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양이어를 할 수 있다면

바라보는 눈

by 박하

가로등 불빛만 희미하게 켜져 있는 늦은 밤.

집 안에서는 수도꼭지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백색소음을 내며 일하는 가전제품들, 그리고 고른 숨소리를 뱉으며 잠들어있는 가족들.

쉬이 잠들지 못하는 나는 창 밖의 풀벌레 소리를 더 크게 듣기 위해 창을 열었다.

창을 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처럼 잠들지 못하는 나리는 창틀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가로등이 빛나는 잔잔한 골목길을 보고 있는 너를 보면

내 눈엔 그저 익숙한 동네 풍경이지만 너는 뭐가 그리 신기한지 매번 창밖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동그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너에게는 이 좁은 집이 세상인데 창밖은 다른 세상을 보는 눈과 같은 걸까?

가끔 현관문을 열어놔도 계단 몇 발짝 내려가 보고는 낯선 곳이 무서운지 나리는 금세 후다닥 뛰어 들어와 집안의 가장 어두운 곳에 숨고는 했다.

예전의 나는 이유 없이 집 밖으로 나서는 걸 좋아했는데 어째선지 지금은 너처럼 창으로 보는 바깥을 더 즐긴다. 사람과 사람은 함께 있을수록 닮는다는데 고양이와 사람도 그런 영향을 받는 걸까.

야행성이지만 햇빛을 좋아하고 관심을 주면 피하고 안 가지면 다가오는 모순 투성이인 너는 피할 수 없는 불변의 법칙인 것 마냥 부드러운 털로 내 배를 깔고 누워 뱃속부터 뜨거운 물이 서서히 차오르듯이 행복을 조금씩, 조금씩 채워나갔다.

햇볕이 좋은 날 포근한 이불을 둘둘 말아 침대에 누워 나리와 빛을 받고 있을 땐, 눈이 부셔 갸름하게 뜬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의 나는 행복이었다.

함께한 사계절이 10번이 넘어가는 동안 나는 함께하는 날에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가끔 창문을 열어 빗물을 만져보게 해 주고, 밖에서 눈 사람을 만들어 눈앞에 대령했다. 너의 흥미는 금세 식어버리곤 했지만 좁은 세상에 갇힌 너한테 조금이라도 새로움을 줬다면 만족한다.


‘내가 너의 눈이 되고 싶어.’ 눈을 깜빡이며 말을 걸며 대답을 기다렸다. 너는 어떤 대답을 해줬을까?

비 내리는 밤, 그때와는 달라진 풍경의 창으로 밖을 바라보며 너에게도 다시 내가 보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이전 04화내가 고양이어를 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