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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고민 10

마음 가는대로

by 매글이



매일 퇴사할까 말까 왔다갔다 하는 마음을 다잡아보기 위해 일기를 써보기로 한다. 하지 말아야지 한다고 생각이 안드는 것도 아니고, 마음을 다 잡은 것 같다가도 일이 힘든 날에는 무조건 반사로 튀어나오는 퇴사 얘기다.


쳇바퀴 돌듯 무한 반복되는 생각에서 멈춰있기보다는 글로 적다보면 조금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글로 끄적이는 것의 힘이 있다는 건 체감하고 있으니.


직장생활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장단점을 하나씩 생각해보려 한다.


처음에는 이 조직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 자체가 안 맞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 퇴사를 한다면 다른 일을 할 생각이 없고, 놀 생각이니, 퇴사와 이직을 비교하기보단, 일을 하는 것과 하지 않은 것의 비교가 필요하겠다.


일은 돈을 버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일 자체에서 오는 성취감도 크다.어떤 일이든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있고, 시작과 끝이 있다.


놀면 자유롭지만 성취감을 느끼기 쉽지 않은 일상이다. 쓰다보니 이 지점에서 약간 의문이다. 나란 사람은 성취감도 좋아하지만 얽매이지 않음에서 오는 자유와 편안함에 더 크게 만족하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막상 퇴사해보면 자유로운 시간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몇 년 간 놀아보니 그것도 꽤나 만족스러운 시간이었기에 크게 걱정지는 않는다.


자유를 선호하면서도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하고, 타인을 크게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인정욕구는 강하니 이중적인 마음이 계속 괴롭히기는 하지만..


결국,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게 아닐까 싶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 생활이 안정되고 예측할 수 있어야 좋아하는 취미활동도 할 수 있는 것이니.


하지만 월 수입만큼, 적으면 적은 대로 사는데 크게 지장이 없다 생각하면 경제적인 고민이 1순위의 고민거리는 아니게 된다. 어떻게든 맞춰 살아질테니.


하루하루 만족스럽게 지내는게 나에겐 가장 중요한데, 아무데도 소속되지 않고, 내가 버는 소득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생활에 얼마나 마음 편히 오래 지낼 수 있을 것인지잘 모르겠다.


사실, 어떤 환경이 되어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든다. 퇴사를 하고 한참 놀다가도 일이 하고싶으면 일을 구하면 되지 하는 마음도 들고. 물론, 일의 수준이 현재보다는 많이 떨어지겠지만.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얼마만큼 커져야 가보지 않은 길에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걸까. 퇴사해서 만족스런 삶을 살고있는 이들도 요즘은 꽤 많은데, 그들은 정말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일반일들보다 커서 그런 결정이 가능했던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선택지가 확실히 더 낫다고는 미리 알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선택하되, 내가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만들어가면 될 것인데.. 만들어갈 자신이 없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어색한 결정, 가보지 않은 길이라 그저 막연히 두려운 것일까.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 퇴사를 고민하는 시간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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