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었던 이야기
안녕 나리야, 이번에는 너의 10년이 조금 넘는 삶 속에서 크고 작은 울음소리들과 눈 깜빡임, 꼬리의 떨림과 부풀어졌다 꺼졌다 하는 털같이 너의 사소한 움직임과 소리들에서 네가 느꼈던 감정, 혹은 내가 좋을 대로 해석한 너의 행동들에 대해 얘기해볼까.
앞서 말했던 크고 작은 사건들로부터 예를 들자면, 너는 화가 바짝 올라 큰 소리로 웅얼거리면서도 좋아하는 간식이 눈앞에 있으면 마다하지 않고 화내면서 동시에 허겁지겁 받아먹었었지, 꽤 날씬한 편이었던 너의 덩치는 바짝 부풀어 오른 털 때문에 누가 보기에도 전투력 최고치였지만 말이야! 커다래진 동공으로 나를 째려보면서 쩝쩝거리며 간식을 받아먹던 너는 ‘화나지만 일단 먹었으니 용서해주겠다!’라고 생각했을까? 왜냐하면, 넌 그렇게 화내고도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고 금세 기분이 풀려서 갸르릉 대며 다가와줬거든.
나리 너는 중성화를 하지 않았었다고 얘기했지? 너는 기분이 좋았을 때도 꼬리를 떨었지만 오줌을 쌀 때 (영역표시에 가깝게) 벽에 대고 꼬리를 떨며 오줌을 싸서 (암컷임에도) 정말 네 꼬리가 바르르 떨릴 때마다 나도 몸이 바르르 떨렸어. 무서워서..
네가 그런 행동을 할 때면 놀라서 항상 ‘나리야!’라고 외치며 뛰어갔는데 그때마다 너는 항상 ‘들켰다!’ 는 듯이 후다닥 도망쳤잖아. 나이가 조금 들고서는 그런 일이 없어졌지만..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나와 같이 고양이를 잘 모르는 상태로 키우게 되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방지하길 바라고.. 나리 너의 부끄러운 과거 이야기를 꺼냈어. 미안해.
또 너는 길게 축 늘어져서 슬라임 마냥 벽에 기대 누워있는 포즈를 자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일부러 기지개를 켜듯이 앞발과 뒷발을 쭉 늘려주면 넌 기다렸단 듯이 몸을 최대한 쭈욱 피며 스트레칭했어.
넌 발가락까지 쫘악 피며 시원하게 기지개 켰는데 확실히 개운해 보였어. 그래서 네가 그렇게 축 쳐져있으면 귀여워서 계속 기지개 켜어줬었는데 내가 만난 네가 아닌 다른 고양이나 강아지들은 그렇게 하면 당황해하면서 도망치기 일수라 아쉬웠어.
다른 애들한테는 내 손길이 어색해서 그런 거지 않을까 짐작 중이야.
그 외의 사소하지만 꾸준히 해왔던 귀여운 행동들 중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건 네가 푹 잠을 자고 있을 때 너의 분홍색 발바닥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아기들이 부모님 손가락을 쥐어잡듯이, 주먹을 쥐면서 손가락을 감쌌어. 그럴 때마다 너는 무슨 꿈을 꿀까 궁금했어. 네가 좋아하는 겨울 털이불에 꾹꾹이 하는 꿈을 꿨다면 좋았을 텐데!
따뜻하고 다정한 내 고양이 나리, 너는 종종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했었어. 그럴 때면 네가 나한테 말을 거는 것 같은데 뜻은 잘 모르니, 뜬금없이 ‘나도 사랑해!’라고 생각하면서 맘을 꾹꾹 담아 최대한 너처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어.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너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 수없이 열렬히 고백했던 내 사랑을 한 번쯤은 알아들어줬을까?
사실 내가 고양이어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제일 먼저 아프다, 배고파, 행복해 와 같은 네 상태를 설명해주는 말을 더 알고 싶어.
특히 아프다는 말. 너는 아픈걸 정말 티 내지 않는 고양이잖아. 대다수의 고양이들이 그렇다고 하지만 아무튼 네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면 무조건 그 말은 1순위로 배워둘 거야. 혹시 우리가 함께일 때 내게 그렇게 말해줬었는데 내가 알아듣지 못했을까 봐 미련이 남네. 사랑하는 나리야 다음번엔 꼭 알아들을 테니, 다시 만나면 꼭 이것저것 알려줘야 돼?
말랑한 발바닥
여름엔 차가운 벽에 붙어있는 걸 좋아한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