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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고민 9

퇴사를 고민하며

by 매글이

아침에는 생각없이 나갔다가 오후되면 고민거리를 잔뜩 안고 퇴근한다. 해야할 일 생각, 마음에 걸리는 상대의 반응, 지나간 일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등등 하루도 고민이 없는 날이 없다.


주말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잠시라도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 되니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떴는지 퇴사를 매일 말하고 생각한다. 물론, 회사에서는 내뱉지 않지만, 집에와서 남편에게는 밥 먹듯이 얘기하는 단어다. 퇴사. 할거라고.


처음에는 놀라더니 매일 들으니 이젠 놀랍지도 않은것 같다. 그래. 퇴사해~ 안다녀도 돼~ 웃으며 말하는 여유도 생긴 남편이다.


하루에 해야할 말의 총량이 있다고 하던가. 회사에서는 말이 많지 않으니 집에와서 못다한 말을 해야하는건가. 어쨌든 남편은 매일 반복되는 나의 넋두리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퇴사할거라는 말을 심각하게 생각해도 걱정이니까. 매일 푸념이라도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니 고마운 사람이다.


퇴사한다는 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 가장 오래 회사를 다닌다는 말도 생각난다. 그게 내가 되고 싶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그렇게 될까봐 무섭기도 하다. 두 가지 상반된 마음이 공존하는 이 상태를 어찌 해석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그저 하루하루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수밖에는.


별 일이 없는 날엔 이만하면 다닐만 하지 싶다가도, 조금만 어려운 일이 생기고, 고민이나 갈등이 생기는 날엔 당장 그만둬야지 싶다가. 내가 문제인가 싶은 생각도, 조직에 비전이 없다는 생각도. 여하튼 매일 뒤죽박죽이다.


어쩌면 오래 다니고 싶어 퇴사하겠다는 말을 밥 먹듯이 하는 걸 수도. 깊은 내 마음 한켠에는 퇴사하기 아까워하는 생각이 있어 마음의 균형을 맞추려 말이라도 그렇게 뱉는 게 아닌가 싶다.


마음이 뜨고, 좋아하는 걸 찾았다 생각해 곧 퇴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마음이 수시로 왔다갔다 바뀌고 있으니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 걸 찾았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구나.


매일의 생각과 기분을 그저 이렇게 적어내려가보자. 묵혀둘 때보다는 마음이 가벼워지니, 그것만으로도 오늘의 만족감은 높아진다. 내일은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르겠지.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라 생각한다. 이 하루가 누적되면 반복 속에서 의미있는 차이가 생길 지도 모르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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