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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쉬지 않고 1000m 돌기

by 커피마시는브라운

수영을 배우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호흡이였다. 25m만 가도 숨이 찼다. 수영을 배운지 6-7개월차되면 대부분 50m는 쉽게 가고 100-200m를 쉬지 않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해도 호흡이 트이지 않았다.


'대체 호흡은 언제 트이는 거야?'


그 당시 나의 최대 고민은 호흡이였다. 자세는 괜찮게 나오는 편이였지만 숨이 트이지 않으니 항상 25m만 가면 헥헥 거리기 일쑤였다. 자유 수영을 하다보면 속도는 느리지만 쉬지 않고 수영을 하시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나는 그들만의 속도로 쉬지 않고 가는 모습이 부러웠다.


어떻게 해야지 쉬지 않고 오래 수영을 할 수 있는지 유튜브를 찾아보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물에 수평으로 잘 뜬다.

-물을 효과적으로 잡는 방법을 익힌다.

-나만의 리듬을 찾는다.

유튜브 속 영상들은 이런 저런 방법을 알려주었다. '호흡을 할 때 코로 숨을 미리 빼놓고 고개를 젖혀서 남은 숨을 입으로 빼고 다시 들이마시는 식으로 호흡을 하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하나도 되지 않았다. 운동 이론을 아는 것과 내 몸에 적용하는 것은 정말 다른 문제다.




나는 수영을 쉬지 않고 오랫동안 하고 싶었다.

나는 '2023년 쉬지 않고 1000m를 수영한다.' 라는 목표를 정했다. 처음 목표를 정할때 25m도 힙겹게 가는 나에게 1000m는 너무 과한 목표가 아닌가 생각했다. 500m만 쉬지 않고 수영을 할 수 있어도 지금 내 단계에서는 큰 발전이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500m로 적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읽어 온 자기개발서들은 '항상 목표는 크게 가져라.'라고 외치지 않았던가.


'목표를 1000m로 적고 연습을 하다보면 반인 500m라도 가겠지?'


목표를 적으니 어떻게든 매일 연습을 할 에너지가 생겼다. 이렇듯 목표를 적고 말하는 것은 우리 삶에서 중요하다.

당시 나보다 수영을 조금 더 잘하는 신랑에게 조언을 구했다. 신랑은 나에게 어르신들 수영을 하듯이 해보라고 했다. 몸의 힘을 다 빼고 최대한 천천히 길게 거리만 늘린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신랑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25m를 다시 해보니 확실히 숨이 덜 찼다. 그렇게 나는 자유수영을 할 때는 거리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세는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다. 오히려 천천히 수영을 하니 자세도 더 신경을 쓸 수 있었다. 25m,30m,40m 그렇게 해서 50m까지는 천천히 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시간이 될때마다 50m 레인이 있는 수영장에 가서 연습을 해보았다. 25m를 두 번 하는 것과 50m를 온전히 수영 하는 것은 달랐다. 35m쯤 가니까 몸이 굳고 호흡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25m 수영장에서는 턴을 할때 나도 모르게 잠깐 쉬었던 것이다.

자세, 속도 등 다른 것들에는 신경쓰지 않고 거리를 늘리는데 집중하자 어느 날 100m를 쉬지 않고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연습할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쉬지 않고 했다.


'더 돌만한데. 한 바퀴만 더 돌아볼까?'


그렇게 나는 차츰 바퀴수를 늘릴 수 있었다. 수영장에서 나오면 머리가 터질 듯 아픈 날도 있었다. 호흡이 부족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나는 점점 200m,300m,400m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목표를 적기 시작한 것은 2월달이였는데 그 해 10월 나는 쉬지 않고 1000m를 수영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50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자유형을 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배영과 평영이 자유형보다 더 편하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자유형으로 수영하는게 가장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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