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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14

조마조마

by 매글이

조마조마해질 때가 많다. 아마도 조급함 이겠지. 심장이 빨리 뛴다 느끼면 불안감도 커지고.


무슨일이 있을 때마다 느끼지만 새가슴이 된다. 누가 조금만 큰 소리를 내도 가슴이 쪼그라들고, 사석에서나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 완벽주의 성향까지 있는 나는 일을 끝내고도 미심쩍을 때가 많다. 어디선가 실수가 꼭 하나는 나올 것 같고, 나오면 어떻게 하지? 싶은 생각에 그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이러한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조마조마" 아닐까. 조마조마한 상태가 너무 싫은데..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태생적으로 그런 것도 있을 것이고,유전적인 이유도 있을 테지.


그렇다고 유전자를 물려준 부모탓을 하고싶지는 않고, 어떻게든 노력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다.


쭈욱 적어내려가다보니, 조마조마한 내 심장 상태를 논외로 하더라도, 나에겐 조마조마함을 유발하는 또 하나의 성향이 있음이 생각난다.


겉으로는 그렇지 않아보인다는 것. 근데 이건 일부러 척하는 건 아니다. 머리는 순간 정지되는데, 두려움에 압도되어 오히려 행동이 느려지고, 표정이 없어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니 내가 이 두려움을 말로 꺼내지 않는 이상 옆에서 보는 사람은 오히려 차분하게 대처한다 말하기도 한다. 내 속은 두려움에 타들어가고, 상황 파악이 안되어 엉망진창인데 말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눈치보는 성향은 불 난데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내가 보는 나보다 남이 보는 나의 모습이 더 중요한 나. 그렇게 수십년을 살아온 나는 그 순간, 차분해져야만 한다는 강박에 휘둘리게 된다. 보여지는 이미지처럼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그럭저럭 또 문제를 잘 해결해나가고,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 내 마음의 괴리는 나를 더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사건이 종결되면 집에와서부터 반추 사고가 시작된다. 예기치 못했던 상황을 끊임없이 비디오 돌려가면서 후회와, 민망했던 순간을 반복해 떠올린다. 그리고 그 것은 습관이 되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비디오를 돌려보게 된다. 만약 실수나 문제가 생긴다면 어쩌지? 준비를 많이 해도, 부족해도 막연한 이 불안감은 매번 비슷하다 느껴진다.


내가 지금 불안하다고 말을 하면 좀 나아지려나? 허나 말을 하는 게 무슨 큰 소용인가. 불안하지 않게 미리 노력하는 게 최선이지. 그렇다면 내 손을 떠난 일이라면? 어제와 오늘은 분명 다른 날이니,반추사고를 알아차리고 생각의 흐름을 끊는 게 방법이겠다.


미리 노력을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나만의 기준을 설정해두자. 그 기준에 부합하는 노력을 했다면 거기서 끝.

내 손을 떠난 일이라면 그것 역시 거기서 끝이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는 것처럼, 오늘과 내일은 전혀 다른 날이다. 손을 떠난 일과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을 구분하여 후자라면 과거와 연결시키려는 무의식적 생각의흐름을 의식적으로 끊는 노력을 해보자.


조마조마한 마음은 과거에 얽매인 나의 사고가 현재의 자유로움을 방해하는 결과라 생각한다. 바꿀 수 있는 현재라면 노력해서 바꾸고, 이미 쏘아올린 화살은 미래를 향해 가고 있으니, 지금의 나는 더 이상 할 게 없는 것이다.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지혜라는 말을 어디선가 읽었다. 조마조마 병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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