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영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때였다. 2-3학년때였던 것 같다. 나는 엄마에 의해서 집 근처 수영장에 방학특강을 다니게 되었다. 지금은 사라진 안양에 있는 벽산쇼핑의 수영장이였다. 당시 우리 집에서 버스로 3정거장을 가야했다.
내 기억으로 50m레인이 여러개 있었던 제법 큰 규모의 수영장이였다. 당시 수영장은 처음에는 깊지 않다가 레인 중간쯤에 가면 깊어지는 식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 반 수영 선생님은 젊은 여자선생님이셨고 우리는 수업 첫 날 레인 끝에 쪼르르 앉아서 자유형 발차기를 배웠다. 위아래로 발을 마구 흔들어댔던 것 같은데 20-30분 정도 발차기를 하고 나서 선생님은 수영장 위쪽에 일렬로 우리를 세우셨고 우리들에게 키판을 하나씩 나누어주셨다. 그때만해도 요즘 많이 사용하는 허리 뒤에 매주는 수영헬퍼가 없을때였다. 레인 끝에서 키판을 잡고 발차기를 시작해서 25m 중간까지 간 후 살짝 옆으로 가서 레인 중간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위로 올라 오면 되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줄의 뒤에 서면 되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키판을 잡고 힘차게 발차기를 시작했다. 10미터쯤 가자 다리의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위아래로 다리를 차보았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키판을 잡고 있던 손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다리를 차츰차츰 물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다리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몸도 따라서 가라앉았다. 이어서 내 머리도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우리는 발차기만 배웠지 호흡하는 법은 배운 적이 없었다. 나는 키판을 잡고 있는 손은 놓치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것마저 놓아버리면 물 속으로 가라앉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손에 힘이 들어갈리 없었고 키판을 잡은 손에도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간신히 고개를 밖으로 내밀어 "살려주세요."를 외쳤다. 다시 머리가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나는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고개를 밖으로 내밀었고 다시 큰 소리로 "살려주세요"를 외쳤다. 그때 선생님이 날 구해주러 오셨다. 선생님은 날 밖으로 꺼내주시고 괜찮냐고 한 번 여쭤보시고는 수업을 이어가셨다.
그게 나와 수영의 첫 만남이었다. 나는 비싼 수강료를 지불한 엄마에 의해서 그만두지 못하고 방학 2달동안 수영을 다녔다. 당시 수영장이 위치했던 벽산 쇼핑의 꼭대기층에 방방과 놀이시설이 있었던 것도 내가 수영장을 그만두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언니와 함께 수영 강습이 끝나고 방방을 타러 가는 것이 나에게는 큰 기쁨 중 하나였다. 어린 시절 나에게 수영은 엄마가 다니라고 하니까 다니는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운동도 아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