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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행복만을 보았다

by 매글이

소설 <행복만을 보았다>를 읽었다.

긍정적인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전반적으로 어두웠다.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이 얼마나 한 사람에게 큰 아픔이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사랑의 결핍은 그저 상대를 미워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자기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으로도 이어졌다. 어쩌면 그래서 더 위험하다.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 그런 대접을 받는 게 마땅한 거라는 생각은 점점 수치심으로 변해갔고,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이끌었다. 그리고 사랑받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두려움과 수치심은 마치 전염이라도 되듯이 자식에게로, 손녀에게로 대물림되는 것 같았다.


주인공이 자신을 버린 친모를 찾아가지 않는 것은, 엄마가 자신을 원치 않아 한다는 것을 또 한 번 확인받고 싶지 않아서 이기도 했다.


친 자식에게 해서는 안될, 상상도 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르는 주인공이지만 그에게 나쁜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식에게는 자신과 같은 일이 대물림되기를 원하지 않는 마음도 있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자식에게 사랑을 주는 방법도 모르는 게 당연하지 싶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사랑하고 살아야 하는 존재다. 그 당연한 것에 결핍이 생기면 수치심, 자기 비난, 자기 학대도 일어나게 된다. 결국 비겁함이라는 것도 사랑을 표현하는 소극적인 방식 중 하나인 셈이라 해석하고 있다.


두려운 마음 너머에는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이 존재한다. 그러니 자신이 사랑을 못 받을 거라 생각하면 그 두려움은 더욱더 커지는 거겠지.


책은 우리 인생은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니컬하게 시작하지만.. 결국 힘들어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자신에게 치명적인 해를 가한..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아빠에게 딸이 마음의 문을 여는 장면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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