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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Oct 27. 2023

사랑의 빚만 늘어간다

언제나 부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야

  "괜찮아요?"


  내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인사말이다. 이젠 좀 괜찮냐고.... 괜찮아졌냐고.... 물어온다.

처음 이 질문을 받기 시작할 때만해도 "아니요, 안 괜찮아요."라고 대답하거나 "아직 좀 힘드네요." 라고 조심스럽게 미음을 내비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요.' 라고 답변하는 일이 늘어났다.


  문득, '괜찮다'는 말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국어 사전에는 '괘념치 않는다'라는 표현과 함께, 상관하지 않는다, 상관 없다는 등의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내가 처한 상황을 나와 상관없는 것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으로 해석할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결국 '괜찮다'는 말은 상황을 조금 멀리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의미하지 않을까?


  어제 교회 같은 목장에 속해있는 집사님 한 분을 만났다. 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같이 점심 식사 한번 하자고 했던 걸 잊지 않고 연락해 왔다. 동네에서 맛집으로 소문 난 회전 초밥집에서 만났다. 역시나 괜찮냐고 물었고 난, 많이 괜찮아졌다고 대답했다. 정말 그랬다. 학교를 쉬게 된 상황에 감정이 매몰되어 눈물 없이는 얘기할 수 없었던 내가, 이젠 제법 정제된 표현과 말투로 설명하고 있었다. 때론 웃음도 났다.


  시간이 약이란 옛말이 맞다. 한 달이 훌쩍 넘어가면서 매일매일 그 상황을 곱씹고 곱씹으며 후회와 자책, 반성 속에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어느새 뭍으로 조금씩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었나보다.


  하지만, 시간보다 더 큰 힘이 있었다. 바로 내 옆을 지키고 있던 가족과 좋은 사람들이었다.

  친구들에게 주기적으로 연락이 왔다. 괜찮냐고 안부를 물어주었다. 교사 모임의 선생님들도 전화로, 톡으로 위로해 주었다. 이 사람들의 위로와 격려, 조언이 있었기에 다시 털고 일어설 수 있었다. 내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 다잡아 주고, 내가 죄책감에 시달릴 때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새삼 나에게 좋은 친구와 가족, 공동체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지던 관계들이 너무 소중해졌다. 아마 이 일이 아니었으면 잘 모르고 지나갔을 뻔 했다. 이렇게 점점 사랑의 빚만 늘어가나보다.


 힘겹게 하루는 버티고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 괜찮냐고 물어봐 주어야겠다. 빚을 갚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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