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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하게 Aug 06. 2024

사람이 어렵고, 사귐은 버겁다


잘 맞지 않는 사람과 맞춰가는 노력이 진저리날 때가 있다. 어차피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나만이 애쓰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에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다. 사람은 저마다의 끈기와 인내심의 그릇이 있는 법이고, 실금으로 이루어진 나란 그릇은 약한 힘에도 버티지 못한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자신을 밀어붙이며, 관계를 이어 붙이려는 노력을 지속해 온 것은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돌아보면 포기한 전적들의 집합일 뿐이다. 절망적이다. 더는 애쓰고 싶지 않다. 개선의 여지가 없는, 아무리 기를 쓰고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고질병 같은 관계들. 벗어나고 싶어.


변한 듯 보일 때마저도 원점으로 가는 중이라는 것을 친히 알게 하는 잔인한 사람들이 있다. 낙담하기도 지쳐서 날마다 말을 잃어간다. 이 이상 상처 날 여백이 내게는 없다. 마음을 도려내고 싶다. 타인을 성가시다고 느끼는 감정을 모르고 싶다. 잃어가는 건 나뿐이라고 느낀다. 내가 열망하던 나라는 고유한 조각들이 허무하게 사라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들을 좋아할 수 없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억지로 웃고 속없이 참아 넘기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구역질이 난다. 그만두고 싶다. 특별히 가깝지 않은 상대였다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팽개쳐서는 안 되는 관계들이 나를 다치게 한다. 전력으로 벗어나는 꿈. 깨고 싶지 않은 밤. 내가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 피가 말라가는 벌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2021년. 11월 20일 새벽.




자신이 모난 인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둥그렇게 보이는 법을 오래 연구해 왔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신의 모서리가 누군가를 찌르고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은 타인과 멀찍이 떨어져서 걷는 법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대체로 잘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이따금 그런 노력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경계심과 무관심의 벽이 높은 나는 외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나를 무너뜨리는 것은 언제나 내부의 일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주저앉힌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이 일에 나는 넌더리를 내지만, 해결책은 나타나지 않는다. 사랑과 미움을 똑같은 강도로 쏟아붓기를 강요하는 관계. 정말 사랑하는데, 영원히 헤어지고 싶은 때가 있다. 어제 그리 싸우고 오늘 아무렇지 않게 팔짱을 끼고 걸으면 나는 도통 모를 기분이 된다. 나란 인간은 뭔가 싶어 져서 아무것에도 진심이 되지 못하고, 서둘러 집에 가고만 싶어 진다. 여전히 사람이 어렵다. 사귐이 버겁다. (2024. 0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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