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air Jan 09. 2022

돈은 이제 많았으면 좋겠어


올해 조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무슨 선물을 사줄까? 가방을 사줄까 옷을 한벌 사줄까 고민하다가 돈으로 주기로 한다. 역시 돈이 실용적이지. 현금으로는 무엇이든 엄마가 아이에게 사주고 싶었던, 혹은 원하는 것을 사줄 수 있으니까. 물론 '딱 맞는' 선물도 좋지만 현금이 더 유용할 때도 있다. 



사실 한참동안 '돈은 많이 필요하지 않아. 적당히만 있으면 충분히 살 수 있어' 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생각보다 돈은 많이 있을수록 더 좋은 것이었다. 물론 나에게 충분한 돈이 없어봐서 계속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내가 돈이 많고 싶은 이유는, 아니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원초적인 목적으로는 내가 갖고 싶었던 물품을 산다던지 혹은 10년 된 차를 바꾸고 싶어라던지의 대표적인 이유가 있다. 사실 10년 넘은 나의 차가 여전히 잘 굴러가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물론 중간에 브레이크도 바꾸고, 배터리도 바꾸고 뭐 한 번씩 손을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10년을 탄다는 것은 꽤 튼튼하게 만들어진 차가 아닌가. 사실 나는 차가 10년은 절대 탈 수 없는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 주위 사람들만 봐도 5년에 한 번... 암튼 자주 바꾸는 것을 봤으니까. 10년이라니... 내가 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 바꾸고 싶다. 언제 고장 날지 모르는 차라고 생각하니 그전에 안전하고 튼튼한 차로 갈아타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제주에 살다 보니 이곳에 집 한 채 사고 싶어졌다. 바다 앞에 있는 구옥이라던지, 혹은 조금 관리는 어렵지만 낭만이 듬뿍 담긴 주택이나 아니면 실용적인 아파트나 빌라 하나를 제주도에 사고 싶어졌다. 서울에서 제주도에 오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들렀다 갈 수 있는 작은 집이 하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싶은 욕망. 그래, 일단 집은 너무 비싸니까 이 욕심은 마지막으로 보내기로 하자.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사실 근본적인 목적은 따로 있다. 예를 들면 조카의 입학식에 값비싼 가방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용돈도 많이 줄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아빠, 엄마 생신 때는 호텔도 예약해드리고 싶고, 값비싼 옷이나 신발도 한 번씩 사드리고 싶다. 이번에 오랜만에 아빠 생신이라 옷을 사드렸는데 정말 옷이 날개라더니 깔끔하고 멋져 보이신 데다가 젊어 보이시기 까지 했다. 이렇게 때마다 자식이 백화점 가서 턱턱 사주는 옷을 입으시면 얼마나 좋으실까.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자랑하고 싶으실까.  그리고 시부모님께는 생신 때 좋은 곳으로 여행도 보내고 싶고, 요즘 입맛도 없으시다는데 멋진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사드리고 싶다. 



특히 나는 친구들에게 여유롭게 쓰고 싶다. 이번에 친구가 이사 간다고 하는데 선뜻 '뭐가 필요해?'라고 묻지 못했다. 마음은 돈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것 물어봐서 값비싼 전자제품이라도 턱 하니 사주고 싶었는데 역시 그건 쉽지 않았다. 주위 친구들도 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다보니 결혼식엔 충분한 축의금을, 아이의 돌잔치엔 금반지를 고민하지 않고 사주고 싶기도 하다. (금 한 돈 가격은 또 왜 이렇게 비싼 걸까) 또 자주 보지도 못하는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 밥을 먹을 때는 핫플이라는 곳에 가서 비싸고 맛있는 밥을 사주고 싶기도 하고 거기에 커피도 와인도 한잔씩 하면 정말 좋겠다. 무엇보다 친구의 생일에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비싼 선물을 사주고 싶기도 하다. 막상 내가 친구에게 내가 사지 못할 비싼 선물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좋았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친구들도 몇 명 안 되는데도 아직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요즘은 제주에서 사니 친구들 집에 귤이라도, 아니 돈 좀 더 써서 황금향이나 레드향, 한라봉 같은 선물을 보내주고 싶기도 하다. 친구들이 제주에 놀러 오면 비행기나 호텔까지는 예약해주지 못하더라도(마음은 해주고 싶지만) 갈치구이나 전복죽이라도 실컷 사주고, 관광지 입장료라도 내주고 싶고, 아이들에겐 기념품 가게에 가서 마음껏 골라보라고 하고 싶은 것이다.





모든 친구들에게 제주를 보내고 싶다. 






이렇게 하려면 나에겐 얼마의 돈이 필요한 걸까? 나는 앞으로 얼마를 벌어야 할까? 인간의 돈 욕심이라는 것이 끝이 없다. 특히 나의 욕심은 정말 점점 하늘을 찌르는 것 같다. 그래서 아마 나는 아마도 돈을 모으고 또 모으고부터 할 테지만, 앞으로는 돈이 생기는대로 주위에 베풀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의 나는 나만을 위해 돈을 썼었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닌 주위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다. 이런 따뜻한 마음에 힘입어 어서 빨리 나의 '돈' 바람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사진출처 : Pinterest 






매거진의 이전글 컵을 좋아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