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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Nov 01. 2023

일상을 통해 얻은 깨달음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거기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거기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이 문장은 '나보다 나은 사람의 좋은 점은 골라 그것을 따르고, 나보다 못한 사람의 좋지 않은 점을 가려내어 그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으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이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것을 통해 나를 돌아보며 성장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늘은 늘 다니던 도서관이 휴관이라 근처 다른 도서관에 갔다. 2층 열람실에서 한창 책을 읽다가 글을 쓰기 위해 3층 자료실로 들어가자마자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옆에 앉아 계신 비슷한 연세로 보이는 분께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엄청 큰 목소리로 사과 하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컴퓨터 자리를 예약하고 있는 사이, 그 분이 다른 자리로 옮겨 가시는 것 같더니 갑자기 다시 와선 "신문을 봤으면 제자리에 갖다 둬야지, 왜 갖고 있어? 그러면서 다른 사람보고 시끄럽다고 해?" 큰 소리로 말씀하시며, 사과했던 분 옆에 있던 신문을 집어 가셨다. 갑작스런 반말에 그 분이 쳐다 보며 안경을 벗자, "너 나한테 욕했지? 이 새끼 나와 봐." 대놓고 소리치셨다. 도서관 안에 있던 사람들이 쳐다보고 몰려와 지켜보는데도 상관하지 않았다. 이 익숙치 않은 상황에 도서관 사서 분들을 포함해 책을 보던 사람들은 모두 당황하여 지켜 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열람실 밖으로 나가시면서도 시비 붙었던 분께 나와 보라고 하는 걸 도서관 사서가 제지하며 따라 나갔다. 로비에서 사서에게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설명하는 소리가 안에까지 들렸다. 상황을 들어 보니, 어르신이 더워서 부채질하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시끄럽다고 하길래 사과를 했다는 거였다. 사과를 하긴 했는데 빈정이 상하셨는지 신문으로 트집을 잡으신거다. "내 나이가 70인데~"하시며 말씀하시는 걸 들으며 기가 막혔다. 70 평생을 살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도 못하고, 공공 도서관 에티켓도 지키지 못하는 걸 부끄러워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자신의 순간적인 감정과 화를 조절 못하는 모습을 창피해야하는 게 아닐까?


  '난 저렇게 나이들지 말아야지, 최소한 부끄러운 행동은 뭔지 알고 살아야지.' 생각했다.


  순간, 내 생각 속에 떠나 보내기로 선택했던 우리 반 아이들이 비집고 들어왔다.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에게 대드는 몇 몇 아이들을 보며 나머지 아이들이 따라하면 어떡하냐, 그 아이들이 불쌍하다, 뭘 보고 배우겠냐고 한탄했었다. 아이들이 잘못된 걸 배우는 환경을 내가 만들었다는 자책감에 괴로웠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질책하고 지도하기에 급급했다. 나머지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만 했다. 이 상황을 바꾸려고 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내 생각이 틀렸다. 그 아이들은 서로에게 스승이었다. 잘못된 행동을 보고 나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배웠을 것이고, 이기적인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구나를 배웠을 것이다. 분명 서로를 통해 성장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저며왔다. 그저 미안하고 힘들어했던 나를 다독였다. 나 역시 그 아이들과의 시간을 통해 힘들었지만 많은 걸 배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도 여전히 배우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세 사람만 있어도 반드시 스승이 있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몸소 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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