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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Nov 06. 2023

조금은 빈둥거려도 괜찮다

휴일에는 좀 쉬어야지.

  갑자스럽게 출근을 안하게 되면서 내 인생이 멈춘 듯 했다. 

  혼자 집에 있는 게 두렵고, 답답해서 찾게 된 돌파구는 도서관이었다. 평일 오전의 도서관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치열했다. 꽤 넓은 도서관이었는데도 곳곳에 자리를 잡고 다들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몰입하고 몰두해 있는 사람들을 보면 간절함이 느껴진다. 그걸 보고 있으면 나도 같이 기운이 솟았다. 


  겨우 찾은 빈자리, 미친듯이 책을 읽었고 정신없이 글을 썼다. 처음엔 답답해서 찾아갔는데, 이젠 숨통이 트여 찾아 간다.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서 아이들 등교하고 나면 나도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친정 엄마는 도서관 가서 하루 종이 뭐하냐 묻지만, 딱히 뭘 한다고 답변하긴 애매했다. 그냥 책 읽는다고만 두리뭉실 대답할 뿐이다.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들을 허투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 이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책 읽고 글 쓰는 일 외에 만보 걷기, 말씀 묵상하기를 더 챙기기 시작했다. 최근에 읽고 있던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 인문 고전 독서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최고의 고전인 성경 필사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필사 얘기를 듣더니, 예전에 영어 공부 하려고 샀다며 '영어 필사 100일의 기적' 책을  어디선가 찾아 왔다. 써볼 거면 써보라고..... 


  그렇게 해서 Small Step Planner로 정리 된 목록이 새벽기도, 성경 읽기(100일동안 1독), 걷기(하루에 만보), 책 읽기(3일에 한권, 일주일에 2권, 100일동안 20권 이상), 글쓰기(하루에 2편, 100일동안 200편), 잠언 필사(하루에 1장), 영어 필사(하루 1장)였다.


  오늘 아침, 남편이 읽고 있었던 '일의 격'이라는 책이 책상 위에 펼쳐져 있었다. 너무 많은 계획들로 걱정되는 마음을 책으로 대신 전한다며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펼쳐진 페이지의 제목은 '조금은 빈둥거려도 괜찮다'였다.

조금은 빈둥거려도 괜찮다

[일하지 않는 개미]연구팀은 일본 전국에 서식하는 뿔개미 속의 한 종류를 사육하고 한 마리마다 구분할 수 있도록 색을 입힌 후 한 달 이상에 걸쳐 8개 집단, 1200마리의 행동을 관찰했다. 관찰 결과, 처음에 일하던 개미가 피로하여 일하기 어렵게 되자 칠하지 않고 놀던 개미가 일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 집단의 개미 모두가 일하다 일제히 피로가 쌓이는 경우와 일부 개미는 노는 집단을 비교했다. 결과는, 전체가 모두 열심히 일하는 개미로 구성된 집단은 구성원 모두가 일제히 피로해져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을 때 집단의 멸망이 왔다. 이에 반해 일하지 않는 개미들이 일정 비율로 있는 집단은 오래 존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인간 개인의 삶도 유사한 것 아닌가 싶다. 매 시간 빈둥거린다면 문제가 있지만, 매순간 100% 빡빡하게 사는 것도 위험하다. 20%정도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래야 미래를 위한 고민도 하고, 가족과 책이나 자연을 즐기고, 비상 상황 시 백업으로 쓸 수 있다. 
의외로 열심히 살면서도 무언가 여유가 있으면 잘못살고 있는 듯 죄의식을 느끼는 과도하게(?) 성실한 분들이 꽤 있다. 죄의식을 놓을 필요가 있다. 삶의 20%는 좀 빈둥거려도 된다. 휴일에는 노셔라.

  도서관에 다닌지 몇 주 지나고 맞은 주말,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낮잠을 두 번이나 자고 일어났는데도 오후에 피곤함이 가시질 않았다. 쉬면서도 이렇게 하루 종일 있어도 되나? 싶은 마음에 마음이 무거워 지난 주말엔 피곤함 몸을 이끌고 도서관에서 잠시 머물다가 돌아갔었다.


  쉼없이 살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다 소진되고 나면 번아웃이 온다고 했다.

  이젠 죄의식을 좀 놓고 휴일에는 편하게 좀 놀아야겠다. 조금은 빈둥거려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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