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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서 거리 두기

by 매글이


관계를 지속하다보면 결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고, 결이 다른 이들은 자연스레 떨어져나가게 된다. 오프라인이야 그렇다 치고, 온라인에서도 그렇게 되어가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글로 사람이 다 표현될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 성향이 드러난다.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관계는 고민스러울 이유가 없다. 하지만 결이 다르다 느끼는데 한쪽에서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고민스럽다. 관계가 끊어지는 상상을 자꾸 해보게 된다.


나의 트라우마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내게 집착했던 사람과 관계를 한 번 정리하고 나서 후련하기보다 마음에 깊은 상처가 남았던 기억이 아직도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게 아닐까. 주변에서 누가봐도 관계를 정리히는 게 맞다 말했던 관계였지만, 이유야 어찌되었든 마지막 종지부를 내가 찍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괴롭고 죄책감이 들었으니까.


결이 달라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된다는 건.. 상대가 좋고 나쁜 사람이기 이전에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불편한 관계임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마무리할 자신은 없다. 마지막 상황을 그려보다보면 또 자책하고 괴로워할 내가 보이기에 선뜻 용기도 못내겠다.


단칼에 끊는 상상을 하니, 상상만으로도 괴로운 게 아닐까? 천천히 거리를 두어보기로 한다. 불편하고 싫은 감정이 조금씩 누적되다 보면 어느 날 그것이 폭발해 터지는 날이 있더라. 그런 날 단칼을 빼어들기보다, 미리 예방하는게 낫지 않을까.


사람이 미워지면 결국 가장 힘들어지는 건 나 자신이다. 나처럼 사서 온갖 고민을 하는 스타일은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그 감정조차 죄책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미움이 쌓여 어느날 갑자기 관계를 끊는 일은 두 번은 하고싶지 않다. 상대를 위함이 아니라, 내 마음이 너무 힘드니까.

책을 읽는데, 한 문장이 가슴에 훅 하고 들어와 박힌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 사람이 미워지기 전에 거리를 두자."


그래. 거리를 두는 것. 관계를 끊고 싶을 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기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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