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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을 알아차리는 순간

by 매글이

관계가 늘 어려운 나는 누군가가 질문을 던지면 오래 고민한다. 어떻게 답을 할까.. 이렇게 말하면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이미지로 보일까...


대화를 할때에는 오히려 생각없이 말하다가 나중에 후회할때가 많은데, 글로 쓸 때에는 답변을 할 시간이 충분하다 느껴서인지 오래 고민하게 된다.


썼다 지우다를 반복하기도 하고, 머릿속에서 열심히 편집기를 돌려 가능한 듣는 이가 거부감 없도록 정리해서 답을 한다.


전에는 그냥 거기서 끝이었지만 요즘,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그러고 있는 내 모습을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상대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신경쓰고 있구나.. 이렇게 말하면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 라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에는, 무언가에 얽매여 있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내 안에 있는 진짜 내가.. 마음이란 녀석에게 휘둘리고 있는 꼭두각시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다.


알아차린다고 해서 나의 답변과 반응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런 순간을 가져본다는 것 만으로도.. 그 상황에서 잠시 빠져나와 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보다 조금 나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기대해본다. 알아차림을 시작으로 나의 반응이 좀 더 편안해지고, 본연의 내 모습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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