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등 각국 어느 나라에서도 서로의 평안을 빈다는 말이 인삿말이 될 정도로 '안녕'이란 말은 우리에게 오래된 소망에 가깝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그 안녕한 일상을 돌이켜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우리가 걷는 문밖의 세상이 다른 누군가가 경험하지 못했던 안녕한 순간순간이었음을 말해준다.
동시에 삶과 죽음에 대해 돌이켜 보게 만든다. 어릴 지진 사고로 인해 어머니를 잃고 이모의 손에서 자란 스즈메는 살아있는 자들의 유일한 희망이자, 상처를 상징한다. 오래전 재난으로 인한 상처를 지닌 스즈메는 그 상처를 보듬는 토비시인 소타에게 이끌린다. 소타는 스즈메의 상처의 근원인 그녀의.어머니가 만들어준 의자를 보게.되고, 조심스레 그 의자에 앉아본다. 소타가 다이진의 저주로 의자가 되는 모습은 스즈메의 상처의 근원에 소타가 다가가고 그것에 동화되는.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차마 잊고 싶었던 그날의 기억을 까맣게 칠하고 의자에대한 얘길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던, 스즈메는 일기장을 다시 펼쳐보기도 하고 상처의 근원인 의자를 들고 재난이 일어나는 곳을 향해 달린다. 스즈메는 자신이 피하고 싶었던 죽음의 기억을 온전히.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죽음이 두렵지 않으니까요"
이 말은 어린 소녀에 입에서 나오기 힘든 말이다. 죽음으로 가족과 삶을 잃어버린 소녀를 문밖의 세상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때론 가혹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스즈메의 안녕을 바라는 이들이 그녀가 가는 곳곳마다 있었다는 점에서 영화의 따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삶이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안녕을 바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의 안녕을 바라겠다는 마음이 스즈메로 하여금 그동안 피하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마침내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겠다는 마음으로 문을 열어 죽음을 슬퍼한 과거의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는 스즈메의 모습은 남겨진 이들에게 건네는 안녕하라는 인사이다.
특히 이 영화는 죽음과 삶을 문사이에 두고 교차시켜 연출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남겨진 자들의 닫힌 문을 열고 미래를 향해 문 밖 세상으로 나가길 바라는.감독의 바램이라 볼 수 있다.
죽음과 삶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져 있을 만큼 매우 가까운 것일 지도 모른다. 스즈메가 죽음과 그것을 통해 찾아오는 고통이 두려워 문을 닫고 살지 않고 기어이 세상 밖으로 나와 과거의 자신에게 희망을 건네는 장면은 이 영화의.마지막 장면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우린 매 순간 죽음과 삶을 오고가는 문 사이를 지나고 산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문 밖의 세상을 나갈 수 있는 이유는 " 조심해서 들어와라", "안녕히 다녀오세요" 와 같은 인삿말을 해주는 이들이.곁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