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과 인생의 의미
"어떻게 쓰임받을 것인가로 안달하지 말게.'
책에서 발견한 보석같은 문장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을 꽤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 같았다. 만족스럽지 않은 하루하루를 지나 요즘은 꽤 만족스러운 날들을 지내고 있다. 객관적인 조건이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아니, 전보다 근무시간을 줄였으니, 월급도 줄었고, 어쩌면 이전보다 못한 조건으로 바뀐건지도 모르겠으나 난 지금의 내가 좋고, 나의 일상에 만족한다.
견디지 못할 것 같았던 고통은 잘 피했다. 마음이 그렇게힘든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고통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벗어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고, 몸과 마음의 힘듦도 치유되었다.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며 살았던 지난 날들. 찬찬히 여유를 갖고 돌아보니 내가 없었다. 남이 보는 나보다 내가 바라보는 내가 더 중요함을 깨달은 시간, 내 안에 타인의 평가로는 설명되지 않는 진짜 내가 있음을 알게된 시간을 몇 년간 가졌다.
나인 투 식스의 근무가 나에게 맞지 않음을 알게되었고, 근무시간을 조정한 선택은 쉽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잘했다. 나란 사람은 일에만 에너지를 쏟으면 방전되는 사람. 나만의 충전하는 시간이 반드시 하루 중 몇 시간은 필요한 사람이다. 일을 돌아보기도, 나를 돌아보기도 하며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이 있어야, 내일을 또 나답게 살아낼 수 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나 자신에게 좋은 선택을 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그럼 된 거다. 내게 맞는 라이프 스타일도 찾았고,나를 돌보며 마음도 치유하고, 좋아하는 글쓰기 루틴도 갖게 되었으니 더 바랄 게 없다.
최대한 지금의 생활패턴을 유지하며 좋아하는 것과 해야하는 일을 적당히 나누어 나만의 균형대로 살아가려 한다.
사실, 지금 하는 일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은 아니다. 놓기가 아까워 쉬이 놓지 못하고 다니고 있을 뿐. 원한다면 언제든 놓아버릴 수 있으니까.
만약 평생 쓸 돈이 내게 주어진다면? 이 물음을 어제 한참 생각해보았고.. 지금의 생활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취미생활을 하고, 일을 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 돈이 아무리 많다한들 달라지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직장은?? 돈을 벌지 않아도 될만큼 충분하면 당장 그만둘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니다. 지금 나의 직장은 단순히 돈을 벌기위한 곳만이 아니다. 사람과 만나고 부딪히며 나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곳, 한 마디의 말, 업무처리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일을 안한다면 자발적 고립을 자청해 하염없이 혼자있을 내가 사람답게 좀 더 나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로또에 당첨된다 한들 갑자기 직장을 그만둘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관계가 힘들거나 다른 이유로는 그만둘 수있을지라도.
하루의 3분의 1은 일을 하고, 3분의 1은 하고싶은 취미생활을 하고,나머지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는 요즘의 나의 일상에 만족하고, 앞으로도 이렇게 유지할 생각이다.
평온한 날들을 보내는 가운데, 가끔씩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sns상의 이웃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현재 내 삶이 더 의미있기 위해서는 2프로를 더 채워야 하나 싶기도 하다.
책을 쓰고, 북토크를 하며, 강의 기반을 다지는 이들. 온라인에서의 브랜딩으로 오프라인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이들을 보면 동경의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한편으론 예외없이 모두들 똑같은 경로를 밟고 따라가는 한국인의 특성을 보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지금 내 삶에 만족하면서도 sns를 보면 비교하게 될 때가 있다.직장과 가정에서 소중한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는 모라자고, 세상을 향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쳐야 좀 더 의미있는 삶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평온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문득문득 비교하며 생기는 욕심이 생길 때가 있지만 오늘 읽은 한 문장에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본다.
"어떻게 쓰임받을 것인가로 안달하지 말게"
자네는 지금 누구한테 무슨 쓸모가 되려고 살아가는 게 아니다. 지금 자네가 가진 것만으로도 넉넉히 재미있게 살 수 있으니, 부디 그렇게 날마다 오늘 하루만 살라는 말. 강한 울림으로 남는다.
선한 영향력.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강박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없다는 기사를 어딘가에서 읽었다. 일종의 강박.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선한 영향력을 많이 미치고 살아야 가치있는 인생이라 생각하는 걸까.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진심을 다하면 된다. 곁에 있는 소수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잘 지내기도 힘든 세상이다. 나의 가치를 자꾸 많은 이들에게 증명받고 싶은 생각, 나의 재능이 쓰임을 받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 물론 좋은 생각임은 분명하지만 그보다 먼저 스스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직장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말 한마디 라도 따뜻하게 건네는 일. 가정에선 남편과 아이들의 마음을 묻고 관심을 표하기. 좋아하는 독서와 글쓰기에 지금껏 그래왔듯 매일 정성을 다하는 일, 소통하는 이웃은 소수지만 애정하는 그들과 따뜻함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이 작은 행동들이 나의 하루를 의미있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미 좋은 향기를 내뿜고 있으니 너무 인생의 의미에 대해 욕심내지 않아도 된다. 이미 충분히 좋은 삶을 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