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읽으며 마주한 질문이다.
'몇 살 때의 나를 좋아하세요?'
과거의 내 모습부터 떠올려보게 된다. 가장 화려했던 나는 직장에서 열정을 갖고 일했던 모습이다. 운이 좋게도 잘할 수 있는 일을 맡게 되어, 인정도 받으며 일했던 시간이 먼저 떠오른다.
청춘이라는 이유로 싱그러웠던 20대 때의 모습도 떠오르지만.. 나는 중년인 지금의 내가 가장 좋다.
살아오면서 나는 타인에게 보이는 좋은 모습만 나로 인정했던 것 같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단점이 있는데, 나란 사람은 마치 흠결이 전혀 없어야 하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기준을 갖고 지냈었다.
칭찬받고 인정받을수록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는 더욱 족쇄가 되어갔고, 나는 그 안에 갇혀버렸다. 부족한 점은 드러내서도 안되고, 있어서도 안 되는 상태를 스스로 만들었던 것이다. 겉으로는 참 밝고 평화로운 나였지만 속은 쓸데없이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혼자 곪아 터지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다정하지 못했던 시간들이다. 무언가를 잘 해내고, 보이기에 근사한 내 모습만 나라고 생각하니.. 부족한 모습의 나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었다. 괜찮은 것처럼 보였지만, 내면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보이는 나 사이의 괴리감이 있었다.
마음이 어두워지고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시간이 있었고, 그때부터 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내 마음은 왜 갑자기 무너진 것일까. 내게 질문을 던지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런 시간 덕분에 요즘 난 부족한 내 모습을 조금씩 껴안아 주고 있다. 잘하는 것보다는 못하는 게 훨씬 많은 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잘하는 것만 잘해도 충분히 괜찮다고 토닥이며 지내는 중이다.
타인에게도 많이 관대하려고 노력했던 시간들. 어쩌면 내가 보이고 싶은 좋은 이미지를 위해서였던 것도 같다.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중이다.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고 있는 요즘의 내 모습이 나는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