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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글이 Jul 23. 2024

굳이 의미를 두지 않아도


잠시 동요하던 마음을 추스려본다.


아이를 등원시키는데, 같은 차량을 태워보내는 엄마들이 나를 포함 세명이다. 그 중 한 명의 엄마가 다른 아이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하나 건넨다.


그녀는 평소 실뜨개 취미가 있는 손재주가 좋은 엄마다. 작고 예쁜 가방모양의 고리를 만들어 다른 아이에게 주었다.


나는 이런 순간에 멋쩍어진다. 나만 소외되어 보이는 순간에 최대한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고 말이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아이템이 아니었지만,  그 순간에는 우리 아이만 빼고 주었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온다.


줄 거면 몰래 주던가, 똑같이 주던가. 그 게 뭐 별거라고. 이렇게 보는 앞에서 민망하게 만드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보다 소외된 이 상황에 질투가 났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짧은 순간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난  교양있는 사람이니까 대놓고 기분 나쁜 티를 내는 건 싫고, 별로 탐나지도 않는 물건을 나도 갖고싶다 말하는 건 더 싫고.


소소한 것에도 지나치게 민감한 나는 전에는 이런 경우에 이 찝찝한 기분이 몇날 며칠을 갔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님에 다행이라 생각한다.


상대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는 덕분이다.


왜 나만빼고 줬을까 생각하면 나쁜 기분이 끝도없이 이어지지만, 그녀는 단지 다른 아이에게 주고싶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며칠 전에 그 아이가 가방에 달린 장식품을 보고  관심을 보여 하나 만들어줬다는 그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내 아이에게만 안 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행동이 아닌 것이다.


모든 상황에서 의미 찾기를 좋아하는 나는 좋은 상황에서는 그 장점이 빛을 발한다. 하지만 내 맘대로 오해하기 좋은 상황에서는 독약이 될때도 있기에 조심하려 한다.


크게 의미가 없는 말, 그냥 하는 행동들도 있다. 그냥 스쳐 지나가도 되는 것들에는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도 된다.


흘려버리는 기술이 필요한 때다. 이렇게 글을 쓰며 조금씩 흘려버릴 수 있어 감사하다.


생각해보니 하나 아쉬운 점은,

아까같은 상황에서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될 것을.. 괜히 관심을 보이고, 예쁘다는 등 과하게 반응한 게 후회된다.


나는 못 받았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걸 표현하기 위한.. 민망함을 없애기 위한 리액션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면 그런 리액션조차 할 필요도 없이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전보다는 감정을 추스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데 일단 만족한다. 다음 번 비슷한 경우에는 마음의 동요 없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의미없는 것들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는 나. 쓸데없는 데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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