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잘 지낼 수 있는 건 기적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 자신과도 다투기만 하는 나를 내가 아닌 누군가가 이해하려 하고 도와주려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한 일처럼 느껴진다. 나를 각별히 여기는 사람들은 어째서 그런 일이 가능할까. 생각하다 보면 까마득한 미지의 세계 저 먼 곳에 있을 타인의 마음이 보이고, 그곳에서부터 직선으로 쏘아져 내게 닿는 감정 들이 내게 주어진 전부 같다. 우리는 사는 동안 서로를 모를 수도 있었다. 잊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시간을 내어 서로를 만나고 보듬고 웃기다가 헤어진다. 광대가 욱신거리고, 허벅지와 무릎 관절이 쑤신다. 얼마나 말을 많이 했는지, 목에서는 쇳소리가 난다. 그런데도 좋다고 웃음을 어쩌지 못해서, 자정 넘어서까지 단톡방에 ㅋㅋㅋ를 전송하기에 바쁘다. 감사하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은 감사함이다. 나는 이 미스터리에 대해 풀고 싶지만, 끝내 풀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감사하느라, ㅋㅋㅋ를 전송하느라. 충만함이 호기심을 이겨서 나는 그냥 충만하다. 가득 찬다. 숨을 쉬면 기분 좋은 냄새를 퍼뜨릴 것 같다. 곁에서 숨 쉬면 기분이 좋아지는 나무 같이.
오늘은 함께 성우공부를 하던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이 하늘을 보고 감탄하시며, “선화야, 저 나뭇잎 좀 봐. 하늘에 그린 테두리가 정말 멋있지 않니?”하셨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꽃 사진, 나무 사진을 찍는 건 나의 오랜 버릇 같은 것이기도 하기에 나는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멋짐을 바로 포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매우 특별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말했다. “쌤. 지금 우리, 이런 관계가 정말 특별한 것 같아요. 나무를 보고 하늘을 보고 하염없이 걸으면서 웃고, 떠들 수 있는 사람이요. 이런 일을 몇 시간이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제 주변엔 그리 많지 않거든요. 근데 전 정말 좋아하거든요. 이 일, 이 순간들을요.” 우리가 오늘 함께 한 시간 11시간 5분. 이 시간이 터무니없이 짧다고 아쉬워하며 헤어지는 미지의 사람들에 대해서 오래 생각한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2024. 06. 02
십꾹이 모임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