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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Oct 10. 2023

가장 마초같은 발레, 역동적인 춤의 향연

파워풀한 남성 발레 <스파르타쿠스>

소련에서도 남성 무용수들의 비중을 높이면서 발레리노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강렬한 매력을 발산시킬 수 있는 발레 작품 탄생시켰다. 바로 20세기 소련 작곡가 아람 하차투리안의 발레 음악 <스파르타쿠스>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안무와 만나 웅장한 스케일에 폭팔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남성 발레 <스파르타쿠스>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이 작품을 세 번째로 안무해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나기 전까지는 두 번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초연은 음악이 완성된 지 2년 후에 레오니드 야콥슨의 안무로 1956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키로프(현 마린스키) 극장에서 했으나 실패했다. 안무가 이고르 모이세예프가 이 작품을 재안무해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공연을 했지만 이 공연 역시 실패했다. 이 작품이 새로운 작품으로 탈바꿈해 성공한 것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안무를 대대적으로 수정하면서부터이다. 오늘날의 발레 <스파르타쿠스>는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개정 안무를 사용하고 있다.     


유리 그리고로비치는 발레의 기본은 지키면서 전폭적인 수정과 새로운 형식을 도입했다. 그 동안의 화려한 무대 장치를 간소하게 바꾸었고, 무용수들의 의상은 로마인들 외에는 단순해졌다. 여기에 연극의 독백극처럼 발레 작품 속에서 인물들이 심리 독백극을 펼칠 때마다 간소한 무대와 단순한 의상, 주인공을 집중적으로 비추는 무대 조명 덕분에 주인공들의 심리 드라마에 관객들이 더욱 몰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디베르티스망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대신에 러시아의 민속 무용을 차용해 웅장한 남성군무를 만들어 관객들을 압도시켰으며 파드 되에 서커스 못지 않는 고난이도의 리프트를 사용하는 등 매우 역동적이고 파워풀한 발레 대작을 만들었다.     


그리고로비치 버전

안무 : 유리 그리고로비치

음악 : 아람 하차투리안

개정 안무 초연 : 볼쇼이 발레단,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1968년 4월 9일

등장 인물 : 크라수스(명예욕과 자기애가 강하고 잔인한 로마 제국의 사령관)

           스파르타쿠스(로마에 노예로 끌려온 검투사로 자유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인물)

           프리기아(스파르타쿠스의 아내로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한 여인)

           예기나(크라수스의 애인으로 권력 욕심이 많은 악녀)

스토리 배경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나오는 스파르타쿠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전설인지 구분은 쉽게 안 간다. 어쨌든 스파르타쿠스는 트리키아라는 지역의 유목민이었고 그의 처 프리기아는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는 예언자였으며 로마군에 포로로 잡혀 노예가 되었다고 한다.

줄거리 :

1

로마의 사령관 크라수스가 전쟁에서의 승리감에 도취되어서 전쟁 포로들을 데리고 온다. 그 포로들 안에는 스파르타쿠스와 그의 처 프리기아도 있다. 곧 이어 노예상인들이 와서 전쟁 포로들을 귀족들에게 팔기 시작한다. 노예 상인들은 프리기아를 스파르타쿠스에게서 빼앗아 버린다. 프리기아는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과 슬픈 심정을 심리극으로 독백한다. 프리기아는 로마의 사령관 크라수스에게 팔린다. 그러자 그의 애인 예기나가 질투를 느낀다. 예기나는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관능적인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한편 검투사 두 명이 눈을 가린채 크라수스 앞으로 끌려온다. 이긴 자만이 살 수 있는 이 잔인한 결투에서 스파르타쿠스가 이긴다. 스파르타쿠스는 동료를 죽인 죄책감에서 복수심으로 활활 불타오른다. 스파르타쿠스는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 함께 노예로 끌려온 동료들을 규합한다. 그러자 동료들은 스파르타쿠스와 뜻을 함께 하기로 하고 충성을 맹세한다.      

2

스파르타쿠스는 프리기아를 찾아낸다. 두 사람은 재회의 기쁨에 젖어 아름다운 파드 되를 춘다. 스파르타쿠스는 자신이 해야 할 일도 잊지 않는다. 스파르타쿠스는 동료들과 함께 로마귀족들이 대연회의 향락에 빠져있는 사이 저택을 포위한다. 크라수스는 생포된다. 스파르타쿠스는 크라수스에게 칼을 던진 후 결투를 한다. 결투에서 이긴 자만이 살 수 있는 결투였으나 크라수스가 결투에서 졌음에도 그를 살려 보낸다.

3

결투에서 진 크라수스는 명예를 잃었다는 모욕감에 시달린다. 그리고는 스파르타쿠스에게서 받은 모욕을 잔인하게 복수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권력에 대한 욕망이 강한 예기나는 크라수스가 계속 권력자로 있어야 자신이 계속 사치와 향락을 누릴 수 있기에 크라수스가 계속 증오심이 불타오르도록 옆에서 자극한다. 결국 예기나는 스파르타쿠스의 동료들 사이에 분란을 조장한다. 결국엔 스파르타쿠스를 죽이는 것에 큰 공헌을 세운 예기나는 크라수스에게 그 공훈을 인정받는다.

로마군들에 의해 장렬하게 전사한 스파르타쿠스. 죽은 남편을 끌어안고 깊은 슬픔에 빠진 프리기아는 이내 슬픔을 가다듬고 남편의 정신성을 드높인다.     


가장 공격적이고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발레 작품 <스파르타쿠스>는 남성 무용수들의 뛰어난 기량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이 작품에 여성 무용수들이 거의 나오지 않거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남성 중심의 발레 작품 속에서 여성 무용수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여성 무용수들 역시 남성 무용수들 못지 않게 기량을 뽑아내야 하는 작품이다.     


이렇게 멋진 대작 <스파르타쿠스>는 그만큼 남성 무용수들의 숫자와 뛰어난 춤 실력이 중요하다. 첫 장면부터 로마의 사령관 크라수스가 승리감에 젖어 자아 도취된 발레 동작과 크라수스를 상징하는 점프 동작들을 보여준다.      


스파르타쿠스는 노예가 되어 끌려온 것에 대한 분노, 자유를 향한 끝없는 갈망, 검투사들끼리의 싸움에서 동료를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과 번뇌, 자유를 향한 의지와 봉기를 다지는 마음의 결정으로 모두 심리극과 역동적인 춤으로 보여줘야 한다. 특히 스파르타쿠스가 자유의 몸이 되고자 검투사들을 끌어모으는 장면과 이에 검투사들이 스파르타쿠스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들은 남성 무용수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마초 느낌의 역동적인 매력을 매우 잘 보여주고 있다. 이때 흘러나오는 하차투리안의 음악은 감상자의 마음을 웅대하게 만든다.

볼쇼이 발레단, <스파르타쿠스>에서 크라수스 역의 알렉산더 불치코프자신 속 점프 동작이 크라수스를 상징하는 점프이다.


<스파르타쿠스>는 발레인가? 묘기인가? 할 정도로 고난이도의 리프트와 곡예단 수준의 피쉬 다이브가 많이 나오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스파르타쿠스가 한 손으로 프리기아를 들어올리는 리프트는 연습할 때부터 무용수들이 초긴장하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연습을 한다. 자칫 잘못하면 발레리나의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예술 감독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적을 받는다. 특히 스파르타쿠스가 프리기아를 한 손으로 들어올릴 때의 손의 위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많은 조언과 지적을 받으며 연습을 한다. 무용수들간의 서로의 호흡과 집중으로 수없이 많은 연습 끝에 완성되는 아름다운 파드 되이다.

볼쇼이 발레단, <스파르타쿠스>에서 스파르타쿠스(카를로스 아코스타)와 프리기아(니나 깝초바)의 ’파드 되‘ 중 리프트


웅장한 서사를 담은 <스파르타쿠스>는 그만큼 무용수들의 관절의 가동성과 힘의 역동성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어떠한 동작이든지 크게 시원시원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것을 받쳐줄 무용수들의 피지컬이 매우 중요하다. 발레 무용수들이라도 나라마다 인종마다 체급이 다르다. 러시아가 소련이었던 시절 국가 무용수 선정 위원회가 소련의 시골까지 찾아가 신체조건과 체형, 유연성, 음감까지 철저히 체크해 발탁한 아이들은 발레 학교에서 철저한 연습과 훈련을 받으며 자랐다. 물론 자라면서 신체 조건에 맞지 않게 자란 학생은 학교에서 나가야 했다. 그렇게 고되 집중 훈련을 받으면서 자란 소련의 발레 학교 학생들은 고도의 발레 테크닉으로 무장한 뛰어난 피지컬을 가진 무용수들로 성장을 한다. 그래서 안무가 유리 고로비치가 발레 <스파르타쿠스>를 대대적으로 개정하면서까지 자신있게 만들었다.

볼쇼이 발레단, <스파르타쿠스>에서 예기나(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따라서 발레 <스파르타쿠스>를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해서는 뛰어난 피지컬을 가진 무용수들과 남성 무용수들의 인원수 그리고 단원 모두의 춤실력을 필요로 한다.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발레 무용수들의 피지컬이 제일 좋은 한국만이 이 작품을 1997년부터 꾸준히 공연을 해 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남성 무용수들의 숫자가 부족해 초연 당시에는 체대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까지 동원하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발레를 전공한 한국인 남성 무용수들로 인원을 다 채우는 쾌거를 이루었다.

볼쇼이 발레단, <스파르타쿠스>에서 스파르타쿠스역을 맡은 이반 바실리예프의 역동적이면서도 엄청난 높이의 점프력


이 작품이 공산주의 사상의 선전물이라는 평가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이념에 관한 것은 희석된 것 같다. 이념 때문에 안 보기에는 너무 멋진 작품이다. 작품에 나온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다 하나같이 또 하나의 작품일 정도로 아주 멋진 발레 작품이다. 남성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역동적인 춤의 향연, 이 파워풀한 에너지로 가득한 대작 <스파르타쿠스>에 빠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스파르타쿠스 전막 공연

https://naver.me/FwSnbTr2


스파르타쿠스와 프리기아의 파드 되(아다지오)

https://naver.me/Fu6VXKN1

프리기아가 천막에서 브레브레 스텝으로 걸아나올 때 플루트가 맑고 고운 소리로 장식음을 구사하고 있다. 프리기아를 상징하는 악기가 플루트이다.

드디어 재회한 두 사람. 상남자 스파르타쿠스도 자신의 부인 프리기아에게만큼은 한 없이 부드러운 남자이다. 너무도 아름다운 아다지오 선율과 함께 그들이 추는 파드 되는 서로를 향한 애정과 애틋한 마음이 느껴진다. 스파르타쿠스(미하일 로부킨)가 프리기아(안나 니쿨리나)를 한 손으로 들어올리는 고난이도의 리프트는 이 영상의 5분 22초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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