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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딱지를 떼다.

by 커피마시는브라운 Mar 19. 2025


 3개월을 대기하고 나는 수영장에 다닐 수 있었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초급, 중급, 상급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수영을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초급반으로 들어갔다. 한 반에 인원은 15명이였다. 어린이 전용수영장으로 1.2m깊이에 25m 수영장이였다. 수영을 다니기 전 수영장의 텃세가 많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나는 I성향이 강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잘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다. 잔뜩 긴장하고 수영장에 간 첫 날 초급반에 낯이 익은 분이 보였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했던 아이 수업에서 몇 번 뵙고 이야기도 나누었던 분이 보이는 것이였다. 


"어, 안녕하세요? 여기 수영 다니시나봐요?"

"오랜만이예요. 수영 등록하셨나봐요."


 다행히 나를 보고 반가워해주셨고 다른 수영장 회원분들도 아는 사이냐며 갑자기 편하게 이야기를 건네주시기 시작했다. 여기서 아는 분을 만나다니 정말 행운이였다. 그 분 덕분에 나는 텃세 없이 수영장 분들 사이에 섞일 수 있었다. 


<출처-pexels><출처-pexels>




 선생님은 20대 중후반의 젊은 남자 선생님이셨다. 나는 선생님께 솔직하게 초등학교때 수영을 2달 배운 적은 있지만 지금은 물에도 뜨지 않는다고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은 수업 첫 날 음파 호흡부터 다시 천천히 알려주셨다. 음파호흡, 힘빼고 물에 뜨기, 킥판 잡고 발차기, 킥판 떼고 발차기 등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는 것마다 나는 빠른 속도로 배우기 시작했다. "잘하고 있어요. 잘하고 있어요." 선생님의 칭찬에 나는 신이 났다. 어릴때 2달 배운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나보다. '몸으로 배운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하던데 나도 모르는 어딘가에 수영에 대한 기억들이 남아 있었나보다.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니 더 잘하고 싶어졌고 수영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수업 시간 외에 자유 수영 시간에도 가서 연습을 열심히 했다. 자유형, 배영, 접영, 평영 기본자세까지 6개월에 모두 나갈 수 있었다. 물론 영법을 배웠다고 그 영법을 모두 잘하는 것은 아니였다. 그냥 할 줄 안다는 거였지 수정해야 할 것들은 여전히 많이 있었다. 

 어느 정도 영법을 배우고 나자 중급반, 상급반 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급 상급반에는 오리발 수업 시간이 따로 있었는데 오리발과 스노쿨을 가지고 다니는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나도 얼른 초급딱지를 떼고 오리발도 배우고 스노쿨도 가지고 다니고 싶었다.




 2019년 12월이 끝나가는 어느 날, 나는 다음 달 수강 등록을 해야 했다. 나는 아이들의 겨울 방학을 앞두고 2달만 쉬었다 수영을 다시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2달이 지나고도 수영을 할 수 없었다. 바로 2020년 2월부터 우리나라에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로 나의 일상은 모두 정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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