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전 가족이 동일 시간에 함께 현관문을 나선다. 아들은 학교로, 엄마도 학교로, 아빠도 학교로. 남편이 휴직을 하여 확보된 함께의 시간이다. 3월 한 달은 정신없는 일정에 이른 출근으로 따로 길을 나섰다. 4월이 되면서 점차 여유가 생겨나고차를 한 대로 움직이는 카풀을결정했다. 기름 먹는 차를 두고 전기차로 교통비를 아껴볼 요량이었다. 남편이 운전하는 차에 아들과 나란히 앉아 모자는 편하게 통학 서비스를 받는다.처음에는 인식하지 못했으나 시간이 지나니 누구나 누리지는 못하는 복임을 깨닫는다.아들을 내려주기 전, 항상 동일한 감사 기도를 드린다.
"가족이 함께 아침 통학을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의 기도를 받고 아들은 차에서 내린다. 아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나면 반톡에 올라오는 기도제목으로 남편과 짤막하게 기도한다. 아침에 짧게나마 함께 기도의 제단을 올리는 것이 일상이라니, 보통 특권이 아니다.
학교에서 내준 아들의 주제글쓰기 숙제를 확인했다.
Q. 100점 만점에 나는 몇 점 정도 행복한 아이인가요?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 과연 아들은 행복한 아이일가? 행복하다면 혹은, 행복하지 않다면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서성이고 있을까? 요즘 부쩍 숙제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는 아들의 속내가 알고 싶다. 숙제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행복지수가 바닥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그런데 꾹꾹 쓴 글을 보며 마음을 쓸어내렸다. 아니, 한가득 미소가 흘러나왔다.
A. 나는 100점 만점에 무한대로 행복하다. 왜냐하면 엄마 아빠가 나를 많이 사랑해 주기 때문이다.
물론, 수학적 조건을 벗어난 답이다. 100점이라는 한계를 뚫고 나간 무한대라니. 그래도 무한대의 기호는 어디서 알았는지 눕혀놓은 8자를 써가며 꼬물꼬물 써놓은 답이 그렇게 귀엽고 고마울 수가 없다. 사랑을 그대로 받고 느끼고 있구나. 때론 세상 스트레스 다 받는 것처럼 얼굴을 찌푸릴 때도 있지만 이 아이의 평균 행복지수가 건강하게 자리 잡고 있구나. 뭐, 글쓰기 숙제를 할 당시에 기분이 최상급이었을지도 모른다. 숙제 검사를 하는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어서 과장을 살짝 얹었을지도 모른다. 아직 그런 머리를 굴릴 수 있는 나이나 성정은 아닐 것 같다는 것에위안을 삼아 보지만. 어쨌든 행복하다는 아들의 말에 덩달아 나도 행복하다.엄마의 손길이 줄어든 학교 생활이지만 사랑을 먹으며 잘 크고 있다.
워킹맘으로서 아이와의 시간 공백이 아쉽다면 양이 아닌, 질적으로 채워주라는 말이 있다. 작년과 올해의 차이가 커서 처음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카풀 등굣길이 아이와 보내는 질적인 시간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차 안이라는 협소한 공간 내에 10여 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밀도감 있는 함께의 시간이다.문득, 이 시간에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더 담아가도록밀도 있게 전달해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바라봐주고, 안아주고, 손도 잡아주고, 말로 표현도 하며 아이의 하루를 더 많이 축복해 주어야겠다.아들이 계속 행복할 수 있도록돈 안 드는 마음씀을 준비하는 것, 엄마 스스로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