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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Oct 01. 2023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알면 클래식 발레가 보인다

클래식 발레의 교과서 같은 작품

고난이도의 발레 테크닉이 가능해진 클래식 튀튀

 19세기 프랑스에서 성행했던 낭만주의 발레의 인기가 한물가자 러시아에서는 고난이도의 테크닉과 엄격한 형식을 따르는 클래식 발레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까치발의 묘기가 시작되었던 낭만주의 발레에서도 치마 길이 때문에 동작을 정확하게 보여주기보다는 느낌만 살리는 위주로 동작을 한 반면 러시아의 고전주의 발레에서는 한층 더 짧아진 클래식 튀튀 덕분에 발레리나들은 현란한 발레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클래식 발레의 상징인 접시꽃 모양의 ‘클래식 튀튀’는 언제부터 입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다만 기교가 뛰어났던 이탈리아의 발레리나들이 입기 시작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낭만주의 발레에 비해 훨씬 고난이도로 진화한 발레 테크닉은 한층 더 짧아진 클래식 튀튀 덕분에 더욱 화려해졌다. 발레리나들의 신체를 자유롭게 해준 클래식 튀튀는 발레리나의 화려한 발레 테크닉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발레리나의 다리를 다 드러내는 클래식 튀튀는 세세한 실수나 결점이 다 드러났기 때문에 발레리나들은 하체 테크닉을 부지런히 연마해야 했다. 대신에 그만큼 발레의 테크닉이 발전을 하면서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동작들이 개발되었고 발레는 천상의 언어로 격상되었다.     


발레의 기본을 가장 잘 지킨 작품

마리우스 프티파와 차이코프스키가 협업한 발레 작품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발레의 기본을 가장 잘 지킨 작품이다. 발레의 가장 기본 호흡법인 횡경막 호흡을 하면서 한층 더 다채로워진 발레 테크닉을 뿐만 아니라 스퀘어박스를 철저히 지키면서 턴아웃을 기본으로 만든 하체 포지션과 폴드브라의 포지션을 정말 잘 지킨 정형화 된 발레를 보여주고 있다.      


턴아웃과 푸앵트 슈즈(토슈즈)의 상관관계

발레의 모든 메소드는 턴아웃을 기본으로 만들어져 있다. 발레에서 턴아웃을 하는 이유는 결국엔 푸앵트 슈즈를 신기 위함이다. 다시 말하면 ‘푸앵트 슈즈’를 신고서 돌고 뛰는 현란한 테크닉을 구사했을 때 발목이 돌아가는 등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스퀘어박스

발레의 가장 기본 중의 하나이다. 양쪽 어깨부터 골반 꼭짓점까지 움직이지 않고 고정을 유지하면서 모든 발레 동작을 한다. 즉 추상적인 춤선을 중시하는 네오클래식 발레나 격렬한 춤사위를 보여주는 모던 발레를 제외하고는 스퀘어박스를 지키는 것은 발레의 규칙이다. 특히 클래식 발레는 엄격한 규칙과 형식을 중시하기 때문에 스퀘어박스를 철저히 지킨다.     


클래식 발레의 형식과 특징

낭만주의 발레는 아무리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었어도 나름 섬세한 드라마같은 요소를 갖추고 있었던 예술사조였다. 스토리 전개에 따른 인물들의 감정선과 무대 위를 더 환상적으로 보이게 하는 어슴프레한 가스등 조명 등 극적으로 표현하는 연출력이 중요했다. 하지만 클래식 발레에서는 형식과 규칙을 기반으로 한 발레 무용수들의 현란한 테크닉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을 중시했다.      

클래식 발레는 언제나 “곧 발레가 시작됩니다.”를 예고하는 ‘서곡’과 남녀 주역 무용수와 솔리스트들의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는 ‘베리에이션’, 전체 줄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디베르티스망(캐릭터 댄스)’, 남녀 주역 무용수들의 화려한 발레 테크닉을 보여주는 ‘그랑 파드 되’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프티파가 이렇게 작품에 화려한 발레 테크닉을 연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발레리나들의 짧아진 치마 길이 덕분이다. 전통 대나무 우산처럼 밑단이 펼쳐진 클래식 튀튀는 발레 테크닉을 구사하는 데에 전혀 제약이 없었다. 덕분에 우리는 프티파 안무의 클래식 발레 작품에서 발레리나들의 아름다운 실루엣과 보는 눈을 즐겁게 해주는 현란한 테크닉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1막에서 ‘요정들의 베리에이션’



내가 알고 있는 동화 캐릭터들이 여기에 다 나오네?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동화 속 캐릭터들이 나와서 춤을 춘다. 클래식 발레의 특징 중의 하나는 이렇게 전체 스토리와는 상관없는 디베르티스망(캐릭터 댄스)이 꼭 빠지지 않고 정말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온 파랑새와 플로리나 공주의 ‘파드 되’

https://naver.me/xrchcFmL

플로리나 공주가 등장할 때 흘러나오는 악기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보자. 숲 속의 새 소리가 플루트의 맑고 아름다운 선율이 되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새소리를 듣는 듯한 플로리나 공주의 폴드브라도 매우 아름답다. 파랑새와 플로리나 공주의 파드 되는 새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날개짓과 다리를 터는 듯한 하체의 테크닉이 많아서 기교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춤이다.



디베르티스망은 프랑스어로 ‘기분전환‘이라는 뜻이다. 마리우스 프티파가 자신의 작품에 도입을 한 형식으로 기나긴 발레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오락거리로 여러 캐릭터들의 춤을 끼워넣어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디베르티스망은 작품 속에서 감초 역할을 한다. 이렇게 공기를 환기시켜 주는 춤 덕분에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한 무용수들의 기량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온 하얀 고양이와 장화신은 고양이의 ’파드 되‘

https://naver.me/FhN6NIbk

발레에서 ’고양이 스텝‘을 의미하는 ’파드샤‘ 동작이 많이 나온다. 파드샤는 고양이가 점프하는 모습과 닮았다해서 붙여진 동작 이름이다. 고양이 파드되를 추는 두 무용수들이 고양이처럼 어슬렁 어슬렁 스텝을 밟거나 브레브레 동작으로 발재간을 하거나 파드샤 동작을 할 때에 흘러나오는 클라리넷 선율도 주의깊게 들어보자. 살금살금 고양이가 움직이다가 민첩하게 점프를 하거나 장난스럽게 앞발로 손장난하는 모습을 묘사한 듯한 클라리넷 소리가 아주 재미있다.     



보여주기 식의 발레 자세

형식을 중시하는 클래식 발레에서는 모든 동작을 교과서처럼 정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때 무용수들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멋진 신체 라인과 아름다운 발레 자세를 다 보여준다는 느낌으로 동작을 한다. 이처럼 무용수들의 ’보여주기‘식의 발레 자세가 많이 나오니만큼 클래식 발레에서는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발레선을 감상하는 묘미가 있다.      


주연 무용수들의 그랑 파드 되

낭만발레에서 2인무였던 파드 되를 프티파는 형식을 더 넣어 그랑 파드 되를 만들었다.


**그랑 파드 되 형식**

* 앙트레 : 오페라 서곡처럼 “곧 두 주연 무용수들이 ’파드 되‘를 출 거에요.’라고 시작을 알리는 발레 포즈이다.

* 아다지오 : 주연 무용수들이 느린 선율에 맞춰 추는 2인무.

* 베리에이션 : 주연 무용수들이 각자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는 기교적인 독무.

* 코다 : 주연 무용수들이 빠른 템포의 선율에 맞춰 추는 파드 되의 하이라이트.


https://naver.me/FQRhV5Zq




이처럼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고전발레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발레의 기본을 지키면서 보여주는 현란한 테크닉과 정확하게 보여주는 발레 동작 그리고 주연 무용수들과 솔리스트들의 베리에이션과 여러 캐릭터들의 디베르티스망, 주연 무용수들의 그랑 파드 되의 형식을 철저히 잘 지킨 작품이다. 따라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알면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해적>, <파키타>, <레이몬다>등의 우리에게 익숙한 클래식 발레 작품들과 유니버설 발레단의 창작 발레인 발레 <심청>과 프레데릭 애쉬튼 안무의 <신데렐라>의 구성과 형식까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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