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모르는 사람들도 누구나 다 아는 이 음악. 영화의 OST로도 사용되었고, 몇 년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한국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도 배경 음악으로 쓰였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이다.
이 음악의 독특한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같은 선율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단 두 개의 주제가 음악이 끝날 때까지 계속 번갈아가며 반복하는데, 리듬의 변화도 처음부터 끝까지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지루하기는커녕 오히려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사람 마음을 끌어당기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단순함이 오히려 파격적이고 매혹적인 음악
이렇게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음악을 작곡한 사람은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다. 어느 날 모리스 라벨에게 당시의 유명한 발레리나 이다 루빈스타인이 찾아온다. 이다 루빈스타인은 작품에 쓰일 스페인풍의 무곡을 작곡해달라고 의뢰를 했고 라벨은 이다를 위해서 스페인에서 유행했던 춤곡인 ’볼레로‘의 이름만 빌려와서 아주 단순하면서도 파격적인 발레 음악을 작곡했다.
이다 루빈스타인
모리스 라벨
피아니시모로 시작되는 이 음악은 단 2개의 선율이 반복되면서 리듬이나 박자 등 그 어떠한 형태의 변화도 없이 18개의 변주곡이 그대로 반복하다가 음악을 끝을 맺는다. 그럼에도 이 음악이 감각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같은 멜로디에 악기를 하나씩 추가하면서 음색과 음향으로 변화를 주어 점점 음악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단순함이 오히려 파격적인 발레 음악 <볼레로>는 스페인의 한 술집에서 여자 무용수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춤을 추다가 음악이 점차 고조됨에 따라 지켜보던 사람들도 함께 춤을 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음악과 무용이 하나가 되는 발레 작품 <볼레로>
<볼레로>의 안무는 처음에는 니진스키의 여동생 니진스카가 맡았다. 이후 여러 안무가들의 손을 거치다가 20세기의 발레 혁명가 모리스 베자르가 관능적이면서도 역동적인 강렬한 발레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모리스 베자르의 <볼레로>
단순한 리듬이 점차 고조되면서 발레 동작도 점차 점진적으로 에너지가 강해지면서 매우 강렬한 역동성을 보여준다.
이전까지는 발레리노들이 발레리나들의 들러리로 여겨졌으나 모던 발레의 지평을 연 위대한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가 남성 무용수들의 존재와 역할, 아름다움을 이 작품을 통해 크게 부각시켰다. 남성 무용수들의 잔근육의 아름다움과 움직임의 역동성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특히 빨간 원형 테이블에 혼자 첫 등장하는 남성 무용수들은 언제나 타고난 춤꾼들이었다.
대부분은 남성 무용수들이 첫 등장을 했으나 가끔 실비 길렘, 엘리자베트 로스처럼 카리스마가 강렬한 레전드 발레리나들이 첫 등장하기도 했다.
모리스 베자르가 그의 뮤즈 조르주 돈을 위해 1961년에 안무한 <볼레로>이다. 작품 속에서 빨간 원형 테이블 위에 올라가 독무를 추는 조르주 돈의 모습에서 관능미가 느껴진다. 특히 살짝 풀린듯한 몽환적인 눈매는 보는 눈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후 이 작품은 1980년대의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의 영화의 엔딩 장면으로도 쓰였고, 조르주 돈이 대중들로부터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