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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Oct 05. 2023

춤으로 표현한 보석 <주얼스>

세 가지 보석의 영롱한 움직임

한 남자가 보고 느낀 보석 이야기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티파니 매장 앞에서 보석을 구경했던 것처럼 한 남자도 반 클리프 아펠의 보석 매장 앞에서 보석을 구경했다. 그리고는 그 보석들에 영감을 받아 창작물을 만들었다. 그 남자는 바로 미국 발레를 발전, 부흥시킨 발레 안무가 조지 발란신이다. 평소 발레리나들을 여신으로 생각했던 발란신은 보석에서 영감을 받아 블링블링한 발레 작품 <주얼스>를 만들었다.

왼쪽부터 피에르 아펠, 수잔 패럴, 조지 발란신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로 구성된 <주얼스>는 초연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사랑받고 있다. 비교적 발레 소품에 속하는 작품인데도 대작 못지 않게 걸작의 대우를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참으로 발레리나들을 더욱 아름답고 돋보이게 하는 작품이다.  발레리나들을 여신으로 생각했던 안무가다운 발상이다.      


보석을 춤으로 표현한 남자 조지 발란신, 그는 누구인가

사실 발란신은 미국인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클래식 발레를 보고 배우며 자란 러시아 사람이다. 직접 무용을 하는 것보다는 안무를 만드는 것에 더 소질이 있었던 발란신은 이후 파리로 떠나 20세기의 최대의 발레 스캔들을 양성했던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에 합류했다. 그곳에서 발란신은 바슬라프 니진스키, 미하일 포킨과 같은 발레 스타들과 합류했으며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와도 교우했다.

조지 발란신


재능있는 사람들을 알아보는 데에 귀재였던 디아길레프는 발란신의 재능도 알아보았다. 그는 발란신이 안무를 만들도록 독려했으며 발란신은 디아길레프의 격려를 받으면서 <아폴로>라는 작품을 창작했다. 발란신은 이 작품을 시작으로 점차 자신만의 발레 스타일을 구축해 나갔다.     


이후 발란신은 미국으로 건너가 러시아식 발레에 미국 문화를 입힌 발란신 스타일의 발레를 만들어 미국 발레의 선구자가 되었다. 러시아에서 클래식 발레를 배웠던 발란신이 어째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춤을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가장 설득력이 있는 의견은 러시아 무용수들과 미국 무용수들의 체급 차이라는 것에 힘이 실린다. 러시아 무용수들보다 키가 작고 날씬하지 않은 미국 무용수들의 신체 조건이 러시아식의 발레를 했을 때에 크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나오지 않아서 발란신이 미국 무용수들 신체 조건에 맞으면서도 미국 문화도 적절히 섞은 안무들을 창작했다.


자신만의 발레 스타일로 무장한 발란신은 ’네오 클래식 발레‘라는 장르를 탄생시킨다. “춤이 쇼의 주인공이 되게 하라.”의 명언을 남긴 발란신은 다음과 같은 명언도 남겼다. “세상의 모든 음악은 발레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음악성까지 뛰어났던 발란신은 창작도 별다른 고통이 없이 만들었다고 한다. 어떤 동작을 만드느냐를 고민한 적은 전혀 없고, 오히려 어떤 동작들을 사용하느냐에 고민을 했다는 발란신의 왕성한 창작력은 특별한 줄거리 없이 오직 춤선으로만 이루어진 작품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춤이 된 보석 <주얼스>

그의 러블리한 발레 작품 <주얼스> 역시 네오 클래식 발레이다. 특별한 줄거리가 없이 각 파트별로 보석을 대표하는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를 오직 음악과 의상, 느낌과 춤선으로만 표현을 했다. 따라서 각각의 보석들의 춤이 유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옴니버스 형식처럼 3가지의 색깔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     


1로맨틱 발레가 된 에메랄드

낭만주의의 발레 의상인 로맨틱 튀튀를 입고 추는 ’에메랄드‘는 상체 동작인 폴드브라가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다. 로맨틱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들이 아름다운 폴드브라를 선보이면서 요정이나 님프같이 공기처럼 가볍게 걷거나 공중을 떠다니는 듯한 테크닉을 구사해서 더욱 몽환적으로 보인다.

Yevgenia Obraztsova in Emeralds, from Jewels
Balanchine's Jewels, Royal Ballet


2비트있는 춤이 된 루비

붉은 열정을 내뿜는 ’루비‘는 발레가 아닌 다른 장르의 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클래식 발레에는 없는 스텝들이 많이 나온다. 보깅 댄스나 스트릿 댄스, 스윙 댄스에서 차용한 스텝들과 발레 동작들을 혼합한 발란신의 안무에서 매우 강렬하고 정열적인 열정이 느껴진다.

Alina Somova, Rubies from Jewels, Mariinsky Ballet


3클래식 발레가 된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는 모든 발레 동작을 교과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클래식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들의 군무와 파드 되를 추는 주역 무용수들의 동작을 보고 있으면 무용수 자신이 추는 모든 발레 동작들을 관객에게 정확하게 다 보여주는 고전주의 발레가 자연스레 연상이 된다.

Marianela Nunez, Diamonds from Jewels, Royal Ballet
Alena Kovaleva and Jacopo Jissi, Diamonds from Jewels, Bolshoi Ballet
New York City Ballet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를 춤으로 표현한 <주얼스>는 각기 다른 반짝임과 영롱한 움직임만으로도 발레의 역사와 특징까지 보인다.     

로맨틱 발레가 된 ’에메랄드‘는 프랑스에서 발전시켰던 낭만 발레를 상징하고 있고, 음악도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곡을 사용했다. 모던 발레 ’루비‘는 발레를 비롯한 다른 장르의 춤들을 혼합한 것만으로도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을 상징한다. 음악도 미국으로 귀화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곡을 사용했다. 클래식 발레가 된 ’다이아몬드‘는 고전발레를 발전시킨 러시아를 상징한다. 특히 궁중 무도회를 연상시키는 군무와 우아한 발레 마임이 러시아 황실을 떠올리게 하고 하얀색 바탕에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튀튀가 겨울 왕국 러시아를 연상시킨다. 음악도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사용했다.     


색채의 이미지를 춤으로 만든 음악

1967년 뉴욕시티발레단을 위해 만들었던 <주얼스>는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가 가진 각각의 고유한 색채와 영롱한 아름다움을 연상시키는 음악을 통해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무용수들의 춤선은 다시 작품의 이미지가 되면서 음악의 선율이 되었다. 특별한 스토리가 없이도 보석의 이미지를 춤으로 펼친 음악에서 아름다움과 감흥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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