07화

인생 사진 찍으러 갑니다 1

-오슬롭 고래상어를 보러 가다.

by 커피마시는브라운

이 곳 필리핀 선생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부의 오슬롭 지역에서 고래상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이구동성 오슬롭의 멋진 자연환경과 고래상어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기 일쑤였다. 때마침 어학원에서 주말 프로그램으로 오슬롭으로 호핑투어를 간다고 했다. 하지만 오슬롭으로 투어를 가기로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지금 있는 어학원에서 오슬롭까지는 거리가 상당해서 가는데만 3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였다. 그래서 새벽 4시에 출발을 해야했다. 고래상어들은 주로 아침에 활동을 하기때문에 꼭 이른 아침에 도착해야했다. 나 혼자면 결정하기가 더 쉬웠겠지만 두 아이들과 함께 꼭두새벽부터 잘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세계에서 고래상어를 볼 수 있는 지역은 몇 개 안 된다는 사실에 아이들과 나는 오슬롭 투어를 결정했다.




1월 10일(금요일) 저녁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해서 우리는 다음날을 위한 짐을 챙기고 10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에 나는 자다깨다를 또 반복했다.

오전 3시 30분 알람이 울렸고 나는 다행히 잘 일어날 수 있었다. 대충 세수를 하고 아이들을 깨웠다. 다행히 고래상어를 보러 간다는 설렘 때문인지 아이들도 금방 일어났다. 우리는 준비를 해서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우리 어학원 사람들 중 오슬롭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은 모두 호텔 로비로 모였다. 4시 출발이였지만 한 가족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우리는 4시 15분쯤 출발할 수 있었다.




총 24명이 출발했고 우리는 3개의 벤에 나눠서 탔다. 온 세상이 잠든 밤 차는 호텔을 빠져나와 유유히 달리기 시작했다. 필리핀 도로에서 역주행이 너무 당연한 곳이다. 처음 필리핀에 와서 차를 탔을때 깜짝 놀랐다. 앞에 차가 늦게 가거나 잠깐 정차를 하는 경우 운전자들은 바로 고민하지 않고 역주행을 해서 간다. 심지어 앞에 차 2-3대를 한 번에 제치고 역주행을 하기도 한다. 저 멀리서 차나 오토바이가 와도 신경쓰지 않는다. 필리핀 사람들은 '빵빵' 클락션을 정말 많이 울린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키라는 의미로 클락션을 울리는 경우가 많다면 그들은 '조심해' 라는 의미로 클락션을 주로 울린다고 한다. 가끔은 도로위에서 많은 운전자들이 동시에 클락션으로 시끄러운 합창을 연주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 클락션 소리가 시끄럽고 적응이 안 되었는데 필리핀에서 지내다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역주행을 반복하며 클락션을 끊임없이 울려댔다. 한국과 다르게 도로가 잘 다듬어지지 않은 곳이 많다. 아저씨에게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80-90의 속도로 악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세게 밟으며 클락션을 울리며 어둠 속을 달렸다. 머리를 뒤에 기대고 있을 수가 없는 정도였다. 차는 계속 출렁거리며 어두운 도로를 달렸다. 솔직히 무서운 마음도 들었다. 이렇게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진짜 큰 일이였다. 나의 이런 마음도 모르고 아이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멀미약을 안 먹고 왔으면 큰일날 뻔했다.





이른 새벽 도로에 필리핀 사람들도 많았다 필리핀에는 차보다 오토바이가 많은데 아빠,꼬마아이,엄마 이렇게 오토바이를 탄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그들은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창밖으로라도 그들의 삶은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가는 길 갑자기 비가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늘 고래상어를 볼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비가 왔다가 금방 그치는 필리핀 기후 특성상 비가 빨리 그치기만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비는 한동안 퍼붓다가 금방 그쳤다. 덕분에 나는 멋진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가는 3시간 동안 나는 잠들었다 깼다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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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30분 드디어 오슬롭에 도착했다. 다행히 날씨가 너무 좋았다. 고래 상어를 보기 위한 최적의 날씨였다. 오슬롭에는 이미 많은 외국인들과 현지인들이 고래상어를 보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고래 상어를 보기 위해서는 구명조끼를 입고 배를 타야했다. 우리는 조그마한 배에 몸을 실었고 아저씨들이 우리를 고래상어에게 데려다 주었다. 고래 상어는 생각보다 해안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0분. 30분 동안 배를 타고 나가서 고래 상어를 보고 배를 타고 돌아오는 것까지 30분 안에 끝내야 했다. 3시간을 달려와서 겨우 30분을 볼 수 있다니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인생에 몇 번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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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따로 스노쿨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코를 막는 고글만 주셨다. 스노클이 없었다. 숨을 쉬려면 고개를 밖으로 꺼내야 했다. 아이는 고글이 불편한지 연신 불편함을 호소했다. 처음에는 들인 돈과 시간에 대비해서 20분이 얼마나 적은 시간인지 알기에 조급함이 앞섰지만 곧 마음을 바꿔먹었다. 1분을 보더라도 그것이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경험이면 되었다. 구명조끼의 답답함과 고글의 답답함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고래상어를 바로 옆에서 본 경험은 아이들과 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였다. 그날은 고래상어들이 많아서 우리는 20분 동안 계속 해서 고래상어를 볼 수 있었고 엄마와 함께 다니는 아기고래상어를 볼 수 있는 행운도 얻을 수 있었다.




20분 동안 아저씨는 우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물 속에 집어넣어서 사진 찍어주기에 바빴다. 내가 기대한 인생 사진은 없었다. 아저씨가 나누어준 똑같은 고글을 써서 다른 사람과 나를 구분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산소통을 메고 자유롭게 다이빙을 하고 있었다. 물 속에서 자유로운 기분은 어떤 걸까 나는 그 경험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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