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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r 07. 2022

내가 만든 쓰레기

선거공보물


우리 집은 배달음식도 안 시켜먹고, 테이크아웃도 잘 안 해 먹는데도 불구하고 매일 발생하는 일반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양을 보면 엄청나다. 순수하게 마트에서 사는 제품에서 나온 쓰레기들인데, 그 양을 보면 우리가 음식재료를 그렇게 많이 샀었나?라는 생각을 한다.




밖으로 나간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생각보다 재활용되는 것이 별로 없는 듯"이라고 톡을 보내오며 사진을 한 장 보내왔다. 이것은 스티로폼 코너에서 분리수거가 안 되는 것을 사진으로 찍은 것인데, 정확히 어떤 것들이 분리수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깨끗하기도 하고, 분리수거가 될 것 같은  것들도 분리수거가 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것들을 제외하면 재활용되는 쓰레기가 얼마나 될까?




우리 집 분리수거 담당은 남편이다. 보통 나는 재활용이 될 만한 것을 깨끗이 씻어서 우리 집 분리수거함에 넣어놓는다. 그러면 남편은 그것을 분류하고 정리해서 동네 분리수거 하우에 가져다 버린다. 가끔 남편이 거실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모두 꺼내서 정리하는데, 그 양이 엄청나다. 그때마다 우리는 눈을 마주치고 '아니 우리가 이렇게 많이 먹는다고?' 혹은 '와! 우리가 만드는 쓰레기 양이 정말 엄청나네'라고 이야기한다.



제주 우리 동네 쓰레기 버리는 곳은 집 앞이 아니라 따로 마련된 장소가 있다. 그 장소를 우리는 '클린하우스'라고 부른다. 제주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월요일은 플라스틱, 수요일은 종이 쓰레기 이렇게 버릴 수 있다. 그리고 쓰레기 배출 시간은 오후 3시부터 새벽 4시까지이다. 매일 버릴 수 있는 것은 종량제 봉투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이다. 종종 이른 저녁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 쓰레기 분리수거 담당자가 자리를 지키고 계시기도 하다. 제주에 온 초반에 한두 번 담당자에게 혼이 난 이후로는 남편은 늘 긴장하며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러 간다.  








그래도 많이 발전했다. 이전의 남편은 쓰레기에 대해서 그렇게 큰 경각심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종종 '쓰레기 분리수거' 라던지 '제로 웨이스트'라던지에 대해 말하고 하는 것에 대해 조금씩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주 오며 분리수거함을 지키는 정의의 사도들에 의해 몇 번 혼이나더니 그 이후로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이렇게 느끼고 되었다는 것은 우리 집에서만 배출되어 나오는 쓰레기 양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 집은 테이크아웃도 잘 안 하고, 배달음식도 거의 없는 집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집 쓰레기만 이렇게 나올 리가 없으니까 우린 어느 순간 지구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가끔 둘은 우스갯소리 이야기한다. 몇 년 전 둘이 미국에 살던 시절, 우리는 하나의 봉에 일반쓰레기, 음식쓰레기,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등을 전혀 분리하지 않고 한번에 버리곤 했다. 여전히 그곳은 지금도 그럴 것이다. 때로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열심히 분리수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이것이었다. 지난주 집으로 제주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0대 투표안내문과 전단형 선거공보물이 도착했다. 두 개의 우편물을 열어보니 각 후보자에 대한 정보공개와 선거공약이 담겨있었고, 우리가 투표해야 할 곳 그리고 투표참여 국민행동수칙 등이 잘 정리되어 들어있었다.



대통령 선거는 중요하다. 앞으로 4년 동안 우린 선출된 대통령에 의해 모든 것이 좌지우지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 대통령을 선출하는 데 있어서 우리는 반드시 그들의 정보와 선거 공약을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물론 우편물에 담을 수 있는 그들의 정보는 한정적이긴 하지 그나마 선거공보물이라도 잘 읽어본다면 우린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집에 도착한 선거우편물의 양이 너무 많았다. 다행히도 가구당 1개가 와서 이 정도일 텐데, 하필 집주인이 주소를 바꿔놓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다른 명의로 된 선거우편물이 한 개 더 오면서 갑자기 가득 쌓인 선거우편물이 눈에 가시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국민 각자의 집으로 선거공보물이 발송되었고, 우리나라 인구수를 생각하면 5162만 명 중에 투표할 수 있는 성인 인구를 대략 절반 정도라고 치면 2580만 명에게 이 우편물이 발송되었다는 것이다! 와우! 그렇게나 많은 우편물이? 이번에는 지구몇 그루의 나무가 사라졌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과연 나뿐일까?



잠시 혼자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렇게 선거공보물을 여전히 우편으로 보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생각해낸 것은, 브런치 북처럼 하나로 엮어서 전자 우편물로 발행해서 ㅋㅋㅇ 톡으로 발행했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은 60대 정도인데 다른 sns는 안 하시더라도 ㅋ톡은 필수로 하고 있고, 우리 시부모님도 70대이시긴 한데도 매우 잘 사용하시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표할 수 있는 성인들 95%(사실 100%라 확신한다)는 분명 그 sns를 사용하고  있다는 근거하에, 충분히 양보해서 70대는 종이우편물 발송을 한다 치고, 적어도 20대부터 60대까지는 전자 우편물로 대통령 선거공보물을 보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3월 9일, 무조건 투표를 할 것이고, 조금이라도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있더라면 전자 우편물이든 종이 우편물이든 찾아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개인 이메일이 아니라 핸드폰으로 일괄 발송한다고 치면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싶기도 하고... 차라리 선거공보물을 봉투에 담는 인력으로 전자 우편물을 발행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적어도 전자 선거공보물은 쓰레기는 만들지 않을데. 아마 그것이 성공했더라면 이번에 몇 그루의 나무를 살릴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계속하다 보니 종이 책 보다 전자책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며... 역시 환경을 생각하는 일에 나는 한참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역시 선거로 나오는 쓰레기 탓을 하기보다 나부터 쓰레기나 덜 만들자 하는 생각이 드는 바이다. 갑자기 선거안내문 우편물이 가득 담겨 날아와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결론은 이렇게 났다. 나부터 잘하자!








이번에 아이가 제주에서 어린이집을 수료하며 4개월 동안 썼던 책가방을 다시 원에 돌려드렸다.  이 가방은 어린이집 오갈 때만 썼던 것이고 평소에 가방에는 수첩밖에 넣고 다니지 않아 여전히 새것 같은 컨디션이었기 때문이다. 이 가방을 지금 당장 간직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언젠가 버려야 할 물건이었기에, 차라리 원에 돌려주어 혹시라도 이렇게 우리처럼 잠시 다니게 될 혹은 꼭 필요한 아이에게 재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날 것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4개월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은 가방을 다시 재사용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했다.



지금 내가 지구를 생각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물자의 선순환과 그리고 일회용품 덜 쓰기, 재사용하기, 여러 번 생각하고 소비하기 등의 아주 사소한 것들뿐일 것이다. 언젠가 나의 이런 작은 실천에도 세상이 변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군가 지금 내 글을 보고 단 한 명이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생겼다면 하는 아주 작은 기대감을 갖고 글을 쓰고 있는 바이다. 남편이 나를 통해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듯이, 이런 사소한 나의 글을 통해 누군가 아주 조금이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 나중에 찾게 된 제로 웨이스트 선거 실천 기사 - 이런 후보도 있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11317330003694?di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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