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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un 02. 2022

제주 왔으니 먹엉 갑서

제주 향토음식 1

제목을 쓰려고 제주 사투리를 찾아보다. 맨도롱 홀 때 호로록 들여 싸붑서 라는 문장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그 말은 '따뜻할 때 후루룩 마셔 버리십시오'라는 뜻이었다. 제주도 사투리가 친근하고 귀엽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제주에서 지내면서 호로록 들여 싸붑서 먹을 수 있는 향토음식을 몇 가지 먹어봤다. 모두 제주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이었다.




대표적인 제주 향토음식에는 몸국, 고사리 해장국, 갈칫국, 각재지국, 옥돔, 자리물회, 고기국수, 접짝뼈국, 깅이죽, 자리돔구이, 흑돼지 등이 있다. 생각보다 종류가 많아서 놀랐다. 그중에 내가 먹었던 음식을 몇 가지 소개해볼까 한다.









몸국



돼지고기를 삶은 육수에 모자반을 넣고 김치와 미역귀를 넣어 끓으면 메밀가루를 풀어 넣고 끓인 국이다. 모자반이 무엇인가 찾아보니 모자반이란 갈조식물 모자반목 모자반과 해조로 겨울철 별미이며 바다의 보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고 한다. 육지 사람인 내가 보기엔 톳과는 비슷하기도 했다. 모자반을 찾아보다가 왜 몸국에 모자반을 넣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모자반은 돼지고기와의 궁합이 좋다. 그런 반면 돼지고기의 지방이 흡수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여기서 옛사람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었다.  



몸국은 돼지고기와 내장, 순대까지 삶아 낸 국물에 모자반을 넣고 끓이면 느끼함이 줄어들고 독특한 맛이 우러나는데, 혼례와 상례 등 제주의 집안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만들었던 행사 전용 음식이라고 한다.



내가 다녀왔던 음식점에서는 몸국에 신김치와 고추 썬 것을 넣어 간을 맞출 수 있게 준비되어 있었다. 몸국 자체는 진한 고깃국에 해조류를 넣은 맛이었고 거기에 신김치와 고추 썬 것을 넣어먹으니 적절하게 간이 베어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몸국




접짝뼈국



접짝뼈국은 제주 토속음식으로 돼지 목뼈를 지칭하는 접짝 뼈의 부위를 말하고 무와 함께 끓여 고아낸 제주식 해장국을 말한다. 감자탕과 비슷하지만 더 담백하고 맛있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한 음식이다. 내가 인터넷에서 미리 찾아본 접짝뼈국은 고기가 두툼하게 붙은 뼈가 고깃국에 빠진 모양으로 생겼는데, 내가 주문한 곳에서는 고기가 모두 분해된 모습으로 고기보다 무와 두부도 함께 들어가 있었다.



근데 이상하다. 한번 먹을 때 시큼한 맛이 난다. 이상하다. 나는 먹을 때마다 시큼한 맛이 강하게 느껴져서 못 먹겠더라. 혹시 상한 것일까? 점원에게 이야기해보았다. "메밀가루를 넣어서 그럴까요?" 원래 메밀가루를 넣으면 시큼해지나? 생각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늘 아침에 끓인 것이기에 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찝찝해서 집에 와 또 검색을 해봤다. 어디선가 찾아보니 감자탕과는 다르게 심심한 간이 되어있는 게 끝 맛은 약하게 시큼한 맛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하는 글을 찾았다. 제주의 향토음식점마다 접짝뼈국의 맛이 다르니 내가 먹은 것도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다.






왼) 상상한 접짝뼈국         오) 내가먹은 접짝뼈국    이렇게나 차이가?








고기국수



제주도 특유의 국수 요리이다. 돼지뼈를 우린 국물을 사용하는 국수이다.  그리고 돼지고기 수육이 고명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고기국수라는 명칭이 붙었다. 돼지고기 수육이 올라가서인지 그 수육만 따로 파는 집이 많은데, 보통 돔베고기라고 부른다.



제주시내에 유명한 고기국수 맛집이 여러 군데 있다. 관광객이 늘 많아서 늘 붐비고 복잡하지만 제주 여행하며 필수로 먹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국수라 간단하면서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먹기도 간편하고 좋았다.



실은 나는 고기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와 먹기 편해서 제주에 올 때마다, 그리고 여기 살게 되며 한 번씩 먹기는 하지만, 진한 고기 국물에 담긴 국수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나는 차라리 잔치국수나 칼국수 이런 류가 더 맛있다 생각다. 그래서 이번에는 고기국수와 비빔국수를 함께 주문해봤다. 고기국수와 비빔국수를 함께 먹으니 더 맛있었다. 마치 단짠단짠의 느낌이랄까.





고기국수와 비빔국수의 조화는 훌륭하




 





유명한 음식점은 손님이 늘 많으니까 되도록 피해 가려고 한다. 혹여나 유명 맛집을 방문해도 때론 유명세에 비해 음식의 맛이 못 미칠 때가 있긴 하지만, 그런데 한편으로 유명하지 않은 음식점들을 가면 왜 지지부진했는지 깨달을 때도 있다.



입맛이라는 것이 워낙 개인의 영역이라, 음식점을 가서 먹어도 누군가는 맛있게 잘 먹을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별로일 수도 있는 터다. 내가 찾아간 제주향토음식점이 나름 제주에서 제주향토전문 책도 내시고, 대를 이어 음식점을 이어가는 뿌리 깊은 전통을 가진 음식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의아스러운 부분이 있긴 했다. 아님 언제부터 내 미각이 이렇게 발달했던 걸까?



제주 향토음식이 내 입맛에 다 맞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겠지. 다음에는 다른 곳을 방문해서 접짝뼈국과 고사리 해장국, 갈칫국, 자리물회까지 야무지게 먹어보러 떠나야겠다.



제주향토음식 혼저 왕 먹읍서! (어서 와서 드셔 보세요)










본문 속 접짝뼈국(왼) 사진 출처 : 제주도 넙둥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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