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둥글둥글하다 스스로를 생각해 왔다. 누구 하고도 원만하게 지낼 수 있다 자부해 왔는데, 원만하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누루를 위한 원만인가? 타인을 많이 의식하고 눈치 보는 경향이 있는 나는, 보이는 내 이미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 까칠한 사람으로는 보이고 싶지 않다. 더 나아가 관대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래서 오버하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이든 다 품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으로 비치기를..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관계에서 종종 그런 마음을 놓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지내다 보면 싫어지는 사람이 있다. 상대가 무례한 행동과 말을 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나와 결이 맞지 않는다 느껴지는 사람에게도 그런 마음이 든다.
상대가 싫어질 때면 늘 고민하게 된다. 상대가 나에게 엄청난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싫어해도 되는 걸까? 나와 다른 것을 틀렸다고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죄책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편협해 보이는 내 자신도 함께 싫어진다.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힌다. 마음은 거리를 두고 싶다고 답을 정해놓았으면서도.. 계속 그러면 안 된다고 스스로 다그치는 꼴이다.
다른 각도로 생각을 해본다. 내가 배려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그 관계는 이어갈 필요가 없다는 말. 읽으며 위로를 받았던 책 속의 문장이다. 결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상당히 많다. 상대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서로가 생각하는 예의나 배려에 대한 정의가 달라서 그런 것 같다. 많은 부분에서 그와 나는 비슷한 점보다는 차이점이 많은 것이다.
세상의 모든 다름을 그럴 수 있다고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실제 인간관계에서는 불가능하다. 어쩌면 불가능하다 여기며 지내는 게, 좀 더 편안한 관계를 맺어나가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 모두와 잘 지내는 이상적인 상태를 가능하다 여기면, 자꾸 그에 못 미치는 내 모습에 자책하게 되니까.
요즘 SNS상에서 다양한 이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생각해 본다. 모든 이의 다름을 내가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연을 맺게 된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먼저 원만한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