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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 설킨 드라마 발레같은 고전 발레

어느 무희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라 바야데르>

by 아트 서연

라 바야데르 La Bayader (사원의 무희)

안무 : 마리우스 프티파

음악 : 루드비히 밍쿠스

대본 : 세르게이 쿠데코프

창작 배경 : 1830년 필리포 타길리오니가 괴테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같은 이름의 오페라 발레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후 당시 러시아 황실 발레단의 발레 마스터로 있던 마리우스 프티파가 이 오페라 발레의 동양적 요소에 마음이 끌려 대본을 다시 쓰도록 해서 발레 작품으로 완성했다,

구성 : 본래는 4막 7장이었으나 현재는 3막 5장

초연 : 1877년 2월 4일, 상트 페테르부르크, 볼쇼이 극장

이국적인 정서와 동양적인 매력을 스펙터클하게 연출해서

초연 당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인물관계도 :

니키아(인도의 무희)- 신과 인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고결한 영혼

솔로르 (용맹한 전사) - 니키아를 사랑하지만 권력을 위해 배신하고 감자티를 선택한다.

감자티(공주) -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자. 사랑까지 차지하고 싶다. 무희 니키아와는 연적

브라만(제사장) - 사랑을 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니키아의 매력에 빠져 니키아에게 구애를 한다. 니키아가 솔로르와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게 되면서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줄거리 (볼쇼이 버전) : 발레단마다 결말이 조금씩 다르다.

1막 인도의 사원과 왕실

사원의 무희 니키아에게 매료된 브라만은 구애를 하지만 니키아는 거부를 한다.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가 남몰래 만나는 것을 본 브라만은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왕은 전쟁의 영웅 솔로르에게 감자티 공주와 결혼을 명하니 솔로르는 사랑을 배신하고 왕의 명령을 받아들인다. 그때 질투에 눈이 먼 브라만이 들어와 왕에게 전사 솔로르가 니키아와 연인 사이라고 밀고를 한다. 사실 브라만은 왕이 솔로르를 죽일것을 내심 기대했으나 정작 왕은 니키아를 죽일 것을 명한다. 권력, 온갖 보석 등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감자티 공주는 솔로르가 니키아와 연인 사이라는 사실을 엿듣고 질투심에 불타오른다. 감자티는 무희 니키아를 자기방으로 불러들여 솔로르의 초상화를 보여주면서 곧 자신과 결혼할 사이임을 밝힌다. 그러자 미천한 신분의 니키아가 절망과 배신감에 사로잡히면서 반사적으로 탁자 위에 놓여있던 칼을 들고 공주를 향해 달려든다. 감자티 공주는 칼을 들고 덤벼드는 니키아를 피해 도망을 치는데, 이때 두 여자들이 피 튀기는 듯한 감정싸움을 춤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1막에서 가장 압권다.

https://youtu.be/rq77qlohDNk?si=jVvk4gBqd42NW9aL



2막

화려한 인도 궁전에서 호사스러운 디베르티스망이 보는 눈을 즐겁게 해준다. 감자티와 솔로르의 화려한 그랑 파드 되가 펼쳐지는 가운데 승려들의 춤, 전사들의 춤, 무희들의 부채춤, 황금신상의 남성 솔로 춤, 여성 솔로인 무희의 물동이 베리에이션, 노예들의 북춤이 등장을 하고 이어서 무희 니키아의 고혹적이고도 슬픈 독무가 시작된다. 니키아는 애써 슬픈 마음을 감추고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매혹적인 춤을 선보인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시선은 계속 솔로르를 향해 있다. 그러던 중 의문의 꽃바구니가 니키아에게 전달이 된다. 니키아는 솔로르가 보낸 꽃바구니인 줄 알고 기쁜 마음으로 춤을 춘다. 그러나 독사가 어느새 꽃바구니에서 기어나와 니키아를 문다. 그제서야 니키아는 자신을 죽이려는 감자티가 보낸 꽃바구니임을 알게 된다. 브라만은 니키아에게 해독제를 주지만 니키아는 목숨을 거부하고 죽음을 선택한다.

https://youtu.be/Hmu5rHcXdJQ?si=EGEKb47luzFxbqNa

https://youtu.be/hz6hRNW2O98?si=bJ3RVgHCim5Ei9vv


3막

솔로르는 니키아가 자기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며 비탄에 잠겨있다. 그는 수도승에게 슬픔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러자 수도승은 솔로르에게 아편을 권유하고 환각 세계에 빠지도록 한다. 솔로르가 환각 상태에 빠져들자 무대가 어두워지면서 망령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망령들의 군무가 발레 <지젤>의 윌리들의 춤과 <백조의 호수>의 백조들의 춤과 더불어 대표적인 백색 발레로 <라 바야데르> 3막의 백미이다. 이어서 망령이 된 니키아가 나타나 솔로르와 춤을 춘다. 솔로르는 환각 속에서라도 니키아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서양인들의 머나먼 세계에 대한 동경

사원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라는 제목에서부터 직관적으로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해가 뜨는 방향' 즉 지중해 너머 동방의 문화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된 오리엔탈리즘은 철저히 서양인들의 관점에서 본 동방 문화에 대한 시선이 담겨 있다. 그러한 시선에는 왜곡된 것도 있지만 <라 바야데르>에서 펼쳐지는 동방 문화에 대한 묘사들은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동방 세계에 대한 동경심을 매혹적으로 그려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오리엔탈리즘이 반영된 작품이기 때문에 발레리나들이 조금은 특별한 의상을 입고 매혹적인 춤을 추는 장면들이 많이 나와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서양의 코르셋과 드레스에서 비롯된 로맨틱 튜튜와 클래식 튜튜는 보디스(몸통을 잡아주는 부분)가 발레리나들의 몸통을 조여주지만 <라 바야데르>에서 인도의 무희들로 분장한 발레리나들이 입고 나오는 특별한 의상들은 배꼽을 드러내기 때문에 발레리나들이 복근에 신경을 쓴다고 한다.


드라마 발레같은 고전 발레 작품

화려한 인도 궁전이라는 이국적인 배경으로 온갖 음모와 암투가 벌어지는 <라 바야데르>는 클래식 발레임에도 드라마 발레처럼 인물들의 감정선을 리얼하게 표현해야 하는 작품이다.

여기에 대해 전설의 발레리나 니나 아나니아쉬빌리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주위에서 그 사랑을 용납하지 않을 때 나라면 어떻게 느낄 것인가, 또 어떻게 행동을 할 것인가를 머릿속에 떠올려보고 연기합니다."


아래의 영상물들은 전설의 발레리나들이 연기한 니키아(니나 아나니아쉬빌리)와 감자티(다시 버셀)

https://youtu.be/WU2xtrxnFlM?si=AaINg4xR2Wnc9c0u


https://youtu.be/e95QyigpFy8?si=l7Zzw0I5j8pULK0F



백색 발레의 정수를 보여주는 3막 '망령들의 춤'

3막의 망령들의 춤은 작품 전체 중에서 순수한 클래식 작품이자 완벽한 발레 테크닉을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다. 하얀색 클래식 튀튀와 스카프를 두른채 하나 둘씩 사선으로 경사진 무대 위로 아라베스크, 에파세 데리에, 스텝 스텝을 반복하며 내려오는 코르 드 발레의 군무는 대열에 맞춰서 내려와 칼군무를 환상적으로 춰야하기 때문에 단원들은 긴장을 많이 하는 상태에서 춤을 춘다.

솔로르의 환각의 세계에서 보여지는 니키아의 망령은 슬프지만 과도한 감정선을 보여서는 안되며 말없는 차가운 존재일 뿐 절제하면서도 우아하게 춤을 춰야한다.

비록 니키아가 망령이 되었지만 여전히 솔로르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 속에 품고 춤을 추는 연기를 펼쳐보여야 한다. 이 부분에서 비록 사랑을 배신당했어도 진실로 사랑했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지키는 지젤이 연상되기도 한다.

https://youtu.be/iONWSjFaEww?si=su-uMnjmJzCUWLlF


사랑과 욕망, 배신, 질투와 암투 그리고 죽음이 얽히고설킨 작품들은 무수히 많다. 어찌보면 통속적인 소재이기도 한 이러한 주제들은 작가의 필력에 따라 막장 드라마가 되기도 문학작품이 되기도 하고, 각색 및 연출에 따라 예술 작품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릴 때에는 매력이 넘치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 반대로 질투와 복수심은 부정적인 마음 들 때에는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울 것이다. 이러한 인간들의 보편적인 감정들은 누구나 다 공감하는 정서이기 때문에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호소력있게 전달된다.


참고문헌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프로그램북,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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