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잔인했다.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을 모두 앗아가버렸다.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없었고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 많은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했다. 우리는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엘레베이터에서 잠시 누군가와 스치는 것도 불편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예전에 평범했던 일상이 미치도록 그리웠다. 식당에 가서 밥 한끼 먹는 일, 커피숍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 조차도 하지 못했다. 누군가 설렘 속에 기다렸던 결혼식은 미뤄졌다. 늘어나는 확진자들로 병원 시스템이 마비되어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장례식은 짧게 진행되거나 생략되기도 했다. 코로나가 끝나지 않을까 두려웠다.
2022년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면역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코로나에 걸렸다. 나와 아이들도 모두 코로나에 걸렸다. 코로나로 아프기도 했지만 이제는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싶었다.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자 마자 나는 아이들이 집 근처 사설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우도록 등록했다.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사춘기가 오기 전에 수영을 꼭 배웠으면 했었다. 본격적인 사춘기가 오면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신체적인 발달로 수영을 배우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4학년인 큰 아이에게는 시간이 많이 없었다. 4학년 큰 아이를 보내면서 2학년인였던 둘째도 함께 수영장에 등록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사설 수영장은 자유수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집 근처 공립 수영장에 가족끼리 모두 가서 한 번씩 자유수영을 했다. 아이들은 역시 뭐든지 빨리 배웠다. 아이들의 실력이 금방 늘어서 큰 아이는 6개월을 배운 나보다 속도가 더 빨라졌다. 아이들과 수영을 하기 시작하자 나도 다시 수영을 배우고 싶어졌다.
예전에는 집 근처 사설 수영장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에 문을 연 공립 수영장도 강습 신청을 할 수 있었다. 두 곳 모두 집에서 걸어서 20분, 차로는 5-10분 걸렸다. 사설 수영장은 주 3회 강습에 주 2회 자유수영이 가능했다. 반면 공립 수영장은 주4회 강습에 주2회 자유수영이 가능했다. 거기다 비용도 6만원으로 사설 수영장의 반 값이였다. 나는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공립 수영장에 우선 수강신청을 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오전 시간에 다닐지 새벽에 다닐지 고민하다가 나는 새벽으로 수강신청을 해보기로 했다. '내가 잘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스스로 날 시험해보고 싶었다. 코로나 시절부터 공부한 자기개발 책들도 내가 새벽수영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새벽에 수영을 하면 오전 시간은 날 위해서 다른 일들을 할 수 있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운이 좋게 나는 수영 강습 신청에 당첨이 되었고 처음으로 새벽 수영을 다녀보게 되었다.
첫 수영 강습날. 3년 가까이 수영을 쉬었던 나는 초급반으로 신청했다. 6시 새벽 수영을 가려면 늦어도 5시 20분에는 일어나야 했다. 첫 날은 긴장을 잔뜩해서인지 오히려 일어나는 게 쉬었다. 차를 타고 수영장에 가는 길이 조용하고 한적했다. 심지어 신호를 운영하지 않는 곳들도 많았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운전해본 적이 처음이였다. 하지만 거리와 달리 수영장 주차장에 들어서자 차들이 가득했다. '사람들이 다들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생활을 하는구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새벽이였다.
회원카드를 새로 발급받았다. 회원카드를 주면 사물함 키를 주었는데 그걸 가지고 지하 수영장 탈의실로 가면 되었다. 나는 샤워를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오랜만에 수영을 다시 하려니 살짝 긴장되고 떨렸다. 6시가 되자 선생님의 구호에 맞춰서 다양한 색깔의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체조를 했다. 5분 정도 체조가 끝나자 나는 초급이라고 쓰여있는 레인으로 갔다. 항상 처음 오는 곳은 살짝 긴장되고 설레인다. 초급반은 먼저 수영장 레인을 두 바퀴 돌았다.
"수영 처음 해보시는 분?"
선생님은 수영을 아예 처음 해보시는 분들을 따로 모으셨다.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키판을 나눠주고 자유형 발차기 2바퀴를 시키셨다. 나는 뒤쪽에서 사람들을 따라서 발차기를 했다. 그리고 나서 각자 수영을 배운 만큼 사람들을 나누셨다. 선생님은 자유형과 배영, 평영을 시켜보셨다. 나는 선생님의 구호와 지시에 따라서 수영을 했다. 가끔씩 자유수영을 가긴 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수영을 쉬어서 힘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10월의 시원한 바람이 나에게 불어왔다. 내 온 몸의 세포가 모두 깨어나는 느낌이였다. '내가 살아있구나.'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큰 소리로 음악 소리를 높여본다. 음악 소리와 함께 두둥실 나의 마음은 충만함으로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