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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Sep 30. 2023

미스터리한 그녀들의 정체

호프만의 이야기와 발레 작품들

호프만은 발레의 역사에서도 매우 친숙한 인물이다. 다름 아닌 너무나도 유명한 발레 작품 <코펠리아>와 <호두까기 인형>의 원작자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술가들에게 창조의 원천이 된 E.T.A. 호프만은 괴상하고 기이한 판타지 소설들을 주로 쓴 독일 작가이다. 호프만의 작품들은 창의적인 예술가들에 의해 또다른 창조물이 되어 오페라와 발레 작품으로 거듭났다.

E.T.A. 호프만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는 호프만의 소설들 중에서 3가지 에피소드와 함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추가해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오페라를 작곡했다. 이 에피소드 중에서 1막에 나오는 내용이 예쁜 여자 기계 인형 올림피아의 이야기로 발레 작품에서는 레오 들리브의 <코펠리아>이다.

자크 오펜바흐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1

거나하게 술에 취한 시인 호프만은 술집에서 사람들에게 지난날에 사랑했던 여인들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게 세 명의 애인이 있었다.” “나의 첫 사랑은 올림피아”라고 말하면서 호프만은 그의 첫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올림피아와 사랑에 빠진 호프만


호프만의 첫 사랑 올림피아는 괴짜 과학자 스팔란차니 박사가 만든 기계 인형이다. 올림피아를 만든 괴짜 과학자는 사람들에게 태엽을 감으면서 인형을 보여주었다. 기계 인형 올림피아는 태엽을 감을 때마다 꾀꼬리처럼 노래도 불렀다. 이 인형이 어찌나 예뻤는지 호프만은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때 코펠리우스라는 마법사가 나타나 안경을 쓰면 콩깍지가 더 씌이는 마법의 안경을 건넨다. 사실은 기계 인형의 부품을 만든 인물이 바로 코펠리우스이다. 안경을 쓴 호프만은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것처럼 사랑의 포로가 된다.  호프만은 올림피아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네” 뿐이다. 그러다가 기계 인형의 나사를 잘못 건드려 나사가 풀어지지 않고 올림피아는 과열되어 쉬지 않고 계속 춤을 춘다. 결국엔 괴짜 과학자 스팔란차니 박사가 인형을 멈추게 했고 마법사 코펠리우스가 기계 인형 올림피아를 깨뜨려 버린다. 그러자 사람들은 기계 인형인줄도 모르고 아름다운 외모만을 보고서 사랑에 빠진 호프만을 비웃는다.

https://naver.me/FbzBejNZ

소프라노 : 캐슬린 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기계 인형 올림피아가 부르는 아리아로 레제로 소프라노가 구사하는 밝고 꾀꼬리같은 음색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콜로라투라 기교를 한껏 느낄 수 있다.



낭만주의의 마지막 발레 <코펠리아>

19세기 말 파리 오페라 발레단 단장은 <호프만의 이야기> 중 기계인형의 이야기를 발레 작품으로 구상했다. 이 이야기를 발레 작품으로 각색을 하면서 기괴한 분위기는 삭제하고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희극 발레로 탄생시켰다. 이 매력적인 발레 작품은 오늘날에도 프랑스, 러시아에서 자주 공연을 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사랑을 받고 있다.     


<코펠리아>의 발레 음악은 앞서 쓴 것처럼 아돌프 아당에게 사사받은 레오 들리브가 작곡했다. 들리브의 매혹적인 발레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3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혼자가 있는 프란츠가 인형 코펠리아에게 반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마을 처녀 스와닐다는 프란츠와 약혼한 사이이다. 그 마을에는 마법사 코펠리우스의 집이 있었는데  그 집 창가에는 언제나 코펠리아라는 예쁜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한편 스와닐다는 자기를 보고도 아는 척도 안하는 아름다운 코펠리아의 정체가 늘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와닐다는 자신의 약혼자 프란츠가 코펠리아에게 구애를 하는 것을 보고 속이 상했다. 하지만 사실 코펠리아는 코펠리우스 마법사가 만든 인형이었던 것. 질투를 느낀 스와닐다는 코펠리우스가 외출한 것을 보고 친구들과 함께 그 집에 숨어 든다. 코펠리아가 자동 인형인 것을 알게 된 스와닐다는 코펠리우스가 집으로 돌아오자 그 자동인형인 척 연기한다.     

로열 발레단, <코펠리아>에서 코펠리우스가 들어오자 자동인형인 척 하는 스와닐다(프란세스카 헤이워드)


https://naver.me/FLhSoGAg



언제나 12월을 빛내는 발레 작품 <호두까기 인형>

호프만의 다른 소설들처럼 <호두까기 인형>의 원작 역시 분위기가 기괴하다. 독특한 소재로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전반적으로 분위기도 기묘하다. 여기에 괴짜 드로셀마이어 대부의 등장도 소설의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한껏 더해준다.     


그러나 동화 곳곳에서 보이는 아동에 대한 시각은 오늘날에는 맞지 않다. 아동을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교훈을 남기려고 하거나 훈계하는 문장들이 소설 곳곳에 보이기 때문에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조금 안 맞는 부분들이 있다.     

<호두까기 인형>은 그래서 원작보다는 원작을 각색해 만든 발레 작품과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훨씬 더 매력적이고 사람 마음을 끌어당긴다. 전 세계가 매년 연말이면 <호두까기 인형>의 마법에 빠지게 된 데에는 사실 원작을 훨씬 뛰어넘은 발레 작품과 음악이 다 한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 발레 대본은 알렉상드르 뒤마가 호프만의 동화를 각색한 2막 3장의 <호두까기 인형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호프만의 소설 <호두까기 인형>과 발레 작품은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 안무는 클래식 발레의 아버지 마리우스 프티파가 만들었으며 차이코프스키 음악으로 1892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을 했다. 초연 당시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의 음악에 확신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 일은 정말 모른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 중의 하나가 <호두까기 인형>이니까 말이다. 전 세계의 발레단 대부분이 매년 12월이 되면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하고 있고, 수많은 어린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고 이 작품을 보러 공연장에 간다. <호두까기 인형>의 서곡 도입부를 듣는 순간 판타지의 세계가 펼쳐지는 이 마법같은 발레 음악을 들으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적인 상상력이 매우 뛰어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굉장히 예민한 작곡가였어도 어린이들을 굉장히 좋아했을 것 같그가 펼친 음악적 상상력에서 아이들을 사랑했던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호두까기 인형> 중 1막 파티 장면에서도 자동인형이 나온다.

자동인형은 18~19세기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인형으로 호프만이 시대상을 반영하여 소설의 소재로 사용한 것이다.     


https://naver.me/IgDt2z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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