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ep 15. 2023
어쩌다 발레를 배우다...06
발끝 포인! 포인하세요!
발레를 모르는 분들은 유연하기만 하면 발레를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발레학원에 등록하시는 분들이 꽤 계시다. 그러나 첫 수업부터 예상외로 ‘빡쎈 근력운동’이 결합된 ‘발레’라는 춤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발레는 유연성보다 근력이 가장 중요하다. 근력이 좋아야 자세를 유지하며 버틸 수 있고 좋은 동작이 나온다. 유연성은 기르면 된다.
발레 동작은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가장 기본적인 ‘플리에’ 동작부터 어렵다. 발레는 가장 기초적인 동작부터가 어려우니 초급반, 중급반 레벨과 상관없이 각각 다 어렵다. 발레를 했는데 쉬웠다거나 힘들지 않았다면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발레 수업은 *매트 스트레칭 – Barre (발레 동작을 배우면서 기본기를 연마) – 센터(Barre에서 배운 동작을 응용한 무용수업)*로 이루어져 있다. 매트 스트레칭은 유아발레, 초등부 발레를 비롯한 초급반의 성인 취미 발레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필수처럼 다루고 스트레칭을 한다. 이유는 본격적으로 발레 동작을 배우는 Barre에서 중요하게 쓰일 근육을 단련시키고 스트레칭으로 관절을 부드럽게 만들고 근육을 늘려 본격적인 발레 동작을 배울 때에 부상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사진 출처 : 네이버, '포인' 동작을 하는 아이들그렇다고 전공반 학생들이나 중급반 이상의 성인 취미 발레인들이나 프로 무용수들이 스트레칭을 중요시하지 않게 생각하거나 간과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본격적인 클래스가 시작되기 전에 각자 필요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푼다. 프로 발레리나들의 발레 가방에는 온갖 스트레칭 기구와 운동 소도구들이 잔뜩 들어있다. 중급반 이상의 성인 취미 발레인들의 가방 속 운동 장비들도 거의 프로 무용수 수준이다.
https://naver.me/50eAJjB5
매트 스트레칭에서 가장 먼저 하는 동작은 바로 ‘포인 플렉스’이다.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동작이지만 사실은 종아리 전체의 근육을 단련시킴과 동시에 발레에서 중요하게 쓰일 발목을 강화시키는 동작이다.
먼저 매트 위에서 두 다리를 앞으로 뻗은 후 상체는 곧게 세운다. 이때 등을 구부리면 안 되고 어깨는 열려 있어야 하며 두 팔은 자신의 어깨에 위치하면서 자연스럽게 뻗는다. 그런 다음 종아리 앞쪽 근육부터 발끝까지 힘을 주면서 종아리 앞쪽과 발등의 근육을 늘린다는 느낌으로 포인을 한다. 플렉스 동작을 할 때에는 포인에서 데미 포인을 거쳐서 발끝과 발바닥 전체를 신체로 끌어당기듯이 늘리는데, 이때 종아리 뒷쪽 근육이 ‘찌릿찌릿’하게 자극이 오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그림출처 : 구글
유아들과 초등부부터 성인 취미반의 기초 클래스까지 발레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연마하는 동작이 바로 ‘포인 플렉스’이다. 그리고 가장 기초적인 ‘포인 플렉스’는 발레 경력이 어느 정도 되는 취미 발레인들과 전공반 학생들, 프로 무용수들도 꾸준히 연마하는 동작이다. 모든 발레인들이 연마해야 하는 동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발레의 모든 동작들은 모든 발레인들이 클래스마다 갈고 닦아야 하는 ‘반복의 연속’이다.
이렇게 매트 스트레칭에서부터 수업시간마다 반복하는 ‘포인 플렉스’는 본격적인 Barre 동작에서 응용되어 중요하게 쓰인다. ‘플리에’를 할 때에 를르베 업 상태로 발란스를 유지하거나 탕뒤 동작을 할 때에 바닥을 쓸어서 나가면서 발끝 포인을 하거나 데가제와 피케, 쿠페, 퐁뒤, 롱드잠브 아떼르, 데벨로뻬 드방, 그랑 바트망을 비롯해 파쎄, 스몰점프, 에샤페 등등 모든 발레 동작을 할 때에 항상 발끝 포인이 기본이다.
를르베
쿠페그래서 수업시간마다 선생님들이 강조를 하신다. “발끝 포인! 포인하세요!”
“힘있게 차고 나가서 포인!”, “(스몰점프를 할 때에도) 포인! 포인하세요!”
수업시간마다 듣는 매우 익숙한 말이다.
발레에 입문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선생님한테 참 많이 교정을 받았던 동작 중의 하나가 바로 ‘파쎄’이다. 발린이의 눈에는 ‘파쎄’가 요가의 나무 자세와 비슷해 보였는데, 곧바로 선생님의 지적을 받았다. “서연님, 요가 자세 아니에요. 이건 파쎄에요. 지탱 다리로 짓누르지 말고 누가 내 머리를 뽑는다는 느낌으로 계속 풀업하세요. 그리고 접은 다리는 턴아웃하서야 해요. 턴아웃, 턴아웃. 지탱다리도 조금만 더 턴아웃하세요. (접은) 다리를 이렇게 (지탱다리에) 붙이시면 안돼요. 발끝 포인해서 (지탱다리 무릎) 앞쪽에 가볍게 살짝만 닿는 느낌으로 하셔야 해요”
발레동작 '파쎄'
요가 '나무자세'선생님들이 이렇게 강조한 ‘포인 플렉스’가 발등의 선을 아치로 만들어 준다. 발레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발등의 선을 아치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정말 눈물겹다. 프로 발레리나들의 아름다운 발등은 수십년 동안 갈고 닦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발레리나 마리아 호레바의 아름다운 발등 선이렇게 ‘포인 플렉스’로 강화시킨 발목의 힘은 ‘토슈즈’를 신을 때에도 아주 중요하다. 토슈즈를 신고 쑤쑤로 서는 것은 발끝이 아니라 ‘발목의 힘’으로 서기 때문이다.
로열 발레단 수석 무용수 프란세스카 헤이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