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타트업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특집 6

사탕 요정 베리에이션(뉴욕 시티 발레단, 발란신 메소드)

by 아트 서연

저의 발레 모국어는 어쨌든 러시아 발레입니다. 제가 러시아 발레를 배웠다는 것을 인생에서 큰 축복으로 여기고 있어요. 그래서 따라하기 힘든 러시아 발레 때문에 좌절도 많이 겪었지만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모국어 듣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러시아 사람이었던 발란신이 미국에 가서 다른 스타일의 발레를 만든 게 처음에는 신기했어요. 중지를 둥글게 만드는 손 포지션, 피루엣 돌기 전에 준비 동작, 회전할 때 양팔을 크로스하면서 위로 올리거나 토슈즈로 바닥을 내리찍는 테크닉 등의 디테일만 보고는 완전히 다른 발레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보면 볼수록 발란신 스타일이 그리 낯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졌어요. 개인적으로 영국 발레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어요. 프랑스 발레는 아직도 적응 중입니다.


발란신 메소드가 위에 적은 것 말고도 세부 사항이 러시아 발레와 다른 부분들이 더 있어요. 알라스콩드와 알롱제 등의 폴드브라 포지션을 할 때에 팔의 높이가 러시아 발레에 비해 높거든요. 러시아 발레에서는 물방울을 어깨에 떨어뜨릴 때 또르르 굴러갈 정도의 비스듬한 모양으로 팔을 활 모양(알라스콩드)으로 만드는데, 발란신 스타일에서는 거의 어깨에서 수평의 높이로 알라스콩드를 하더라구요.


에튀튜드 동작을 할 때에도 러시아 스타일은 아라베스크에서 다리를 살짝만 구부립니다. 발레 실루엣을 중시하기 때문에 다리를 구부릴때조차 길어보이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발란신 메소드에서는 다리를 더 구부리더라구요. 그래서 다리를 짧아보이게 만듭니다. 어느 취미발레인이 미국 여행갔다가 예약한 발레 스튜디오에서 발레 클래스를 받았는데, 에튀튜드를 하자마자 미국인 선생님이 "노,노,노! 그건 러시아 스타일." 그리고는 들어올린 다리를 더 구부려 수정해주고는 "이게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했다는 일화를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이렇게 디테일이 많이 다른 러시아 발레와 발란신 메소드. 그런데 보면 볼수록 친숙해보이는 이유가 뭘까? 미국 발레를 보고 또 봤어요. 다른 메소드보다 에너지를 끝까지 보내고 춤선을 길게 쓰는 러시아 발레와 똑닮은 것이 눈에 보였어요. 상체의 움직임이 드라마틱한 러시아 발레, 상체 움직임이 매우 역동적인 발란신 스타일. 또 알롱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다채로운 느낌을 주는 폴드브라 포지션. 그리고 오히려 러시아 발레보다도 더 춤선을 길게 쓰고, 더 확장된 에너지를 쓰고, 미국 발레리나들이 러시아 발레리나들보다 더 높이 날아오르고, 더 부풀어 오르고, 더 빠르게 회전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제서야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발란신은 결국 러시아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결코 자신의 뿌리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뿌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춤 세계를 펼치면서 미국인 무용수들에 의해 미국 스타일의 발레가 나왔다는 것을요.


뉴욕 시티 발레단의 발레리나 메건 페어차일드가 춘 사탕 요정 베리에이션에서 발란신 스타일의 춤을 볼 수가 있어요. 앙오, 앙아방, 앙바, 알롱제의 폴드브라 포지션을 러시아 발레보다 더 과장되고 근육을 길게 쓰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또 위로 위로 상승하는 발레리나의 에너지를 감상하는 것도 감상 포인트이에요. 메건 페어차일드가 회전을 할 때에도 플리에(구부리다)를 하면서 회전을 하는데, 이런 회전이 발레리나의 푸앵트 테크닉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발란신이 발레리나의 푸앵트 테크닉, 회전 속도에 목숨을 거셨던 분이에요. 그게 더 천상의 춤에 가깝다고 여기셨기 때문이지요.


"진짜 삶은 지상에 있지 않아. 그런건 말로 설명할 수 없어."

- 조지 발란신 -


https://youtu.be/KA1AhCcNa8A?si=wbhMOsSztp34z7Po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