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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Sep 25. 2023

* 춤은 음악이 되고 음악은 춤이 되고

춤과 음악이 하나가 되는 발레 음악

최근에 국립 발레단에서 <트리플 빌>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한 발레 작품은 클래식의 거장 쇼팽, 바흐, 베토벤의 음악을 사용해 만든 작품들이다. 클래식 거장들의 음악이 발레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기존의 클래식 곡들이 무용과 하나가 되어 새롭게 재창조되었고 또 하나의 유기적인 연결성을 보여주었다. 클래식 거장들의 음악은 창조적인 발레 안무가들에 의해 발레 음악으로 재해석되면서 무용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었다.      

국립발레단 <트리플 빌>


그러나 쇼팽, 바흐, 베토벤은 발레 음악을 작곡한 적이 없다. 변화를 시도하는 현대의 발레 안무가들이 이 세 분의 음악에서 샘솟는 영감을 얻어 재창조한 것이다. 따라서 <트리플 빌>에 사용된 거장들의 음악은 ‘무용을 위한 음악‘이기 전에 서양 음악사에서 ‘클래식 음악’이라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그렇다면 ‘클래식 음악’에서 또다른 존재감을 강렬하게 발휘하고 있는 음악 ‘오페라’처럼 ‘발레만을 위한 음악’도 클래식 역사 안에서 존재감이 있을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발레만을 위한 음악이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역사의 흔적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이탈리아에서 태동해 프랑스로 전파된 발레는 그 시작이 왕족과 귀족들의 사교댄스였기 때문에 음악은 어디까지나 궁중무용을 위한 배경 음악이었다. 최초의 발레 작품은 1581년 프랑스 궁정에서 결혼축하연으로 선보인 ’왕비의 희극발레‘로 기록되어 있지만 춤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귀족들의 멋들어진 걷기였다. 최초의 전막발레는 1789년에 도베르발이 안무한 2막 발레 <고집쟁이 딸>이었으나 이 작품 역시 발레를 위한 음악은 따로 없었고 민요 등을 짜깁기를 해서 음악으로 사용했다.      


이후 발레가 전문무용수들이 추는 춤으로 진화한 뒤에도 발레 음악은 만들어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문무용수들이 발레를 추었다고는 하나 대부분 오페라 막간에서 춤을 추었기 때문에 ’발레‘라는 춤은 오페라 내용이 전개되는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춤에 불과했고, 때로는 이러한 춤이 오페라를 감상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며 오페라 애호가들이 불평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발레의 역사와는 다르게 ’무용다운 발레 작품‘과 ’발레만을 위한 음악‘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서서 ’마리 탈리오니‘라는 최초의 스타 발레리나의 탄생은 지지부진했던 발레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19세기의 스타 발레리나 ’마리 탈리오니‘는 최초로 푸앵트 슈즈(토슈즈)를 신고서 날개 달린 로맨틱 튀튀를 입고 천상의 요정처럼 발끝으로 무대 위를 가볍게 돌아다녔고 당시 사람들은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가녀린 이미지의 탈리오니의 모습에 넋을 잃었다. 탈리오니의 공기 요정같은 춤은 곧 유럽 전역에 알려지게 되었고, 그녀의 환상적인 스타일의 춤은 낭만 발레의 시작을 가져왔다. 드디어 당시 유럽 전역에서 유행이었던 낭만주의의 예술사조가 발레에서도 성행하게 된 것이다.

요정이 된 19세기의 스타 발레리나 마리 탈리오니


낭만주의 발레가 유행하면서 ’발레만을 위한 음악‘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 정점에서 작곡된 낭만주의 발레 음악이 아돌프 아당의 <지젤>이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지젤> 음반으로 명연주, 명음반이다. 오케스트라의 화사한 음색이 공기처럼 가볍고 우아한 낭만 발레의 정수를 보여준다.





발레가 대중화되면서 KBS 클래식 FM 93.1에서도 다양한 발레 음악이 신청곡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루드비히 밍쿠스의 3대 발레 음악을 비롯해 음악도 매력적이고, 내용도 재미있는데 그 동안에는 <호두까기 인형>에 비해서 덜 알려져서 내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발레 작품 <코펠리아>의 음악도 몇 년전부터 자주 흘러나오고 있다. 내가 발레 애호가의 길로 처음 들어섰을 때와 비교해보면 많이 달라진 판도에 그 동안에 일구어낸 한국 발레의 발전과 대중화를 새삼 느낀다.     


이처럼 매력적인 발레 작품 <코펠리아>의 발레 음악은 낭만 발레의 끝 무렵에 작곡되었다. 아돌프 아당에게 사사받은 레오 들리브가 작곡했으며 그의 다른 음악들처럼 <코펠리아> 음악은 한번 들으면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날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지휘 : 장 밥티스트 마리

연주 : 파리 오페라 발레단 오케스트라

음반 표지 : 로열발레단 수석 무용수

            마리아넬라 누네즈     

음악이 매력적이고 생기가 넘쳐서 듣고 있으면 나의 텐션도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가끔씩 노동요로도 듣는다.




레오 들리브의 또다른 발레 음악 <실비아>.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로열 발레단에서는 프레데릭 애쉬튼의 재안무 버전으로 자주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낯선 발레 작품이지만 음악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루드비히 밍쿠스의 3대 발레 음악

19세기 후반부터 프랑스의 낭만 발레는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에 러시아 황실은 유럽의 발레 안무가들을 러시아로 불러들이면서 발레의 패권이 러시아로 넘어갔다. 러시아로 건너간 발레 안무가들 중에는 마리우스 프티파도 있었다. 프티파는 러시아 황실의 지지를 받으면서 차이코프스키와 루드비히 밍쿠스, 리카르도 드리고와 같은 작곡가들과 숱한 작업을 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러시아의 고전발레 양식을 완성시켰다.     


오늘날 대부분의 발레단에서 정기공연 레파토리 항상 끼워넣고 갈라공연에서언제나 빠뜨리지 않고 꼭 하는 발레 작품 <돈키호테>. 그만큼 신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기 때문에 <호두까기 인형>만큼이나 공연을 많이 하는 작품이다. 화끈한 스페인 감성과 뮤지컬처럼 감상할 수 있어서 대체로 호불호가 없으며 발레 입문작품으로도 많이 추천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도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 작품보다 밍쿠스의 3대 발레 작품을 발레 입문 작품으로 추천한다. 그만큼 밍쿠스의 발레 음악을 사용한 발레 작품들이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한 스페인 감성이 일품인 <돈키호테>,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발레 작품 <라 바야데르>,

발레와 친해지면 알게 되는 작품 <파키타>.


이 음반에서 밍쿠스의 3대 발레음악을 지휘하신 분은 평생 로열 발레단과 함께 작업하면서 무용 음악에 헌신한 존 란치베리이다. 존 란치베리는 영국 발레의 개국공신 프레데릭 애쉬튼과 케네스 맥밀란 등의 안무가들과 협업하면서 발레 무용수들과 함께 해 온 지휘자이다. 그래서 연주자이지만 지휘자 개인의 음악적인 해석보다는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스텝에 따라 그의 연주는 무용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다.



<라 바야데르>

지휘 : 리처드 보닝

연주 :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명성을 떨쳤던 리처드 보닝은 발레 음반도 많이 남기셨다. 무용수의 움직임으로부터 자유로웠던 리처드 보닝은 음악가로서 자신만의 해석을 많이 첨가하여 발레 음반을 남기셨다. 그래서 그가 남긴 발레 음반들은 공연 예술로서의 발레 음악이 아닌 연주회용 발레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그의 짜임새있고 치밀한 연주 해석은 관현악곡으로 듣기에 무척 아름답기 때문에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호평을 얻었다.     




고전발레의 기틀을 만든 마리우스 프티파는 아돌프 아당의 음악으로 발레 작품 <해적>도 만들었다.

다만 프티파는 아당이 작곡한 원곡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아돌프 아당의 <Le Corsaire, 해적>

지휘 : 리처드 보닝

연주 :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들리브 에디션)

아당의 음악에 들리브의 음악으로 3막을 더 추가해 녹음한 음반.          


프티파는 발레 <해적>을 안무하면서 들리브의 음악으로 3막을 추가해서 만들었고, 드리고의 음악으로 그 유명한 파드 되를 끼워넣었다.



발레 음악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 음악

이렇게 19세기부터 발레 음악만을 전문으로 작곡하는 음악가들이 나와서 숱한 명곡들을 남겼지만 여전히 그들은 유명해지지 않았다. 그들의 음악은 무용이라는 예술장르에서도 ‘발레라는 작품’ 뒤에 가려졌으며 음악사에서도 변방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가 등장하면서 발레 음악의 위상이 달라졌다. 차이코프스키가 남긴 3대 발레 음악은 발레사 뿐만 아니라 음악사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매년 12월의 첫 날 아침에는 언제나 우리집에서 <호두까기 인형>이 울려 퍼진다. 12월은 언제나 호두까기 인형의 계절. <호두까기 인형> 서곡의 도입부를 듣는 순간 나는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들고는 한다. 12월에 누릴 수 있는 마음 따뜻한 행복이다.         

지휘 : 앙드레 프레빈

연주 :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 중 최고의 명작 <백조의 호수>.

전반적으로 우수짙은 선율에 기품있고 우아한 음악이 백조들의 날개짓과 호수의 정경을 묘사함과 동시에 극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극적인 긴장감까지 불러일으키는 명작이다.     




차이코프스키 3대 발레 음반 중 명반으로 손꼽히는 녹음을 남기신 앙드레 프레빈은 그의 지휘에서 다재다능했던 음악가로서의 면모를 다 보여주고 있다. 현악기의 정교한 색채와 관악기의 다채로운 울림. 여기에 음악에 입체감을 더해주는 타악기의 울림은 지휘자의 섬세하면서도 리드미컬한 해석과 런던 심포니의 훌륭한 연주가 감상자의 마음을 이내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차이코프스키가 죽은 뒤 프티파는 발레 음악을 위해 새로운 작곡가를 발탁했다. 바로 작곡가 글라주노프이다. 이들의 가장 유명한 협업이 발레 작품 <레이몬다>이고, 이 작품은 비교적 성공했다.


<레이몬다>는 오늘날에는 내용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래도 러시아, 프랑스에서는 자주 공연을 하는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전막 공연을 하지 않고 전공반 학생들 또는 취미 발레인들이 베리에이션 부분만 발췌해서 배운다.


작품은 다소 생소하더라도 음악만큼은 투명하고 아름다운데, 특히 1막에서 레이몬다가 추는 독무는 안무가 오르골 인형처럼 매우 예쁘고 이때 흘러나오는 선율은 가슴 아릴 정도로 애틋하면서 투명하고 아름답다.   



  

발레의 패권은 프랑스와 러시아가 계속 엎치락 뒤치락 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고전주의 발레가 성행하고 있었지만 발레사에 폭풍과도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터진 곳은 다시 프랑스였다. 변화의 바람은 파리에서 시작되었고, 그 중심에는 디아길레프와 니진스키가 있었다.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와 함께 등장한 니진스키의 춤은 당시 파리의 관객들에게 전율에 가까운 충격을 안겨주었다. 디아길레프는 이러한 혁신의 바람을 주도하면서 그와 함께 협업을 할 재능있는 예술가들을 찾아다녔다. 서양미술사에 혁신을 몰고 온 파블로 피카소와 마르크 샤갈과 같은 화가들도 그의 발레 작품에 참여했으며 모리스 라벨과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와 같은 전위적인 작곡가들 역시 그를 위해 발레 음악을 작곡했다.     


특히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 음악들인 <불새>, <페트루슈카>, <봄의 제전>은 디아길레프의 발레 작품을 위해 작곡한 음악으로 음악사에서도, 발레사에서도 혁명적인 작품들이다.

지휘 : 마리스 얀손스

연주 : 로열콘체르토 허바우 오케스트라


처음에 이 음반을 들었을 때 대담한 화성에 깜짝 놀랐고 기괴한 음향에 몸서리를 쳤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마리스 얀손스의 해석이 가장 부드럽고 순한 맛 버전이라는 것을! 로열콘체르토 허바우의 연주실력이 정말 으뜸이다!


지휘 : 클라우스 매켈레

연주 : 파리 오케스트라

요즘 뜨고 있는 젊은 지휘자로 유럽의 오케스트라단에서 줄곧 러브콜을 받고 있다.

곧 한국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지휘 : 클라우디오 아바도

연주 :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앙드레 프레빈과도 환상의 케미를 보여줬던 런던 심포니는 아바도와도 최강의 호흡을 보여주면서 음악의 완성도를 높였다. 아바도와 런던 심포니가 뿜어내는 야성적이고 폭팔적인 굉음을 들을 때마다 상상 속의 원시사회 배경이 펼쳐지고 그 속에서 날 것에 가까운 인간의 본성을 느끼고는 한다.  



발레 무용수들꼽는 최고의 발레  음악 작곡가

"프로코피예프"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 <로미오와 줄리엣>은 무용수들이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 이야기를 발레 음악으로 만들었으니 작품으로서도 더할 나위없이 로맨틱하지만 음악 자체가 사람을 매료시키기 때문이다.


차이코프스키 이후 최고의 스토리텔러로서 작품 속의 인물들의 감정과 대립, 갈등을 비롯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채로운 관현악법으로 섬세하게 그려나갔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이 파드 되를 출 때에는 두 연인이 사랑을 속삭이는 듯한 낭만적인 선율이 흐르고, 몬테규가와 캐퓰릿가가 칼싸움을 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칼싸움을 연상시키는 긴장감과 속도감, 칼이 부딪히는 것을 묘사한 쨍한 사운드, 뾰족뾰족 날카로운 음향으로 극적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또 1막에서 캐퓰릿가의 무도회 장면 중 '기사들의 춤'이 나올 때의 음악은 역동성과 그로데스크한 매력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휘 : 발레리 게르기예프

연주 :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로코피예프의 또다른 발레 음악 <신데렐라>는 더욱 환상적인 마법의 색채로 가득하다. 살랑거리는 듯 익살스럽고 전반적으로 괴기스러운 장난기로 가득찬 음향은 감상자를 환상의 동화나라로 안내한다.  특히 반짝거리는 타악기 울림과 살랑거리는 현악기 소리는 낭만적인 감성에 빠져들게 하면서 동시에 괴기스러운 긴장감도 주고 있다. 꿈꾸는 것 같은 신데렐라 왈츠, 12시를 알리는 자정음 소리 등 음악만 들어도 장면들이 떠오를 정도로 음악적 상상력이 최고인 작곡가이다.


프로코피예프를 발레리노로 비유하면 최고의 발레리노를 지칭하는 "프리모 발레리노"같다. 솔직히 고백하면 프로코피예프 발레 음악을 처음 접했을때는 너무

낯설었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고 매료되는 프로코피예프의 다채로운 발레 음악. 그야말로 음악이 스토리를 따라가고 스토리가 음악을 따라가고 음악과 스토리 발레의 조화가 최인 작품이다!

지휘 :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연주 :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한편 디아길레프가 이끄는 발레 뤼스의 군단에는 20세기의 발레 혁명가 조지 발란신도 있었다. 디아길레프는 젊은 발란신의 재능을 알아보았고, 그에게 안무를 만들도록 했으며 그의 창조성을 독려했다. 발란신은 스트라빈스키와 자주 협업을 했다. 음악에서 추상주의를 추구했던 스트라빈스키는 스토리가 없이 오직 춤선으로만 음악을 표현하고자 했던 발란신의 예술적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 발란신은 자신의 작품에 스트라빈스키의 음악들을 많이 사용했으며 이후 발란신이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발레를 발전, 부흥시켰을 때에도 그들의 우정은 평생 지속되었다.


"모든 음악은 발레로 만들 수 있다." - 조지 발란신 -


발란신은 발레 안무가로서 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재능도 뛰어났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음악은 다 발레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음악의 이미지와 감정들을 순수한 춤선으로만 표현하는 네오 클래식 발레(신고전주의)를 창시했으며 발레의 불모지였던 미국 발레를 세계적인 발레 강국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발레의 역사에서 ‘발레를 위한 발레 음악‘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약 이 백년도 채 안 된다. 그마저도 춤을 위한 음악의 필요성에서 작곡된 발레 음악마저도 그 존재감이 무척 미미했다. 이러한 현상은 발레 작품은 유명한데, 작곡가는 누군지 모르는 일들이 발생했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가 뛰어난 천재성으로 완성도가 높은 발레 음악을 만들어 무용과 음악사에서도 발레 음악의 위상을 높여 놓았다. 또한 무용의 역사까지 바꾼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등장은 발레 음악도 오페라 음악처럼 클래식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특별한 존재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최고의 스토리텔러 프로코피예프의 등장은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의 계보를 이어나갔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발레 무용수들과 발레 애호가들의 마음을 가장 많이 매료시키는 작곡가가 되었다. 이렇게 위대한 발레 음악 작곡가들이 각자의 개성으로 음악 속에서 춤을 춤으로써 발레라는 춤은 더욱 특별한 존재로 빛나게 되었다. 드디어 무용을 위한 음악과 발레가 대등한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오직 무용수의 몸짓으로만 음악을 표현하고자 했던 발란신의 혁신은 오늘날의 발레 안무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의 발레 안무가들 역시 음악과 발레가 하나가 되는 것을 추구하고 있으며 음악은 무용수의 춤선으로 표현되고, 무용수들의 몸짓은 음표가 되고 있다.  

   

무용에서 음악이 먼저냐, 춤이 먼저냐를 논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는 것과 같을 정도로 무의미한 것 같다. 원래 고대부터 지금까지 춤과 음악은 하나였다.


다만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무용은 무대 예술이기 때문에 무용을 위해 연주되는 음악은 무용수들과 함께 호흡을 할 때 빛이 난다. 무용과 음악이 함께 갈 때 그 환상적인 공생관계에 아름다움을 느낀다.



"발레는 음악의 도움을 통해 시의 수준으로 고양된다."

- 오귀스트 부르농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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