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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 깊이 수영장

by 커피마시는브라운


이제는 1000m를 돌게 된 나였지만 내가 들어가지 못하는 레인이 있었다. 바로 발이 닿지 않는 2m 깊이의 레인이였다. 내가 그동안 다닌 수영장들은 모두 1.2m 깊이에 25m 길이의 수영장이였다. 내가 살고 있는 아산 지역에는 2m 깊이에 50m 길이의 수영장이 있다. 바로 배미수영장이다.


배미수영장.jpg <배미수영장 전경,사진출처-pexels>


나는 종종 배미수영장에 가서 50m 길이의 레인에서 연습을 종종 하긴 했지만 발판이 있는 곳에서만 수영을 할 수 있었다. 수영을 하다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일어설 수 있는 깊이의 1.2m 레인과 다르게 2m 깊이의 레인은 왠지 모르게 겁이 났다. 2m 깊이에서 수영을 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해보았지만 그곳에 들어가면 몸에 긴장이 많이 들어갔다. 심지어 살갗에 닿는 물의 느낌, 팔을 저을때 느껴지는 물살의 속도감도 달랐다.


'왜 호흡이 안 되지?'


이번에도 호기롭게 2m 깊이 레인에서 출발을 해보지만 나는 곧 호흡이 안되어서 옆에 있는 레인을 잡고 멈춰섰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겁도 없이 깊이 2m에서도 여유롭게 수영을 해댔다.


"엄마 그냥 똑같이 수영하면 돼."

"나도 알아. 그런데 몸이 안 되는 걸 어떻게 해."


아이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나는 2m 깊이의 레인에서 수영 도전해보기를 멈추었다. 하지만 작은 아이가 동네의 사설 수영장에서 배미 수영장으로 강습을 옮겨서 다니게 되면서 일주일에 4번 배미수영장에 갈 수밖에 없었다. 눈에 자꾸 2m 깊이의 레인이 밟혔다.


'나 꼭 2m 깊이에서 수영하고 싶은데. 어르신들도 깊은 곳에서 저렇게 천천히 여유있게 수영하는데 나는 왜 대체 안 되는 거람. 언제까지 쫄보처럼 발판 레인을 벗어나지 못할꺼야.'


안 되는게 있으니 더 하고 싶어졌다. 나는 스스로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용기를 내서 2m 레인에 들어갔다. 앞 사람이 어느 정도 출발을 하고 나서 나도 천천히 출발을 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원래 하던대로만 하면 돼. 그냥 똑같은 물이야. 너 수영 잘하잖아. 그래 천천히 천천히 가면 돼.'


출발하기 전에 마음 속으로 다짐을 하고 출발을 했다. 나는 내 속도대로 수영을 했다. 그런데 레인을 10m 앞두고 앞에 출발하셨던 분과 만났다. 아무리 천천히 가도 그 분의 발이 내 손에 닿을 거리까지 왔다. 나는 내 페이스를 잃었고 그 분의 페이스에 맞춰서 호흡을 하다 물을 먹었다. 심장이 더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평영으로 바꾸어서 속도를 더 늦춰보지만 이미 코로 물을 잔뜩 먹고 겁이 났다. 발판이 있는 곳에 간신히 도착하자 나는 서둘러 다시 1.2m레인으로 돌아갔다.


나는 한 동안 2m 깊이 레인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우연히 2m 깊이에서 오리발로 수영을 하게 되었다. 오리발이 있으니 발차기를 하지 않아도 몸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자 호흡이 더 자유로워졌다. 그렇게 어느 순간 나는 2m 깊이의 레인에서 수영하기를 겁내지 않게 되었다. 만약 내가 2m 레인에서 수영하기를 포기했다면 나는 영영 깊은 곳에서는 수영을 못했을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한 번 도전해보기, 이 방법이 안 된다면 다른 방법으로 도전해보기'가 우리 삶에 필요한 것 같다. 삶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주기때문이다. 계속 문을 두드리다 보면 어느 순간 성장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고 그 전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멋지게 해내는 날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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