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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ry Chae Jan 29. 2021

Back to the 2015, Hamburg

붉은 항구 도시, 함부르크

함부르크(Hamburg)는 독일에서 베를린 다음으로 큰 도시이자 최대 항구도시이다. ‘햄버거(hamburger)’라는 명칭이 함부르크 스타일 소고기 요리 또는 함부르크 스테이크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로 더 유명한 도시. 주변에 찾아가고 싶은 근교 도시가 많아서 베이스캠프가 된 도시이긴 하지만 잠만 자고 건너뛸 도시는 아니다.


중앙역과 시내 중심지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고 함부르크의 젊은이들이 모두 모인다는 상체 지구(Sternschanze)로 향했다. 상체 지구는 런던의 브릭 레인과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의 힙 플레이스로 거리의 모습은 십여 년 전 홍대와 상수동 일대 같기도 하고 삼청동이 지금처럼 유명세가 있기 전의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다. 10년도 더 전 학부 시절, 동기들과 함께 삼청동이며 가로수 길을 제 집 드나들 듯 돌아다녔다. 독특하고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고 공방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사람이 붐비지 않고 아는 사람들만 아는 동네 느낌이라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웠고 감성이 충전되었던 그때처럼 상체 지구 곳곳의 편집샵들과 공방들을 신나게 구경했다.

골목은 다소 지저분했으나 가게들은 깔끔하다
거리의 색감이 좋은 곳


함부르크에 가면 '꼭' 가보라고 여행책자에 나와있던 크로크 무슈(croque monsieur)가 유명하다는 'La Famille'에서 허기를 채웠다. 아웃테리어, 인테리어 모두 특이해서 가게는 금방 찾았으나 종업원이 영어를 못해서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했다. 덕분에 크로크 무슈는 결국 못 먹었으나 독일에서 꼭 프랑스 샌드위치를 먹을 필요는 없으니, 메뉴판에서 대충 손 가는 대로 고른 샌드위치가 다행히 맛있었다. 또 함부르크에서 '꼭' 마셔보라는 Fritz는 사실 당연히 맥주인 줄 알았는데 그냥 음료수라는 걸 알게 되어 다시는 손도 대지 않았다는. 약간 배신감 느꼈어, 나. 가게 분위기는 좋았지만 굳이 찾아가서 먹을 만한 곳인 지는 모르겠다.

분위기 독특했던 La Famille



독일 제1의 항구도시라고 하니 항구(Hafen Hamburg)를 보러 가자. 해항이 아니라 엘베강(Elve river)에 자리 잡은 항만 시설로 한 번에 300척이 넘는 선박을 정박시킬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조금 습하긴 하지만 여름 치고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항구를 아래로 내려 다 봤다. 100년 전에 지어진 건물 너머로 현대적인 기술을 상징하는 크레인들이 빼곡하다. 이질적이지만 어색해 보이지 않는 건 100년 전 세워진 건물이 그 자리에 있기에 지금 저 너머의 크레인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까.

St. Pauli-Landungsbrucken


다음으로 근처에 있는 성 미카엘 성당(St. Michael's Church)에 잠시 들렀다가 구시가지에 위치한 시청사(Hamburger Rathaus)를 지났다.

화려한 듯 간결하고 편안한 성당
시청사,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역광 사진이 참 많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나에게 독일의 성당이나 건물들은 단순하고 투박한 인상을 준다. 뾰족하고 화려한 첨탑과 조각들이 넘치는 고딕 양식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지만 오래, 너무 많이 보면 피로감이 느껴질 때도 있어서 가끔은 이런 간결한 양식이 주는 편안함이 필요한가 보다.



스파이어슈타트(Speicherstadt)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스파이어슈타트는 함부르크 항구 내에 지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창고 지역으로 2013년 1월 해제되기 전까지 관세가 없는 경제 자유 구역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부분 파괴되었으나 원래 모습 그대로 복원하여 보존하고 있으며 현재는 사무실이나 박물관, 전시관 등 다양한 시설이 있는 복합 문화 단지로 자리 잡았다.

1991년부터 함부르크 유산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고 내가 방문하기 직전인 2015년 7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였으면 여기저기 현수막을 걸고 떠들썩하게 기념했을 법 한데 이곳은 평화롭고 고요하기만 하다.

지역 전체가 붉은 벽돌로 지어져 건물에 비친 햇살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운하에 반사되는 그림자를 보며 다리 위, 골목 사이를 천천히 산책했다. 이 모든 풍경이 그저 참 잘 어울린다.

해가 비쳐 더 운치 있는 건물
온통 붉은 벽돌, 그리고 강물


멀리 엘프 필하모니 콘서트홀(Elbphilharmoni)이 보였다. 옛 커피공장을 그대로 하단부로 두고 상단에 유리로 된 콘서트홀 건물을 올려 현재의 돛을 단 낡은 창고 모습으로 완성시켰다고 한다. 가까이 가서 보고 싶었으나 거리가 꽤 멀어 보인다. 교통편 알아보긴 귀찮고 걸어가기엔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듯하여 오늘은 멀리서 보는 걸로 만족하련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누가 합성해 놓은 줄
이미지 출처 : google map



여행 예산이 적어 보통은 샌드위치나 빵, 과일을 하나씩 물고 돌아다니지만 한 도시에서 최소한 한 끼 이상은 근사한 저녁을 먹는 것이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이다. 함부르크에서의 멋진 식사와 맛있는 맥주를 즐기기 위해 엄선한 식당으로 갔다. 식당 이름은 'Groninger privatbrauerei'. 스파이어슈타트에서의 멋진 산책 후 갈 만한 식당으로 제격이었다. 독일의 거의 모든 맥주집이 그러하듯 자체 양조장을 가지고 오랜 역사를 이어져 내려오는 곳이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작은 입구와 동굴 같은 지하 공간이 아늑하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혼자라는 게 외로운 잠깐의 순간.

소중한 이들과 함께 다시 오고 싶은 분위기


맥주와 함께 늦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와 숙소까지 천천히 걸었다.

도시는 야경과 함께 다시 살아난다


어스름한 밤의 함부르크,

누군가와 함께 다시 오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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