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잔하게 Aug 08. 2024

운동하기에 좋은 계절


엊그저께 운동이 싫다는 일기를 써놓고 이런 말을 하기는 좀 뭐 하지만 여름은 운동하기에 참 좋은 계절인 것 같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니, 샤워하러 가기 전에 운동복부터 챙겨 입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씻을 거면 땀을 더 빼고 씻자고 무턱대고 집을 나서게 된다. 내가 일 년 중 몇 개월씩이나마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과정이 루틴화되었기 때문이다. 나한테는 '밥 먹기-차(나 커피) 마시기'처럼 몇 가지 동작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져서 굳어버린 경우가 있는데, '땀 흘리기-운동으로 더 흘리기-샤워하기'도 그중 하나이다.


오랜만에 나갔더니 걷기만도 급급했다. 걷는 일에도 체력이 꽤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래도 무리를 해서 속력을 내봤다. 달리기는 늘 실패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고집을 부리면 30초 정도는 뛸 수 있다. 1분을 뛰는 게 내 목표다. 숨 고르는 시간을 단축시키면서 1분 뛰고 쉬고 또 1분 뛰고 쉬기를 반복하는 것. 오래 달리기를 단 한 번도 완주해 본 적 없는 심장으로 세울 수 있는 가장 큰 목표.


더하여 근육을 붙이고 싶다. 몸에 근육이 늘어나는 느낌이 너무 좋다. 근육량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보니 조금만 운동해도 탄탄해지는 게 바로 티가 났다. 그 느낌에 중독되어서 한때는 팔과 복부, 엉덩이, 허벅지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엄청 빠졌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따라 할 수가 없다. 손목이 안 좋아져서 팔 굽혀 펴기는 엄두도 낼 수 없고, 윗몸일으키기 200개는 뭐… 전생에 했던 일인가?


스트레칭도 열심히 해야 한다. 안 쓰던 근육들을 꼼꼼히 건드려주고, 웅크린 몸을 바로 펴는 것부터 집중해야겠다. 애초에 달리기도 척추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으니. 자세가 발라야 오래 앉아있을 수 있다. 오래 앉아있어야 오래 쓸 수 있다.




2021년. 6월 8일. 




몸을 해치면 손해 보는 일이 많다. 귀찮음을 이기고 러닝복을 갈아입는 건 뛰고 싶어도 뛰지 못해서 괴로웠던 고통을 알기 때문이다. 귀찮음은 가볍다. 고통은 무겁다. 어느 쪽과 붙어 싸워야 하는지는 너무도 분명한 얘기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3년 정도 되었지만 여전히 잘 뛰지는 못한다. 속도를 단축시키지도 못했고, 나갈 때마다 30분 뛰기를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 그 말은 30분 뛰기가 몸에 붙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위의 일기를 읽고 나니 배부른 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나는 쉬지 않고 1분을 뛰기 위해 땡볕에 나갔다. 지금의 나는 운동을 며칠이나 걸렀다가 나가도 10분 정도는 쉬지 않고 뛸 수 있다. 열심히 해온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 몸에 축적된 노력은 어떤 식으로든 남아있다. 덕분에 나는 예전의 나보다 늘 유리한 지점에서 새로 출발할 수 있다.

올해도 여름이 되자마자 부지런히 뛰었다. 6월 초에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는데, 그 달은 거의 매일 같이 나가 뛰었던 것 같다. 요새는 또 시들해졌는데, 지난 일기를 읽고 달리던 시간을 되짚어보자니 또 뛰고 싶어졌다. 마침 입추를 지나기도 해서, 저녁 때면 선선한 바람이 불기도 한다. 여름도 뛰기 좋지만, 가을 역시 운동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2024. 08. 08)
이전 15화 사람이 어렵고, 사귐은 버겁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