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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Nov 16. 2023

기회는 내가 만드는 것

출판사의 제안, 두 번째 기획출판(세 번째 책계약)

남동생은 공군 운전병이었다. 그것도 스타의 차였다. 군생활 편하게 할 수 있다는, 모두가 선망하는 보직이었다.


"누나, 내가 운 좋게 그 자리에 간 줄 아나? 다들 그래 생각한다. 근데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나? 머리도 좀 굴리고, 상황 봐가며 기회를 만든 거다. 다들 '니 낙하산이제?' 그래서 아니라고 하면, '니  이리 운이 좋노!'하는데 아니다. 나는 목표를 딱 잡고, 기회를 잡으려고 중간중간 엄청 노력했다.'


20대 젊은 시절을 걷고 있던 남동생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 운이란 건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이구나.' 이제 갓 성인이 된 까까머리 남동생이 인생의 신박한 공식을 이미 꿰뚫고 있는 것 경의로웠다. 기회는 만들어 내는 것이다.  20대의 내 마음판에깊게 새겨졌다.


위대한 사람은 기회가 없다고 원망하지 않는다.

- 랄프 왈도 에머슨 -




첫 번째 출간한 책이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대다수의 독자들은, '영어 필사책인 줄 알았는데 따뜻한 에세이가 있어서 더 좋았다.', '필사도 하고 관련된 삶의 이야기도 읽고 일석이조다.', '에세이가 잘 읽혀서 한 번에 주르륵 읽어나갔다.', '필사보 에세이가 더 좋다.' 등 따뜻한 피드백을 주셨다. 하지만 쓴소리도 함께 따라왔다. '필사책인 줄 알았는데 에세이가 있어서 당황했다.', '영어 교사의 책인데 오타가 있 실망했다.'  


따뜻하고도 냉정한 반응,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진리는 출판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좋다손 차더라도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꿈에 그리던 출간, 기분 좋은 피드백에 행복지수가 하늘을 찔렀지만, 간간이 려오는 날 선 비평에 움찔하기도 했다. 그래도 평타 이상의 행복감으로 구름 위에 떠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모든 것 감사했다.


본래 아이와 함께 영어필사를 하고 싶은 사심을 담아 주 타깃 독자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로 원고 기획을 했다. 원고에는 필사 후, 아이와 함께하는 대화와 질문도 넣어 내용을 구성하였다. 출간 계약 후, 편집장님의 손길을 거쳐  부분이 통편집 방향이 살짝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언젠가 전용 영어필사책을 쓰고 싶바람을 가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 편집장님께 연락이 왔고 코로나 이후 첫 대면 미팅이 잡혔다. 센스 있는 편집장님은 내가 사랑하는 강남 교보문고를 미팅 장소로 제안해 주셨다. 새로운 책에 대한 기획을 논의하고 싶다는 말씀을 떠올리며 설렘을 안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하루 10분 동안 100일간 필사할 수 있는  텍스트를 좋은 영어 소설책들에서 발췌한 책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하셨다. 가슴에 품었던 전용 영어 필사책을 먼저 기획해 주시다니, 꿈을 꾸는 듯했다. 말씀을 듣는 동안 떠오르는 책들이 있다. 구구절절 인생 명언들이 담긴 유명한 고전과도 같은 책들이다. 나의 10대, 20대, 30대를 같이해 온 <The Little prince>, 대학을 졸업하고 20대에 처음 만났던 <Tuesdays with Morrie>와  <The Alchemist>, 영원한 고전이자 학생들과 읽고 필사했던 <The old man and the sea>, <Oh, the places you'll go> 그리고 영어 선생님들과 함께 읽었던 <Fish in a tree>. 마침 여러 권을 선생님들과 이미 재독 했던 터라 더욱 생생했다.


집에 와서 책꽂이를 뒤졌다. 지나온 세월과 함께 빛바래고 찢어진 책들이 사랑스럽게 다시 나의 길을 기다리고 있듯했다.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누런 종이들과 책귀퉁이가 희끄무레 헤어져버린 흔적왜 이리 정감 있고 좋을까. 단기간에 뚝딱 만들어 수 없 오랜 시간이 눌러 담겨 있어서 그 이 아닐까. 다시 보면 부스러져버릴 것 같은 책들을 조심스레 다시 펼쳐 들었다. 그동안 여기저기 그어놓은 밑줄들이 생기를 찾는 듯했다.


기회 만들기 위해 꾸준히 글을 읽고 썼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붙잡는 것, 노력과 운의 절묘한 조합이다. 적절한 타이밍이 왔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기회는 준비되어있 사람에게 찾아온다는 말처럼. 수많은 기회가 인생문을 두드릴 때 모르고 지나쳐버리지 않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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