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 왔다. 하천 주변으로 노란 개나리와 하얀 벚꽃들이 만개한 걸 보니 너무 예뻤다. 점심시간 즈음 산책길을 걸으니 여기저기 사진 찍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장 예쁘게 피어있는 꽃 앞에 서서, 가장 예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아름다운 풍경은 눈에만 담아도 충분히 좋은데.. 왜 꼭 그 옆에 있는 내 모습까지 남기려고 하는 걸까.
예쁜 꽃들을 보며 사람 사이를 떠올려본다. 예쁘고 멋진 사람, 좋은 사람 옆에도 사람들이 몰린다. 아름다운 것은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옆에 가까이 가고 싶고, 같이 사진찍고 싶어진다.
예쁜 꽃 옆에 서 있으면 나도 같이 빛이 나듯.. 주변 사람들이 잘 나가고, 잘 되는 건 내게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까운 사람이 잘 되면 자극받아 좋은 쪽으로 동기부여 되는 면이 있으니까.
예쁜 풍경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 좀더 예쁘게 보이는 내 모습도 한번 더 바라볼 수 있고 말이다. 그런데.. 오직 아름다운 풍경만을 사진에 담는 나는 왜? 내 모습은 사진에 담기 싫어하는 걸까?
요즘들어 부쩍 내 모습을 찍기가 싫다. 노화가 눈에 띄기 시작해서 그런건지.. 내 모습이 옥에 티가 되는 느낌이 싫어, 예쁜 봄 풍경만 주구장창 사진에 담고있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멋진 사람들 근처에 가려면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는 게 좋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도 드는 것이다.
최소한 내 외모가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야.. 예쁜 꽃들과 함께 사진 찍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을까. 사진 찍는 거 참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변한 것 같다. 요즘..매일 책읽고 글쓰며 너무 내면만 가꾸고 있는 게 아닐까.ㅎㅎ 예쁜 벚꽃과 개나리를 보며 별별 생각을 다해봤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대로 나열한.. 이렇게 두서없는 글도 발행할 수 있고.. 뜬금없지만 난 이 공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