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교실과 함께 내 마음도 무너지고 있었다
3월부터 끊임없이 이어진 몇 몇 아이들의 욕설로 교실은 엉망이 되었다.
화나거나 기분 나쁘면 거침없이 '씨발', '존나 짜증나네.' 같은 말을 내뱉는 아이들로 나는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 말라고 얘기해도 그 때뿐, 화나면 또 다시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런다가 4월 말, 수업 중에 태블릿으로 조사하는 학습을 하라고 했더니 한 아이가 개인 핸드폰으로 조사하겠다고 했다. 태블릿으로 하라고 했더니, 속도가 느리다, 켜지는 데 오래 걸린다는 둥의 핑계를 대길래 개인 핸드폰을 조사하라고 했다. 조사가 끝나고 난 후, 아이는 유튜브나 게임 영상을 찾아보고 있었다. 조사 끝났으면 넣으라고 했는데도 넣지 않고 또 했다. 결국 난 핸드폰을 달라고 했다. 싫다고 버티다가 내주곤 화나서 교실 뒤로 가더니 쓰레기통을 발로 차서 쓰러뜨렸다. 분이 안 풀렸는지 쓰레기통을 뒤집어 안에 있던 쓰레기를 교실 바닥에 부어버렸다. 다시 쓸어담으라고 했더니 큰소리로 욕하면서 밖으로 뛰쳐 나갔다. 교실로 들어오라고 했더니 나한테 욕을 하며 아예 건물 밖으로 뛰쳐 나갔다. 그리곤 잠시 뒤, 우리 반 몇 몇 남학생들이 소리쳤다.
"선생님, 시민이가 선생님 때리겠다고 돌멩이 들고 와요. 처음에 화분 던지겠다는 걸 못하게 했더니 돌멩이 들고 온대요." " 얘들아, 막아!" 서로 소리치면서 우루루 나와 앞문과 뒷문을 막아섰다. 화가 난 시민이는 소리지르며 복도로 달려 와 문을 열라고 앞문과 뒷문을 주먹을 치고, 창문 유리를 주먹으로 쾅쾅 쳤다. 아이들은 모두 겁에 질려 있었고, 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며 그런 시민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침 1층에 계시던 보건 선생님이 올라와서 시민이를 데리고 내려가며 일단락이 났다.
급식 시간이라 아이들은 급식실로 보내놓고, 난 학년 부장님과 함께 의논한 뒤 교장실로 갔다. 교감 선생님, 교무부장님까지 둘러 앉아 상황을 말씀드리고 교권침해로 신고하고 싶다고, 위원회를 열어달라고 했다. 교감 선생님은 '핸드폰을 뺏은 것은 아동 학대로 걸릴 수 있어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하셨다. 한번도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 없던 나는 치욕스런 감정과 함께 올라오는 부끄러움을 억누르며 그럼 생활인권위원회라도 열어달라고 요청했고 그건 진행해 보자는 답변을 받았다.
그날 오후, 반 아이들에게 보고 들은 것을 있는 그대로 적어달라고 했고 아이들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구체적으로 적으며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방과후에는 시민이 어머님께 전화드려 오시라고 했고, 교감 선생님, 교무부장님과 함께 4자 면담을 진행했다. 엄마는 아이를 잘 지도하겠다고 했고, 필요 시 상담실에 올려보내 교실에서 분리 조치하는 것도 동의하셨으며 상담을 받으러 다니기로 했다.
이후 약식으로 이루어진 생활인권위원회에서는 교내 봉사를 하기로 결정했고 아이의 선택에 따라 교실 청소 3일과 반 아이들 앞에서 사과했다. 이렇게 학부모와 함께 심각하게 의논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나면 아이가 달라질 줄 알았다. 완전 착각이었다.
그렇게 5월, 6월, 7월이 지나는 동안 아이는 달라지지 않았다. 사건이 생길 때마다 엄마와 전화 상담을 했고, 엄마는 아이와 이야기 해보겠다고 했으며 상담센터에서 상담하고 있는 내용을 공유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 사이 동조 세력이 생겼다. 나에게 반항하고 욕하고 소리지는 것이 멋있다고 느낀 몇몇 철없이 남학생들은 슬슬 시민이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시민이가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나면 그 다음 시간에는 두번째 타자가 나타났다. 어느 날은 동시에 같이 맞장구치며 의도적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에 대해 지도하면 결국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마무리되곤 했다. 어느 날은 1교시부터 6교시까지 계속되는 수업 방해행동으로 제대로 수업을 할 수 없었다.
"조용히 좀 하자." "수업 좀 듣자." 말하며 나에게 힘을 실어주던 아이들도 하나, 둘 목소리를 내지 않게 되었다. 변하지 않는, 아니 시간 끌기로 수업 시간을 때우고 싶어하는 몇 몇 아이들이 합세하면서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일이 반복되었다.
여름 방학을 이틀 앞둔 저녁. 난 갑자기 배가 너무 많이 아파 동네 병원을 다녀왔다. 약을 먹어도 전혀 차도가 없어 결국 응급실로 갔다. 여러 검사를 마치고 '급성 담낭염'을 진단을 받았다. 정확한 원인을 얘기해주진 않았지만 한 학기를 버티다 결국 몸이 고장났다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무거웠다. 하루 쉬고 방학식 날까지 쉴 수가 없어 힘든 몸을 이끌고 출근을 했다.
병가 낸 날, 급하게 부른 강사 선생님이 혀를 내두르고 갔다는 후문을 전해 듣고 부끄러웠다. 나의 무능함이, 나의 부족함이 교실 문턱을 넘어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이다가도 어느 순간 자책하고 있는 날 발견했다. 그렇게 교실도, 내 마음도 무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