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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글쓰기 2

나다운 모습으로 대화를 하려면

by 매글이

가슴이 답답하고 피로가 몰려왔던 날.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지나치게 말을 많이 했던 날이었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장시간 대화를 나눈 건 참 오랜만이기도 하지.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를 좋아하는 나다. 에너지를 주고 받는 것도 좋아하고. 하지만 대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기가 너무많이 빨리는 느낌이다.


외향형 인간인 줄 알았는데, 내향형 인간인가 싶기도 하고. 자꾸 mbti 의 알파벳 하나로 나를 끼워맞추려 하는 나를 본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그 거 하나로 설명될 수 있는 인간은 없는데 말이다.


어제했던 나의 말들을 자꾸 복기하게 된다. 상대의 질문에 왜 이렇게밖에 대답을 하지 못했을까... 왜 나를 자꾸 깎아내리려는 말을 쓰는걸까.. 나느 분명 가족들을 사랑하고 장점이 더 눈에 많이 들어오는데, 말을 할때에는 왜 단점을 이야기하게 되는걸까.. 등등



어쩌면 상대는 나의 말 하나하나에 그리 신경을 안쓰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나 혼자 나에대해 평가해보게 된다. 어떻게 보일까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요즘은 내가 바라보는 내가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더 크다.


왜 나는 말을 하고나면 내가 한 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걸까. 특별히 문제가 있지도 않고, 대화도

화기애애했는데, 나는 대체 무엇이 마음에 안들었던 걸까.

하나씩 생각해본다.


무슨 욕심이 나를 뒤덮고 있는걸까.


첫째, 재미있는 사람이 되는거? 젊었을 땐그랬던 것 같다. 말재주가 있는 편이라 언제 어디서든 대화를 주도하고 이끌어가는 편이었고, 대화를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라는역할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게 아닐까?


두 번째, 솔직한 사람이 되는거?

프라이버시를 노출하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솔직한 사람은 되고 싶고 . 혹시 그래서 솔직한 척을 하는 것인가??


세 번쨰, 튀는 사람이 되기 싫고, 평범해 보이고 싶어서?


사실, 나는 주변인들의 장점을 더 잘보는 사람이다. 웬만한 상황에도 불만보다는 만족하는 편이고. 하지만 좋은 게 좋은거고, 매 순간 좋은 것을 찾아내는 나의 성향이 보통이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이들의 눈에 튀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일부러 장점을 드러내기보다 단점을 말하는데 집중하는 것일까?


내가 한 말을 복기하면서 후회되는 점은 일관성이 없다는 것. 재미있게 떠오르는 말들을 마구 하다보면 나란 사람이 이렇기도 하고,저렇기도 한 것 같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나에대해 내가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어떨 때에는 진짜 내 모습과 다른데 엉뚱한 방향으로 나를 묘사하고 있을 때도 있다.이건 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아주 분명한 말투로 말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볼 때면 지나고나서 정말 환장하겠다.


그래.. 나를 내가 더 이해하고 알기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한 모습들이 있을 테니까. 일관성이 없다고 나를 자책하기보다는 그럴 수 있다고 너그러이 바라봐주고 싶다.


이렇게 쓰다보니 내가 나 자신을 특별하다 여기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세상과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는 점. 이 점이 남들과는 조금 다르고, 특별하다 생각하는데, 튀기 싫은 마음에 드러내고 싶지는 않고.. 없는 단점을 자꾸 만들게 되고, 겸손한 척을 하게되고, 누가 나를 칭찬하면 자꾸 장점을 아니라는 말로 부정하려는 게 아닐까.

내 속에 내가 생각하는 나. 자아의 크기가 비대해진 느낌을 받았다. 진짜 나의 모습보다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내가 타인과 있을 때에 더 많이 튀어나오는구나를 느낀 날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특별함을 단점으로 일부러 깎아내려 나만의 평균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균형을 맞추는 게 의미가 없다. 내가 가진 장점을 드러내도 괜찮다. 과하게 겸손한척 하는 것도 자신감 부족이다.


하루에 대화를 너무 많이 하지는 말자. 기가 빨리고.. 복기하는 성향이다보니 복기할 대화의 양이 많아지면 그 자체로 피곤해진다.


모든 것에 솔직하지 않아도 되고, 재미가 없어도 되고, 일관성이 없어 보여도 우유부단해 보여도 모두 다 괜찮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보여도 아무 상관없다.


이렇기도하고, 저렇기도 한 진짜 내 모습을 그저 바라보며, 또 그래도 된다고 나에게 좀더 관대해지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 스스로 그래도 괜찮다고 토닥이고 수용받아야만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다보면 말도 좀더 나답게, 만족스럽게 나올 것이다. 진짜 나와 보이는 나의 괴리를 줄이는 방법이다.


다음번 대화에서 이렇게 말하고, 이렇게는 말하지 말아야지 백날..연습하고 결심해봤자. 다음 번에는 똑같은 대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 내가 나에게 좀더 관대해지는 시간을 갖는 것에 집중하는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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