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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글쓰기 5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

by 매글이


사무실을 나오는 순간부터 마음이 불편했다. 오늘 분명 별 일 없었는데, 일도 잘 끝났는데, 왜 그럴까.


팀 내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는 나는 늘 고민이다. 어디까지 내가 개입하고 도와줘야 할 지에 대해서.


하지만 순간순간 상황에서는 그 선을 자주 왔다갔다 드나들게된다. 내가 굳이 해주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나서다가 혼자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고.


팀원이 자기 일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하고 있었고, 나는 주말근무 후 퇴근을 하려던 차에 갑자기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는 그녀.


협조사항이라 꼭해야하는 일은 아니지만 팀장이 하라고 했다는 게 요지. 그러면 해야겠다는 말로 나도 거들었는데, 생각해보니 굳이 내가 그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하라는 지시는 팀장이 했고, 나도 내가 처리할 게 아니니 굳이 못박듯이 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도 되는데 마치 내가 지시하는 듯한 느낌의 말을 뱉고보니 후회되었다.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쓸데없이 사족스러운 말을 덧붙인 것도 후회되고. 도와줄까? 한 마디 없이 바로 퇴근해버린 내 모습이 많이 아쉽기도 했다.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맴도는 이런 생각들은 하루종일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까지 고민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왜 그리 마음이 불편했을까?


내 모습이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해서 그런게 아닐까.


내 업무도 아니고, 팀장에게 명확히 지시도 받은 상태라면 내가 도와줄 일도 아닌데, 내가 관리자인 것처럼 방향을 잡아주고 싶었던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생각났다. 누군가 내 의견을 물으면 나는 갑자기 적극적이 된다. 평소에 생각을 많이 안하고 지내는 탓일까. 생각없는 사람으로 보이기 싫은 욕심이 있다.


멋지게 방향설 정을 해주고 싶은 쓸데없는 욕심이 맞겠다. 어제같은 경우는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반드시 해야할 일은 아닌데,지시가 떨어진 상태에서 하기 싫은 팀원의 마음만 읽고 공감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늘 늦게 생각이 난다.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텐데...싶어 뒤늦게 후회하고 자책한다. 내 마음이 불편한 이유도 만족스럽지 못한 내 모습에 대한 후회가 아닐까 싶다.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순간에 어떻게 생각할까? 내 업무도 아니고, 단순히 의견을 묻고 답한 것이니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겠지 ? 워낙 별것 아닌 것들에 사사건건 안테나를 세우는 나는 초민감자라, 그렇지 않은 이들의 반응과 태도가 궁금해진다.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말이 많아지는성향도 마음에 안들고, 말이 많아지다보면 안해도 될 말을 하게되어 후회하는 것도 싫다.


이왕 입을 열고 말을 할 거면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멋진 말을 해주고 싶은 욕심까지 있으니 내가봐도 나는 참 피곤한 스타일이다.


모든 자극과 상대의 반응에 민감하고, 완벽주의 성향까지 있어 신경 안써도 되는 모든 것들에 신경을 쓰려하니.


겉으로는 멋지고 쿨한 사람인척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일 뿐, 그렇게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고)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괴롭고 속이 문드러질 때도 많으니 세상살이가 참 피곤하게 느껴진다.


여하튼, 오늘의 소득은 내가 왜 마음이 불편한지 알았다는 것이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내 모습에 대한 나의 아쉬움과 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임을 알게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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