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다음으로 타깃 독자들의 주머니를 열게 하는 두 번째 요소는 목차이다.두 번째라는 것은작가의 유명세와 인지도를 배제한다는 조건을전제한다.내로라하는 작가나 유명인들의 책은 출간 전 예약판매부터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수한 경우는 책의 상품성과목차를 상관관계로 엮을수없어 보인다. 대중에게 노출된 셀럽들의 인생 자체가 보장된 목차가 아닐까 싶다.제목과 함께 예비 독자를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목차는책의 내용을 아름답게 배열하여 구매 가치를 높여주는 메뉴판과 같다.
"이런 상차림으로 요리된 책인데 주문하시겠어요?"
목차에 펼쳐놓은 메뉴가 마음에 들면 허기진 글탐색가들은 풍기는 글맛을 떠올리며 군침을 삼킨다.일목요연하게 구성된맛깔스러운 소제목들에 눈이가고, 머릿속에서 맴돌게 될 지적 사유와 정서적 감흥의 진미를 상상하며책을집어든다.나 역시 책을 구매하기 전, 목차부터 쭉 훑어본다. 강렬한 제목으로 끌렸다 하더라도 그후광효과로 여과되지 않은 콘텐츠의 유용성(나 개인에게 해당되는 쓸모)을 목차의 거름망으로 걸러낸다. 내용의 표식이자 집합체인 파트별 목차구성이엉성하면 체에 걸러 통과되지 않은입자와 같이열외처리된다. 밀도 있게 꽉 들어찬 알갱이만 마음을 움직이는 압이 되어거름망을통과한후최종 구매 장바구니로 흘러들어 간다.목차는 독자의지갑을 여는 방아쇠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목차구성을 과연 언제 해야 할까? 글쓰기 전, 목차 구성부터 먼저하도록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목차가 있으면 어느 정도 글 전체의틀이 잡혔다는 측면에서'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을 조심스레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만 쓰면 되니 반은 온 셈이다.하지만 개인적으로 둘 다 경험해 본 결과,저자의 상황과글의장르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예비 저자의 경우, 혹은에세이를 쓰는 경우,목차구성을 해놓고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목차에서 발목이 묶여버리면 진도는 나가지 않은 채 글이멈춰 설 수 있다. 겨우목차라는 골격을 잡았다하더라도기획한틀에서 살짝 벗어나면 다시 쓰고 지우고를 반복할 수 있는 시간의 허비가 따를 수 있다.글은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더 많다. 이렇게 쓰려고 마음먹고 시작해도저렇게 마침표를 찍는 경우가 다반사다.테두리 안에 갇히지 않고 여기저기 생각이 넘나들다 보면 더욱 자유로운 글이 탄생한다. 목차에갇힌 사고의 경직성보다일탈의유연성이 생각과 글에 생기를불어넣는 요소가 된다.중요한 것은 완벽한 목차가 아니라 무엇(주제)에 대해, 누구를 대상(타깃 독자)으로 쓸 것인지 글의 주제와 방향을 단단히 잡는 것이다. 이두 가지의 기준만 구체화되었다면 목차 없이 그냥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첫 에세이를 쓸 때도,공저 에세이를 쓸 때도그랬다.준비 중인에세이도 그렇다. 주제와 대상이라는 기준점만 세팅한 후, 머리와 가슴을 활짝 열어 놓고자유롭게 일상과 사유를 글로 먼저 푼다. 어느 정도 글이 모이면큼직하게 묶을 수 있는 카테고리들이 생겨난다. 유목화할 수 있는 양이 있기에 가능하다. 시중에 출간된 에세이들의 목차를 살펴보면글과 글 사이에 온도차가 크지 않다.분명 실용서와 다른 지점이다. 글을 쓰다 보면 희뿌연 안개가 걷히고 방향이 조금씩 잡혀가는 효과를 체험하기도 한다. 따라서 소소한 일상을 활자로 입혀가는 예비저자라면목차구성에 앞서 글을 쓰는 것이 먼저여도 좋다.글의 꼭지들이 채워지면그다음에 분류하면 되고, 분류하여 묶으면 목차가 완성된다.
반면, 실용서는 다르다. 에세이와확연히결이구별되는 장르이다. 실용서는 논문을 작성할 때와 같이 글의 전체 흐름과 내용의골격을 쫀쫀하게 잡고 출발하는 것이 안전하다.글 쓰는 것만큼 목차 구성에 공을 들여야 한다. 세팅값이 흔들리면 글이 흔들려 산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집필을 완료한학부모 교육서와 영어 학습서 모두 목차구성을완벽하게한 이후에 글쓰기를 시작했고, 영어 필사책들 역시 전체틀을 먼저 짠 후에 집필 후 수정과정을 거쳤다. 중간중간 추가나 삭제 등의 변경이 있긴 하지만 전체 흐름은 처음 기획대로 일관되게 유지했다.명확한 지도가 있으니 글 쓰는 데 길을 잃지 않고 도달지점까지 쭉 달려가기만 하면 된다.
책의 요약본인 목차는 중요한 만큼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목차구성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실용서가 아닌 이상, 글을 먼저 쓰는 것이 선행되는 것도 괜찮다. 글의 분량이 차면 유목화하여 힘을 크게 빼지 않고 목차를 구성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목차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음 발행 글에서 다루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